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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있는 구례 섬진강대숲길
섬진강 곁의 대숲 사이로 첫걸음을 뗀다. 곧장 신석정 시인의 〈대숲에 서서〉가 보인다. 첫 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숲으로 간다. / 대숲으로 간다. /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대나무는 잎보다 줄기가 먼저다. 무성한 잎의
푸름보다 한사코 제 몸의 곧음으로 말을 건다.
그래서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 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 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그 기개가 시인에게는 “기척 없이 서서 나도 대같이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을 테다.
각자의 방법으로 즐기는 섬진강대숲길
구례에 내려 당장 섬진강대숲길부터 찾아도 좋겠다. KTX 구례구역에서 약 3.3km 거리고, 구례 읍내에 있는 구례공영버스터미널에서도 3km가 안 돼 대중교통으로 닿기에 수월하다. 자가용 이용자는 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굴다리를 지난다. 주차장과 섬진강 사이 짧은 단절감이 살짝 설렘을 안기고, 끝에서 다른 세상이 열린다.
섬진강대숲길과 섬진강, 지리산이 이어진 풍경
굴다리를 벗어나면 정자 쉼터와 섬진강, 그 너머 오산이 반긴다. 섬진강대숲길은 왼쪽이다. 대숲 하면 담양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구례 대숲은 담양과 다른 매력으로 반짝인다. 섬진강과 나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진강 물길 따라 대숲 뒤 먼발치로 지리산이 물결친다. 구례가 자랑하는 풍경이 한데 모인 셈이다.
섬진강대숲길에 첫발을 디딜 때, 그 숲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가 아껴둔 비밀의 정원이기도 하다.
힐링이 되는 대숲의 초록
실제로 대숲이 들어선 사연은 섬진강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이 일대에서 사금 채취가 무분별하고 횡행
했다. 섬진강 금모래가 유실되고 이를 안타까워한 주민들이 강변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시작이다.
길은 평지에 가깝지만 약간 경사가 있어 율동을 만든다.
섬진강대숲길은 정자 쉼터가 있는 초입에서 편도 약 600m 구간이다. 섬진강 물길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길은 평지에 가깝지만 약간 경사가 있어 대숲의 소실점이 조금씩 변하며 율동을 만든다. 몇 걸음 떼지 않아 신기하게도 섬진강이 잊히는데, 대숲은 그저 섬진강에 기댄 숲이 아니라는 듯 제 목소리를 낸다.
대숲에서 바라본 하늘
신석정 시인처럼 “나도 대같이 살”고 싶어 대숲에 오진 않았지만, 섬진강대숲길에 서니 시인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 어느새 땡볕이 사라지고 마디마디 곧은 대나무 줄기가 무리 지어 그늘을 드리운다. 대숲의 음영은 활엽수 그늘과 달라, 수평으로 넓기보다 수직으로 깊다. 절로 고개를 들고 시선은 높고 먼 데를 향한다.
대숲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기 좋은 벤치
섬진강대숲길에 벤치가 많은 건 숨이 차거나 다리가 아픈 이를 위함이라기보다, 거기 앉아 대나무로 빼곡한 숲을 바라보라는 뜻이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은 짙은 초록이 마음을 씻는다. 봄이나 가을이었다면 슬며시 부는 강바람이 ‘솨~’ 하며 숲의 일렁임을 만들었겠지만, 여름의 대숲은 그 요동 없음이 대나무의 오롯한 멋을 뽐
낸다.
실루엣을 담기 적당한 그네 포토 존
포토 존도 여럿이다. 중간 지점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이 있고, 섬진강대숲길 경계 즈음에 그네가 놓였다.
실루엣을 ‘셀피’로 담기 좋은 자리다. 섬진강 풍경을 한 걸음 가까이에서 맞을 수 있고, 섬진강과 무척교와 지리산이 어우러진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섬진강대숲길 초입에 있는 초승달 조명
‘별빛 프로젝트’는 섬진강대숲길을 밤에 한 번 더 찾게 만드는 요인이다. 어둠이 내린 숲은 무지갯빛으로 변신하고, 사방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초입에는 초승달, 안쪽에는 보름달 포토 존에서 낮에 이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야간 조명은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들어온다. 여름 대숲은 모기 걱정이 앞선다. 섬진강대숲길 입구에 해충 기피제 자동 분사기가 있다. 정자 쉼터 인근 대형 카페는 잠시 쉬었다 가기 적당하다.
절벽 위에 당당히 선 사성암 유리광전
섬진강대숲길 강 건너편으로 오산이 보인다. 정상부에 자리한 사성암(명승)은 고승 네 명(의상, 원효, 도선, 진각국사)이 수도했다 해 그리 불린다. 절벽 위에 당당한 유리광전이 강렬한 첫인상이다. 산왕전(산신각) 옆 도선굴
역시 거대한 바위틈이 경이롭다. 전망도 사성암의 자랑이다.
동쪽으로 섬진강과 구례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북쪽으로 굽이치는 지리산 연봉이 한 차례 더 감탄을 자아
낸다. 그만큼 해발고도가 높다. 차로 갈 수 있지만, 사성암관광지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버스로 10~15분 이동한다.
천은사상생의길 3개 구간 중 누림길은 무장애 탐방로다.
신라 때 창건한 천은사(전남문화재자료)는 구례 화엄사, 하동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힌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방영 후에는 홍예교 위의 수홍루가 인기다. 천왕문 지나 처음 보이는 보제루는 열린 공간으로
누각 안에서 편히 쉴 수 있다.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상생의길은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계기로 2020년 조성했다. 3개 구간(나눔길, 보듬길, 누림길) 총 3.3km다. 천은저수지와 수홍로 등을 포함하고, 누림길은 무장애 탐방로다. 수령 300년 된 노송 곁을 지나는 소나무숲길 역시 운치 있다.
천개의향나무숲 내 깨솔솔오두막
천개의향나무숲은 안재명·진가경 부부가 10년 남짓 가꿔온 숲이다. 이름처럼 다채로운 향나무가 매혹한다.
늘보정원, 향기정원 등 주제 정원과 향나무숲길 등으로 구성된다. 향나무 외에도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향나무숲길 옆에는 계절마다 꽃이 만발하고 깨솔솔오두막, 숲의조각, 부엉이다락 등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오두막과 예술품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카페를 겸한 숍에서 음료를 주문하거나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숲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천개의
향나무숲은 목~일요일에 운영하며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반려동물 5000원이다.
〈당일 여행 코스〉
풍경 여행 / 섬진강대숲길→사성암→천개의향나무숲
촬영지 여행 / 섬진강대숲길→쌍산재→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섬진강대숲길→사성암→쌍산재→운조루
둘째 날 / 천개의향나무숲→천은사상생의길&소나무숲길
여행 정보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구례여행
- 천은사
- 천개의향나무숲
○ 문의 전화
- 구례군청 관광정책팀 061)780-2227
- 사성암 061)781-4544
- 천은사 061)781-4800
- 천개의향나무숲 061)783-1004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40~19:30) 운행, 약 3시간 10분 소요.
구례공영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6번·2-10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오정 정류장 하차, 섬진강대숲길까지 도보
약 300m.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0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기차] 용산역-구례구역, KTX 하루 6~7회(07:09~18:47)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구례구역 정류장에서 2-6번·2-10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오정 정류장 하차, 섬진강대숲길까지 도보 약 300m.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구례여객운수사 061)782-5151
○ 자가운전 정보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 IC→구례로 10.7km, 우회전→까막정길 134m, 왼쪽→구례섬진강대숲길주차장
○ 숙박 정보
- 노고단게스트하우스&호텔 : 산동면 하관1길, 061)782-1507
- 지리산호수리조트 : 산동면 구만제로, 061)783-0011
- 구례옥잠 : 구례읍 상설시장길, 010-8286-1710
○ 식당 정보
- 평화식당 : 육회비빔밥,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 부부식당 : 다슬기수제비, 구례읍 구례2길, 061)782-9113
- 목월빵집 : 단호박허브크림치즈빵, 구례읍 서시천로, 061)781-1477
- 라플라타 : 솔트크림라테, 구례읍 산업로, 061)782-2701
○ 주변 볼거리
화엄사, 수락폭포 , 지리산치즈랜드 , 연곡사 , 한국압화박물관
※ 위 정보는 2023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 : 박상준 (여행작가)
사진 : 박상준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