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87기 교육 첫날 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이론 강의를 하고 계시는 동안 학교 주변을 좀 둘러 봅니다.
며칠만에 돌아온 학교인데 벌써 가을 분위기로 확 바뀌었네요.
작업장 옆 피죽더미 근처를 지나다가 잠시 멈춰서 바라봅니다.
갑자기 일본의 전설적인 검술가인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화가 떠오르네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34D174656123DAA21)
미야모토 무사시가 장년에 이르렀을때 어느정도 무술도 완숙기에 접어들었을때의 일입니다.
당시 일본에서 검술과 병법으로 거의 최고의 가문으로 평가를 받는 호소 가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용이야 뭐 공손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이지만 본뜻은 한판 붙자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매화 꽃 한 가지를 편지 심부름 하는 사람에게 같이 들려 보냅니다.
(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라 가문이름이나 꽃 이름이 좀 틀리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5DE84656123DAD14)
호소가의 가신들이 편지 내용에 흥분해서 떠들어 댈때 호소가의 주인은 매화꽃 가지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검술을 떠나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글을 다시 무사시에게 전합니다.
무사시는 그 글을 받으면서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그 주인이 무얼 보고 어떤 것을 묻더냐를 물어 봅니다.
심부름 하는 사람이 그 분이 매화꽃 가지를, 특히 잘린 부분을 유심히 보더란 말과
누가 잘랐느냐를 묻더란 말을 듣고 무사시는 방긋 웃고 다른 지방으로 떠나갑니다.
무슨 일 이었을까요?
사실 그 꽃가지는 무사시가 장검으로 단칼에 베어서 보낸 것이었답니다.
작은 꽃 가지를 장검으로 단번에 깔끔하게 베어내는 것은 보통 고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그걸 호소 가의 주인은 알아 본 것이고, 그것을 보고 무사시도 호소 가를 인정한 것이죠.
고수는 고수을 알아본다는 말이 그런 일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어지럽게 쌓인 피죽을 보고 그 생각이 든 이유는 피죽에 남아 있는 체인쏘 자국들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교장선생님이 평소 강조하는 말처럼 힘빼고 자른 것과 힘들여 자른 것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네요.
이번 교육에 참가하는 프로 87기 교육생들이 최대한 빨리 힘빼고 자르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1314656123DB1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