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리바이던 4( Leviathan 4 )
-깨우침 부재, 소통 부재
가슴이 먹먹하여 글을 쓰기도 힘이 든다. 전국에서 1등하여 서울법대에 들어가서 그 다음은 뭘 어찌 하겠다는 말인가.
그녀는 지금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다. 하나 뿐인 아들을 데리고 혼자 힘겹게 살아간다. 자신의 이런 모든 불행이 자기 탓이 아니고 세상 탓이라 여긴다. 그녀는 세상과 담을 쌓았다. 남편이란 자도 믿을 수가 없고 오직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만 믿을 수가 있다. 자식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하든지 공부를 끝까지 시킨다. 이 세상에 통쾌하게 복수를 해주는 길은 내 자식이 모든 것에서 1등하는 길 말고는 없다. 나는 자식에게 내 모든 것을 건다. 자식은 내 이런 심중을 당연히 헤아려 줘야 한다. 그걸 모르면 내 자식이지만 그도 배신자다.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
⌜ “전국 고등학교 문과 3학년생 중 4000등 이내에 드는 우등생이 더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간 안방에 시신을 숨겨두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자신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전국 62등’으로 고쳐서 어머니에게 보여줬다가, 어머니가 학교를 방문할 일이 생기자 성적표 조작이 들통 날까 두려워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한다. A군은 어머니 B씨가 평소 자신에게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꼭 서울대 법대를 가야 한다”며 자주 폭력을 휘둘렀고,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2011. 11. 24 조선일보)
나는 이 사건에서 세상과 소통의 단절에 빠진 세 사람의 영혼을 악령이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본다. 아버지라는 자리는 가정을 리드해야 할 책임 있는 자리다. 그 자리가 얼마나 숭고한 자리였으면 하나님도 아버지라 불렸겠는가. 아버지는 가족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모든 재주를 다하여 가족 구성원들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행복을 이끌어내야 할 소명을 받은 자다. 때문에 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잘 소통하도록 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말하게 하고 그 입장을 경청하게 하고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게 하여 서로를 사랑하면서 감정과 생각이 잘 소통되도록 하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한다. 특히 가정에 불행이 닥쳤을 때는 더욱 더 그러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가정을 보면 아버지부터 제 생각대로만 살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는 아내와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고 자식과 대화 한번 하는 법이 없고 아내는 혼자 힘으로 자식을 키우면서 남편에 대한 복수심만을 불태워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한해에 60만 명 이상 수능시험을 본다. 거기서 10만등 이상만 들어도 제 할 일을 잘하는 부지런한 학생이다. 사장인 내가 직원들을 뽑아 일을 시켜 보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깨우침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라도 스스로 연구하고 배워서 회사에 크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고교 동창회도 특설반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거의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보통 반에서 공부한 평범했던 학생들이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이 되어 부지런히 동창회에 참석한다. 경쟁심 속에서 키워지면 일평생 열등감의 노예로 살게 된다. 노예가 어찌 자유인이 노는 곳에 나올수 있겠는가.
A군은 성적표를 위조한 것이 들통 날까봐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한다. 누가 이 아이에게 자기 영혼을 속이게 만들었는가? 어머니인가? 사회인가? 그렇지 않다. 그 누구도 아니다. 바로 악령이다. 악령은 때로는 달콤한 말로 때로는 공포심을 주어 우리 영혼을 자기 소유로 만들어 버린다.
악령은 A군의 어머니에게는 ‘네가 지금 이런 처지에 들게 된 것은 네 탓이 아니다. 그건 전부 네 남편 탓이고 사회 탓이다. 지금 네가 힘들지만 네 자식이 1등을 하면 지금의 이 고생은 모두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다’는 달콤한 말로 유혹하여 그 영혼을 지배해 버린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A군에게는 ‘너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린 배은망덕 한 놈이다. 성적표나 위조하여 부모를 속인 자다. 이제 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너를 닦달하고 몽둥이로 팰지도 모른다. 이제 어떡할 것이냐’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결국 악령은 그 둘 다 파멸시켜 버린다.
우리는 영계에서 움직이는 이 악령의 작용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건 우리가 깨우치는 길 말고는 없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우리가 깨우침이 없으면 숨은 실험자가 늘 우리의 영혼을 조종하려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하나로 보지 말고 영과 육과 혼이 결합된 삼위일체란 사실을 이해하고 내 육신을 지금 어떤 영혼이 움직이려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의혹이 생기면 단호하게 진리 쪽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나도 중학교 다닐 때 성적표를 고쳐서 아버지에게 보여드린 적이 있다. 아버지도 그걸 아셨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않으셨다. 내가 깨우칠 때까지 기다리신 것이다. 이미 자아가 싹튼 자식을 혼낸다고 공부를 더 잘하게 할 수는 없다. 혼을 내는 것으로 깨우쳐 줄 수 있는 나이는 자의식이 생기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소통 부재로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으면서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소통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다. 마음이 막혀 있으니까 그녀의 생각은 늘 극단적이고 분노로 팽팽하게 부풀어져 있다. 그 분노는 자신이 가장 만만하게 여기는 영혼에게로 가서 폭발한다. 악령은 바람 같은 거짓 실체다. 내가 세상과 잘 소통하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악령이 내 영혼에서 빠져 나간다. A군은 자신이 사귀는 여학생 이름만 듣고도 펑펑 운다고 한다. 내 가슴이 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