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무딘 손으로 무채를 썰고 있던 아내가
무 하나를 뚝 잘라 무두일미를 맛보라 한다
무심결에 무를 먹고 있노라니
무성산 고랭지 채소밭이 눈에 보이고
무 잎같이 푸른 소년 하나 보인다
무시로 솟는 배움의 열망 감당할 수 없어
무작정 가출할 여비를 마련하려고
무성산 산마루를 오르내리면서
무단을 져 나르고 있다
무를 짊어진 다리가 이리저리 비척대는 동안
무가 양 어깨에 무청 같은 얼룩을 남겨 놓았다
무성산을 떠나왔지만 불빛
무성한 도시에도 그가 찾던 배움의 길은 없었다
무슨 일이든 소화하며 살기로 했다
무시로 공치는 비철에는
무위도식하는 백수를 길들이기 위해
무 한 접을 리어카에 싣고 난전으로 팔러 갔다
무도회장 앞을 지나온 탓일가
무가 모두 바람 들어 빈손으로 돌아왔다
무안해 하는 나를 외면한 채
무채를 썰고 있던 아내가 무 한 조각을 건네 주며
무맛이 단가 쓴가 맛보라 한다
무미건조한 무를 씹고 있노라니 도다시
무성산 화전이 펼쳐지고
무서리 떼로 다녀간
무장다리 밭에는 무꽃이 한창이다
무한꽃차례 기다리는 눈들이 여럿이다.
첫댓글 무척 많은 무를 읽으며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