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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아 20% 과체중•비만
유치원 입학을 앞둔 호주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 꼴로 비만 혹은 과체중 상태로 분류됐다.
이처럼 어린이 비만 문제가 심각해진 가장 큰 이유는 패스트푸드와 청량음료의 지나친 섭취 및 과도한 TV 시청 때문으로 진단됐다. 특히 디지틀 방송의 도입으로 TV 세트를 교체한 가정에서 여분의 구형 TV를 어린 자녀의 방에 설치하는 경우가 늘면서 자녀의 비만도 정비례한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제시됐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들의 과체중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태인 것으로 파악됐으며, 동시에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증진 캠페인 메시지 전달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비만 문제가 가정 환경적 요인에서 유발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드니 대학 공공 보건 학과가 최근 5세 이하의 어린이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적됐다.
국제 의학 저널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에 발표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된 어린이들 가운데 30%는 자기 침실에 TV를 갖추고 있었고, 50% 가량은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을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이즈 하디 교수는 “어린이들이 다섯살이 될 때까지 저토록 TV에 노출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라고 언급했다.
하디 교수는 특히 “테크놀리지의 혁신적 발달로 가정에서 TV 수신기를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형 TV를 버리기가 아까워 결국 어린 자녀들의 방에 설치해두는 경향이 이같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디 교수는 또 “어린이들의 착한 행동에 대해 부모가 ‘당근책’으로 단 과자나 청량음료를 제공하곤 하는데, 이후 이러한 습성이 고쳐지기가 힘들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어린이나 과체중 상태의 어린이의 60% 이상이 이처럼 착한 행동의 대가로 부모로부터 단 과자나 청량음료를 ‘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과체중이나 비만 상태의
어린이의 20% 이상이 아침밥을 걸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체중 상태의 남자 어린이들일수록 TV 앞에서 저녁을 먹는 경우가 많고 TV 시청 시간이 더 긴
것으로 분석됐으며, 과체중 상태의 여자 어린이의 경우 침실에 TV 설치됐거나 과자 등의 간식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디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지적된 가장 우려 사안은 다름아닌 아이들의 나쁜 습관이 부모들에 의해 길러진다는 점”이라고 직격했다. 뿐만 아니라 “과체중 상태 어린이의 부모들 가운데 70%, 그리고 비만 상태인 자녀의 부모 30%가 자신들의 자녀의 체중이 적정 수준인 것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하디 교수는 큰 우려를 나타냈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보건 당국이 어린 자녀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가정 내 자녀 건강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자칫하면 ‘보모 국가’의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홍보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대학의 비만 및 영양 연구소의 팀 질 교수는 “부모들이 무엇보다 자녀들의 일평생 식생활 습관을 심어주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팀 질 교수는 “바쁜 생활로 부모들의 압박감도 크지만, 단 5분만이라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함께 집 밖에서 운동하거나 저녁 요리 과정을 지켜보게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미치는 지를 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