100억 회사 물려줄때 내는 증여세 확 줄었다…올해 바뀐 세법 보니

[정승남세기영어교육연구회장]

100억 회사 물려줄때 내는 증여세 확 줄었다…올해 바뀐 세법 보니

[한화생명 은퇴백서] 올해 달라진 증여관련 세법은

이지은 한화생명 경인지역FA센터 FA 입력 2024.01.17. 03:00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문구용품 도매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65)씨는 그 동안 일궈온 회사를 조만간 아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창업 이후 회사를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이제 물려줄 때가 되니 세금 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런데 최근 희소식을 들었다. 아들에게 물려줄 회사 지분이 현재 시가로 약 100억원인데, 작년까지 13억원이었던 예상 증여세가 올해 9억원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최씨는 “승계 문제를 세무사와 집중적으로 논의 중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세법 개정안엔 가업 승계를 도와주는 제도 개선안이 눈에 띈다. 또 신혼부부와 출산 가정에 대한 증여세 공제도 늘어난다. 전반적으로 세대 간 ‘부(富)의 이전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달라진 주요 세법 내용을 살펴보고, 재테크에 활용해 보자.

그래픽=김하경

◇연부연납 기간, 5년서 15년으로

우선, 기업주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때 증여세를 최저 세율인 10% 적용하는 과세 구간이 올해부터 확대된다. 기존 60억원까지에서 120억원까지로 높아졌다. 그간 높은 상속·증여세율로 국내 기업이 가업을 승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에,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 가업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납부하는 ‘연부연납’ 제도도 기존 5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났다.

최씨 사례에서 증여 대상 자산이 100억원이므로 작년까진 최저 세율 10%를 모두 적용받진 못했고, 60억원 초과 금액은 일반 세율인 20%가 적용됐다. 10억원의 기본 공제를 적용했을 때 예상 세액은 13억원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턴 최씨 부자에게도 모두 10% 세율이 적용돼 9억원만 납부해도 되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 4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이 9억원도 15년에 걸쳐 납부할 경우 매년 부담액은 약 6000만원 정도다.

가업 승계에 따른 증여세 과세 특례를 적용받으려면, 증여자가 10년 이상 계속하여 회사를 경영한 60세 이상의 부모여야 한다. 또한 부모나 친족 등 특수 관계 등에 있는 사람이 주식을 40% 이상 보유해야 가업승계 증여자 요건을 갖출 수 있다. 증여받는 자녀도 18세 이상의 국내 거주자로 가업 주식을 증여받으며 신고 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하고 있어야 하며, 증여일로부터 3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가업 승계 요건을 갖추려면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에 은퇴를 앞둔 경영자는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업종 변경 제한도 완화

가업 승계 시 업종을 변경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졌다. 우리나라 표준 사업 분류는 현재 21개의 대분류로 나뉘고, 그 안에서 중분류·소분류 등 세부적으로 구분돼 있다. 그런데 작년까진 가업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업종이 특정 중분류의 범위를 벗어나면 가업 승계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다.

위 사례에서 최씨에게 가업 승계를 받은 아들이, 기존 최씨가 운영하던 ‘문구 도매업’에서 ‘문구 소매업’까지 업종을 확대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기존에는 중분류를 벗어나 가업 승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일반 증여세가 적용, 세금이 무려 45억원이나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해부턴 대분류(도·소매업) 안에서는 업종 변경이 모두 가능해 세금이 9억원으로 5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듯 가업 승계에 대한 지원이 확대됐지만, 모든 자산이 증여세 특례 대상은 아니다. 사업과 무관한 자산은 일반 과세 되니 주의해야 한다. 사업 무관 자산은 통상적으로 법인세법상 비사업용 부동산이나 업무 무관 자산, 과대 보유 현금 등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100년 이상 존속한 기업 숫자가 일본은 3만3000여 곳인데 반해 한국은 16곳에 그친다. 또 국내에서 30년 이상 이어진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 81%가 60세 이상이고, 70세 이상도 31%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국내 상속·증여세가 가업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으로 가업 승계가 좀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신혼부부 증여세, 3억까지 ‘제로’

한편, 개정 세법에 따라 올해부터 혼인 및 출산 증여 재산 공제가 신설됐다. 기존에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올해부터는 1인당 1억원씩 공제 한도가 늘어나 총 1억5000만원까지 세금이 없다. 만약 혼인 자금으로 부부가 양가에서 지원받는다면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 부담이 없어진 것이다. 만약 지난해 이렇게 증여받았다면 증여세를 총 1940만원 내야 했다.

혼인 증여 재산 공제란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결혼 시 직계존속(부모 또는 조부모)에게 혼인일 전후 각 2년 이내 증여받은 경우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제도이다. 증여일은 혼인신고일 이전 2년, 이후 2년 등 총 4년간 가능하다. 하지만 증여받은 시점은 2024년 이후여야 한다. 올해부터 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증여하고 세금까지 납부했다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혼인하지 않은 비혼 출산 가정도 증여 재산 공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자녀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에게 증여받으면 1억원까지 추가 공제된다. 입양의 경우에는 입양 신고일 2년 이내에 증여 재산 공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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