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06 (목) 윤석열 정부 ‘건전재정’ 한다더니…재정적자 117조 역대 최대
지난해 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1년 전에 견줘 26조원 이상 늘었다. 국세가 전년보다 52조원이나 더 걷히는 등 ‘세수 호황’이었는데도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썼기 때문이다. 적자 규모 증가 속도는 나라 경제가 불어나는 속도보다 더 가팔랐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얘기다. 현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감세 조처로 세수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등 재정을 둘러싼 올해 여건도 녹록지 않은 터라 현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4월 4일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64조6천억원이다. 한 해 전에 견줘 적자 규모가 34조1천억원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전년보다 26조4천억원 불어난 역대 최대 수준인 117조원이다. 경제 규모가 불어나는 속도(경상성장률·3.8%)보다 더 가파른 적자 확대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을 가늠하는 3대 핵심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통합재정 적자 비율과 관리재정 적자 비율은 각각 3.0%, 5.4%로, 한 해 전보다 1%포인트 남짓 뛰었다.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백분율)도 한 해 전보다 2.7%포인트 상승한 49.6%다. 적자 규모가 크게 커진 것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한 해 동안 두 차례 편성하는 등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선 전인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1차 추경은 16조6천억원, 그 이후 윤석열 정부가 한 2차 추경은 55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건전 재정’을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건전성 훼손을 어느 정도 감내한 뒤 올해부터는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해 점차 건전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세수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지출을 줄이더라도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다 금융 불안과 유가 재반등 가능성 등에 따라 한층 불확실해진 경기 흐름 탓에 재정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결산 결과는 국가 재정 운용을 ‘방만 재정’ 혹은 ‘건전 재정’이라는 식으로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재정 운용은 안정적 세수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가면서도 필요에 따라선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지출을 확대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세입 세출 결산 결과 남은 세계잉여금(일반회계 기준)은 6조원이다. 이 중 국가재정법(90조)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에 우선 쓰고 남은 2조8천억원은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예정된 지출을 못 할 때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쓸 수 있는 여윳돈이다. 다만 기존 예산 사업의 지출을 늘리거나 새로운 사업에 쓰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만 한다. 정희갑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추경 편성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건국대통령 적힌 이승만 묘비,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다”
“1998년 ‘건국 대통령 내외분의 묘’라 적힌 묘석(墓石)을 아버님 옆에 묻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땅속에 묻힌 묘비가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나와 햇볕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월 28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이화장(梨花莊)에서 만난 이인수(92)·조혜자(81)씨 내외는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1961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養子)로 입적됐고, 부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후 약 50년 넘게 사저인 이화장을 지켰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여권을 중심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 공(功)을 재평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당사자인 가족들도 그간의 서운함에 입을 뗀 것이다.
현재 서울 국립현충원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 묘지 앞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내외분의 묘’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묘비문은 서예가인 송천(松泉) 정하건 선생이 썼다. 조씨는 “1992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합장을 하면서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이라 새긴 묘석을 세웠는데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당시 여권이 반대해 땅에 묻어야 했다”며 “조심스럽지만 오는 7월 19일 있을 58주기 추모식 땐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적통을 1948년 8월 15일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에서 찾으려는 정치권 일각에서 ‘건국’이란 표현을 문제 삼으면서 ‘초대’로 수정했다고 한다. 이를 억울하게 여긴 이씨가 “내가 다 책임질 테니 묘석을 땅에라도 묻자”고 했다.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수립,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농지 개혁 등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공개 회의에서 종종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으로 너무 저평가돼 있다” “과오가 있더라도 공에 대한 평가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보훈처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기초 작업에 나서 곧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3월 26일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탄생 148주년 기념식 때는 박민식 보훈처장, 박진 외교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가 셋이나 참석해 화제가 됐다.
이인수·조혜자씨 부부는 “기념관 건립 소식을 듣고 정말로 기뻤다”며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범위한 유엔 외교를 펼쳐 1948년 12월 ‘신생국 코리아’가 국제 무대서 어엿한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과거엔 이를 기념하는 ‘유엔 데이’도 국경일로 존재했는데, 이런 이승만 전 대통령의 노력을 젊은 사람들이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좌파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했지만 거짓으로 판명 난 ‘백년 전쟁’ 등 그간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과거사에 대한 왜곡 시도가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엔 박삼득 당시 보훈처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이승만 박사’라 칭해 폄훼 논란이 일었다. 조씨는 “어머님(프란체스카 여사)께서 생전에 ‘나폴레옹도 다시 평가하는데 200년이 걸렸는데 우리 국민은 훨씬 더 똑똑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로를 알아줄 것’이라 말해 왔다”고 했다.
이인수·조혜자씨 부부는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과 이달 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씨는 “지금 동양에서 한국과 미국만큼 소중한 동맹이 없다”며 “혈맹이 앞으로도 세계 평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동맹의 다음 100년을 도모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으로 최근 몇년간 갈등을 빚은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이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며 “떨어질 수 없는 이웃 국가니 상부상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기에 앞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과 서한을 주고받았다. “세계 침략자들을 억지하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라면서 때로는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며 조약 체결을 이끌어내 7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동맹의 법적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씨는 “전쟁의 참화에 직면한 약소국 대통령이 끈질긴 협상을 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女 혼자도 안전한 여행 5개국… 아시아선 한국 아닌 일본
영국 BBC가 여성 혼자 여행하기 안전한 나라 5개국을 선정했다. 슬로베니아·르완다·아랍에미리트(UAE)·일본·노르웨이다. 한국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BBC는 여성 여행자의 안전과 평등 지표를 고려해 이같은 국가들을 선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기준으로 삼은 자료는 미국 조지타운대 여성 안정지수(WPS), 세계경제포럼(WEF)의 성별 격차 보고서, 경제평화연구소(PGP) 데이터 등이다.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는 WPS 지수에서 전반적인 수치가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 현지 여성의 약 85%가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할 정도였다. 높은 치안과 안정적이고 편리한 교통수단 역시 선정 이유로 꼽혔다. 한 여성 여행자는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한 첫날 밤거리를 혼자 산책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는 르완다가 선정됐다. 현지 의회 구성원 55%가 여성으로 이뤄진 양성평등 세계 1위국이라는 점이 주요 이유다. 또 경제·교육·의료·정치참여 측면에서 남녀 차이를 두지 않고 얼마나 공평한지를 측정하는 글로벌 성별 격차 지수에서 세계 6위를 차지한 것도 유효했다. 모든 장소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경찰과 군대가 순찰을 벌이는 덕분에 치안 수준 역시 안정적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중동의 UAE는 WPS 지수의 여성 학교 교육과 재정 포용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지역 사회 안전 부문에서는 모든 국가 중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관련 보고에 따르면 현지 15세 이상 여성 98.5%는 “내가 사는 도시나 지역에서 밤에 혼자 걷는 것을 안전하게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표 관광 도시인 두바이는 여행보험사 ‘인슈어마이트립’이 발표한 ‘1인 여성 여행객에게 가장 안전한 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선정된 국가는 일본이다.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세계평화지수(GPI)가 선정한 세계 10대 안전국 중 하나이며, 여성 전용 지하철과 숙박시설이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인용 식당·온천 등이 운영돼 ‘나홀로 여행객’의 단골 여행지로 꼽히는 것도 장점이 됐다. 마지막으로 북유럽에서는 노르웨이가 선정됐다. 노르웨이는 WPS 지수에서 여성에 대한 재정적 포용성·법적 차별 부재·지역 사회 안전 부문 1위를 석권했다. BBC는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하고 행복한 국가’ 상위 10위권 안에 지속적으로 들었다며, 모든 유형의 여행객에게 좋은 여행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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