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 대사, 몽골인문대에서 특강
한국 경제성장… 전쟁의 폐허에서 ‘아무것도 없이’ 출발
경제발전, 행복과 등치 되는지는 의문…청년의 꿈에 ‘가치기준’도 담아내길
몽골인문대학교(총장 브.촐롱도르즈)는 한몽수교 20주년을 맞아 7일 이 학교 대강의실에서 주 몽골 대한민국대사관 정일대사
초청특강을 열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개도국의 성공사례로 주목 받아온 한국경제성장의 배경과 과정이 소개되기로 한 정대사의
특별강연장에는 250여명의 학생들로 가득 찼고, 몽골 내 각 방송 및 언론사 취재진도 몰려들었다.
정대사는 강연에 들어서며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선보인 후, “공식홍보물도 소개했고, 저도 대사라는 공식직함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배움의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한국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의욕을 내보였다. 때문인지 한국경제의 성장발전과정과 현실 상황을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 발전과정과 맞물린 한국현대사의
비참했던 상황, 부끄러운 단면,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담담하게 설명하며 오히려 그것이 발전에 동력이었음을 역설했다. 또한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오늘날 상황이 장밋빛으로 인식될 것을 경계한 듯 경제발전이 곧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젊은 시절 부(富)에 관한 균형 있는 가치의식형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의 경험이 몽골에 적절하게 적용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며, 몽골의 구체적인 상황을 한국의 예에 적용해서 설명하며 강연을 이끌어 갔다. 강연 전후로는 한몽 간의
오랜 역사적 관계나 청년학생시절의 고민과 꿈에 관해 언급하며 동질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국의 예가 몽골에서 다름없이 실현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대사는 ‘공직에 첫발을 들여 놓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정부의 역할에 큰 변화가 있다’는 말로 본 주제에 들어
섰다. 과거에는 기업육성,시장조성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최근에는 기업을 지원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세계화된 오늘날, 기업의 시장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국가간의 경쟁은 때때로 불미스러운 문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며,
전쟁유발 등 시장의 냉혹한 단면을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한국경제가 성장과정을 거치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낙관적인 미래가 보장 되는 것은 아니라며, 세계적인 유수기업의 쇠락이나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등을 거론하며 시장에서 안전지대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
히 한국경제의 성장배경을 설명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냉전갈등의 대리전이기도 했던 전쟁의 폐허에서 ‘아무것도
없이’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오히려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냈음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인의 저력을 소개함과 동시에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는 몽골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많은 몽골근로자들을
의식한 듯, 과거 한국이 자본유치를 위해 독일에 근로자를 파견했던 예를 설명하며, 해외에 진출한 일선근로자의 노고와 역할이
자국의 발전과 국가간 신뢰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대사는 경제발전을 도모에 열정을 쏟고
있는 몽골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후, 다른 나라의 예에서 적절한 발전모델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미래의 진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끝으로 정대사는 한몽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발전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몽골의 근원적
문제해결과 발전을 위한 기초환경 구축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50년 혹은 100년 후 그 긍정적 역할이
제대로 평가 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주제강연을 마친 후, 경청했던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국외교의 특징을 묻는 질문에 ‘게르외교’라는 표현으로
답하고, 외교현장에서의 자율성이 폭넓게 보장되어 창발성과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개인역할의 비중이 큰
데서 발생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와 통일전망에 관해 묻기도 했는데, 정대사는 남북은 60년의 세월을
분단된 상태로 갈등을 겪어 왔으나 우리는 한민족이고 형제관계임을 전제하고, 외교관계에 있어서는 특히 협력방안을 모색하며 우호적
관계를 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 후 말을 타고 만주를 거쳐 몽골과 교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몽수교 20주년을 맞은 양국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800년의 교류를 기원으로 하는
형제국이기에 20주년에 의미를 두는 것은 새삼스럽다며, 양국관계에 대한 평가는 오늘 강연회에 많이 참석해서 호응해준 여러분의
반응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를 마친 후, 행사를 주최한 인문대학교 브.촐롱도르즈 총장은 정대사에게 감사의 뜻으로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
그림을 선사했으며, 강연회장을 나선 정대사는 이 학교 한국어학과 최선수 학과장실에 들러 학교관계자들과 환담을 나누었다.
2010.4.12 몽골교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