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쓰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깨어지고 낮아지는 항상 겸허하게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김옥진(1961~2023), 시인
<기도>는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김옥진 시인의 간절함 염원이 담긴 시이다.
김옥진은 1980년 겨울 방학을 앞둔 어느 날 동네 성곽에 올라가 친구들과 사진 촬영을 하다가 추락사고로 목뼈를 다쳐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되었다.
깊은 산골이라 재활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엎드려 누운 자세로 세수하고, 식사하는 등 처참하고 지루한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짧은 글로 표현하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자신의 처지를 쓴 편지가 라디오 방송에 소개되었는데 뇌졸중으로 장애를 갖게 된 한 유명 시인이 그 방송을 듣고 고창까지 찾아가 산골소녀의 시노트를 시집 <산골소녀옥진이 시집>으로 출간(1987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시집 발간 소식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100만 부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