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나 , 잘 됐다. 아버지가 맡아 주신다니 나도 안심이다."
" 고맙다. 이것으로 나도 마음이 놓인다."
" 모처럼 집에까지 왔으니 오늘은 나하고 같이 묵는 것이 어떠냐?
여러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있고...."
" 쥬다니야, 고맙다.
묵어갔으면 하지만, 좀 급한 일도 있고 해서, 오늘은 이것으로 실례하네.
다음 올 때, 신세 지기로 하지, 친절히 대해 주어 정말 감사하다."
쥬다니야는 처와 함께, 야나를 밖에까지 전송하였다.
" 야나, 목상이 되면 내가 연락해 주마, 조심해서 돌아가라."
" 우리 집에는 목상 이야기를 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게 직접 연락해라. 그럼 안녕.“
두 사람은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태양은 아직 높이 솟아 있었다.
야나는 4, 5일, 자신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부터 산속에서, 사마나, 사로몬들처럼, 수행을 혼자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산림 속으로 들어갔다.
정좌할 장소를 정해놓고, 나무를 모아, 밤을 지낼 준비를 착수하였다.
이 숲은, 전에 대선인을 방문했던 벳사리 교외에 있는 숲과 비슷하여서, 왠지 모르게 감회가 깊었다.
태양은 완전히 저물었다.
완만하게 기복이 있는 구릉이 검게 보였고, 하늘을 향해 서있는 수목은 마치 괴물처럼 생각되었다.
야나는 나무에 불을 피웠다.
그는 요가의 방법에 따라 자세를 잡고 명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명상을 하면, 이상하게 잡념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마음이 소용돌이쳐 진정할 수가 없었다.
야나는 미인상에 대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 최고로 아름다운 미인이 되면, 우선 색시감을 발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색시를 얻으면 아이가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출가는 할 수 없다.
결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 완성된 미인상을 보면, 양친은 필시 단념하여 주실 것이다.
양친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런 미인상을 보면 내 생각을 이해하여 주실 것이다."
"쥬다니야는 이런 내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그는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모르긴 하지만 색시의 견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나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 방법 외에는 양친을 납득시킬 수가 없으니 이것이라면 양친도 꼭 단념하여 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쥬다니야의 아버지는 어떨까?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속이 모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사람은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야나는 계속 떠오르는 잡념 때문에 명상을 그만두고 눈을 떴다.
모닥불은 불길을 더하여 타오르고 있었다.
불빛으로 수목이 살아있는 괴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야나는, 이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수목 사이로 깜박이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반짝 명멸한다.
차라리 이대로, 그 명멸하는 별들 사이를 날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별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에 점차 마음이 이끌려, 잡념이 이상하게도 사라지는 것이었다.
모닥불로 눈을 돌리니,
현실의 자기로 돌아오게 하려는 듯, 불이 탁탁 소리를 내었다.
불을 보면, 불은, 확실히 살아 있다.
불은, 삶의 상징처럼 생각된다.
고목이나 수목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목이나 수목에 불을 붙이면, 수목은 불길을 공중으로 내뿜으며,
적색, 청색, 황색의 색채를 섞어가며,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것 같다.
그리고 주위를 밝게 해 주고, 따뜻하게 해 준다.
인간의 체온도, 무엇인가가 체내에서 타고 있으니까, 따뜻하다.
체온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이다.
체온이 없는 인간은, 생명이 없는 껍데기인 것이다.
생명은, 역시, 불인 것이다.
살아 있는 자는, 생명의 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하권 p15~p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