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 가는 이유 (Why a Concert?)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
-라캉, 정신분석의 다른 측면
행위에는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페르소나를
벗고 제가 음악회나 공연장을 찾아 다니는 이유를 고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서 진솔한
심정을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째, "억 소리"의
울림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다락 음악회"라면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좋기 때문에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입니다. 어제는 모두12.5대의 현악기 소리를 들었습니다. 첼로가 3대, 콘트라베이스 1대, 나머지는 모두 바이올린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김선생님의 바이올린만 3억이라는 말씀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얼핏 계산해도 5억이 넘네요. 악기는 연주자의 몸의 일부랍니다. 그 떨림을 교감할 기회를 달리
살 수 있을까요?
둘째, 아름다운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연주회를 열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할까요? 게다가 어제는 모두 여성 연주자들 뿐이었습니다. 물론 모두 미인들이셨습니다.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겪는 3중고에는 연민이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 분은 8주 후면 출산이시랍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셋째, 오디오로는 절대 들을 수 없던 소리가 들립니다. 다락 김대표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활을 그을 때" 나는 사소한 소음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조율하는
소리, 청중 몰래 박자 맞추는 소리, 리더가 시작을 일리는
독특한 콧소리 등을 엿들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녹음된 소리에는 없는 아우라(Aura)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넷째, 악기 소리를 제대로 익힐 수 있습니다. 소리 내는 악기를 이내 쳐다볼 수 있지 않습니까? 파도소리는 미세한
물방울들이 해변의 바위나 물풀, 조개 껍데기, 모래, 자갈 등 수많은 물체들과 부딪쳐 내는 다양하고 작은 소리들의 집합일 텐데, 녹음하면 "철썩" 소리밖에 더 나겠습니까? 물론 고음질의 오디오가 낫긴 하겠지만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안 들리는 것이 맞습니다.
다섯째, 오디오 들을 때 볼륨 조절의 능력이 생깁니다. 높낮이나 위상(phase)은 제대로라 하더라도 음량은 직접 자주
들어보지 않고는 맞출 수 없습니다. 이건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니까요.
그 밖에도 박수치는 타이밍을 연습해 보는 것, 기침이나 가려움을 참고
집중하는 훈련 등 오디오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이유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주자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어울림은 어떻습니까? 시작 전과 끝난 후의 다양한 만남 이것이 더 중요한 이유가 되진 않을까요?
첫댓글 똑같은 음악회를 보면서도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역시나 회원님은 대단하시네요.
아무튼 김도연선생님 연주 2년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고 11명의 미녀군단 모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빛고을님, 항상 감사합니다. 차이라고 치켜주심은 격려의 말씀으로 여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