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춥다! 추워! / 조명래
동토의 대륙 시베리아에서
매섭게 몰아붙이는 엄동이
칼바람 결빙의 서정을 품고
한반도 백두에서 한라까지
엉겨붙어 덧을 씌운 결빙에
생사를 넘나드는 듯한 설한
□ 동물들의 겨울나기...
겨울비 끝 날씨가 혹한의 그야말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이다. 한파(寒波)가 말려와도 사람들은 방따시게 군불때며 지내면 되지만 산속에서 집도절도 없는 동물들은 어떻게 이 추운 겨울을 지낼까?
그러나 다행이도 동물들은 나름대로 겨울을 나는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그 비결은 한마디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眠)’을 자는것이다. 이는 먹이를 구할수없는 겨울철에 잠을자면 에너지 소모도 적어지고 추위도 피할수 있어 먹지 않고 겨울을 나는 생태적 비결이라 한다.
그럼 겨울에 먹지않고 잠을자는 동물들은 어떤동물이 있을까? 우선 겨울에 잠을자는 동물을 두종류로 구분해야 하는데 항상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온동물(定溫動物)"과 주위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變溫動物)"로 구분할수 있다.
○ 정온동물(定溫動物)
정온동물에는 곰, 너구리, 오소리, 고슴도치, 다람쥐.박쥐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겨울잠을 자는데 겨울잠을 자는 이유는 먹이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 이 정온동물은 먹이만 있다면 굳이 겨울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 변온동물(變溫動物)
변온동물은 주위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동물을 말하는데 털이 없이 매끄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것이 특징이다. 개구리, 뱀, 도룡뇽, 거북, 도마뱀, 두꺼비, 미꾸라지등 있다. 이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주위온도에 따라 체온이 내려가고 체온이 내려가면 자신의 몸을 움직일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변온동물은 체온이 내려가면 생명에 큰 지장은 없어도 몸의 기능이 저하돼 움직일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움직일수 없으니 천적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수밖에 없어서 추위가 오기전에 미리 땅속이나 굴속 안전한곳으로 피신하는것이 생명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기에 미리 숨는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정온동물은 먹이를 구하지못해 겨울잠을 자는것이고 변온동물은 추위가 닥치면 몸을 움직일수가 없게 되므로 자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겨울잠을 잔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피신(避身)하는 것이다.
정온동물중에는 겨울잠을 자지않고 추위와 싸우며 먹이를 구해먹는 산돼지, 노루, 산양, 고라니, 토끼, 살쾡이 등이 있는데 이는 거의 초식동물이라 산야에서 겨울에도 먹이를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온동물중 가장 추위에 약한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한다. 겨울잠을 자는 정온동물들은 자기 체온보다 1-2도 정도 내려가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인간은 그들처럼 체온조절을 할수 없어 바로 ‘저체온증’에 걸리게 되는것이다.
추울때 우리몸이 덜덜 떨리는 이유는 열을 발생시켜 더 이상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몸의 반응인데 체온이 32도시 이하로 떨어지면 떨리는 반응도 없어지고 심장, 뇌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이 마비된다고 한다. 또한 이 증상이 지속되면 결국 사망하게 되는것이다.
설혹 체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오랜시간 몸을 움직이지 않고 물을 마셔주지 않으면 몸의 근육량이 줄어들어 깨어난 후에도 제대로 걸을수 없고 몸안에 수분이 부족해 견뎌낼수 없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우리 원시인간들은 겨울이면 따스한곳을 찾아 유랑을 해야했지만 다행히 인간에게는 지혜가 있어 각종 도구를 사용하여 농경사회를 만들었고 에너지를 만들줄 알게되어 겨울잠을 자지 않아도 살아갈수 있었으며 또 유랑을 하지않아도 되는 정주동물(定住動物)이 되었다. 그래서 인간을 지구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동물이다.
그런데 겨울이 오면 동물들에겐 '수난의 계절' 이다. 옛날 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여전히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인간의 습성(習性)은 여전 하다.
덫을 놓고, 망을 놓고, 올가미를 놓는다. 특히 요즘에는 토종 개구리들이 인간의 보신을 위해 수난이다.
지금쯤 많은 동물들이 긴 겨울잠을 자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우린 이들의 긴 겨울잠을 위해 잘 보듬고 잘 주켜주어야 한다. 우리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듯 생태적으로 피신한 그들의 생명또한 소중한 것인데 우리 인간들은 어찌하여 뱀이며 개구리 등을 마구 잡이로 잡아 먹고 있는지?
아마도 겨울이 오면 그들은 인간의 영악함 때문에 긴 겨울잠이 아니라 생사를 넘나드는 수난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하늘의 섭리(攝理)는 모든 생명체가 공존케 했음인데 인간의 탐욕의 역사는 언제 종식될러는지... 어찌되었든 추운 날씨에 뭇생명들이 안전하게 겨울을 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