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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장마비가 내리다”
약 한 달여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요즘 장맛비는 국지적으로 쏟아붓는 형국이라 폭우를 동반하고 있어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뿌려 삽시간에 물난리가 나기도 합니다. 저도 사과밭을 비롯하여 고추밭까지 약을 방제해야 하는데 잦은 비 소식으로 말미암아 농약을 제때에 살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룬다는 것, 시간이 나면 먼저 밭으로 나가 이른 일을 하는 동리의 어떤 부부가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밭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작은 풀들도 간과하지 않으면 몇 일간의 비에 키가 훌쩍자라 아주 거짓말하는 것 같이 온 밭을 점령하기도 합니다.
8월 초순이면 가을 2모작으로 야채를 심어야 하는 밭이 아주 풀밭으로 덮혀 있습니다. 분명, 제초제를 살포했음에도 장맛비에 쑥쑥 풀들이 자라 다시금 온 밭을 뒤덮었습니다. 사과밭에도 요즘 같으면 12일 간격으로 약을 쳐야 되는데 잦은 비로 미루고 미루다 보니 과수원 사이로 명아주가 장대같이 커버려서 어제는 낫으로 쳐가면서 사과밭 사이로 통로를 내었습니다. 언제나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작물은 그다지 자라지 않는데 잡초는 참으로 빨리 크고 왕성하여 온 밭을 뒤덮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동리 사람들은 풀싹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약통을 등에 지고 밭으로 나갑니다. 저도 이 사람들을 따라한 적이 있어서 예전보다는 밭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잦은 출타로 시기를 놓치게 되면 게으른 밭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지난 주간 세 곳의 교회와 선교사님과 함께한 연합수련회의 사진들을 받아보았습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순간순간들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대략 사진을 찍을려고 하면 웃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내밀어서 카메라를 보고 찍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냅으로 찍은 것을 보게 되면은 적나라한 나의 실체를 들킨 것 같아서 흠찟, 흠찟 놀라기도 합니다. 고쳐지거나 인위적인 모습이 아닌 현실 그대로의 모습, 타인들이 바라보는 나의 실체가 이랬을 것인데 괜시리 치장을 하고 가식을 떨었나 싶은 마음에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마지막 날 아침 예배의 설교를 제가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본문은 침례와 연합에 관한 본문으로 로마서로 정해 있어서 거기에 맞춰 설교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준비해서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예배 시간에 가방에서 원고를 꺼내놓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친구 조**목사가 말하기를 “본문을 바꿔줄까?” 라고 하기에 저는 “아니 괜찮아” 라고 대답했습니다.
조 목사는 본문을 읽어내려갔는데 아뿔사 제가 가지고 온 원고가 뒤바뀐 것입니다. 조 목사는 제가 들고 있던 원고에 적힌 본문을 미리 보고 순서지에 있는 본문과 다르자 본문을 바꿔 줄까를 제게 물었던 것인데 저만 그것을 모른 채 멍하니 있다가 괜찮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황망했었는지요. 그래서 저는 본문을 잘 듣고 얼른 키워드를 찾아 어제 준비한 대지를 기억해내어 굵고 짧은 설교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친구 조**목사가 말하기를 ‘역시 우리는 변화무쌍한 직장선교회에서 다년간 설교를 한 덕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어“ 하며 웃어넘겼습니다. 그 설교하는 모습의 사진이 제게 왔습니다. 그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그때 당황했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가방을 확인해 보니 다른 켠에 준비한 원고가 있었고 이 원고는 지난주 설교 원고였던 것입니다.
지난 봄, 옥수수나 수수를 뿌려놓은 밭은 봄 가뭄으로 싹이 나지 않아 다시 씨를 뿌리거나 아예 시기를 놓쳐 1모작을 포기한 곳도 더러더러 눈에 보이는데 이 장맛비로 인해 심어둔 옥수수가 훌쩍 커버려서 듬성듬성 옥수수 군락이 보여 생각지 않았던 옥수수를 거두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웠더니 그나마 다른 열매로 마음의 위안을 줍니다.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늘 옳은 일과 반대되는 생각들이 공존한다는 것인데 좋은 생각은 소량으로 머리에 맴돌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릇된 생각들은 머리에 남아 어떨 땐 온 하루를 그것에게 내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때아닌 위로자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위안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는 합니다. 구약 성경의 잠언기자를 통해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하라 네 눈은 바로 보며 네 눈꺼풀은 네 앞을 곧게 살펴 네 발이 행한길을 평탄하게 하며 네 모든 길을 든든히 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네 발을 악에서 떠나게 하라 (잠언4: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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