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9 연진 사설
제목:오히려 의석수 줄이자는 여론 깨닫고 있는다
출처:이데일리
국회의원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또 불거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의원 정수를 10% 범위 내에서 더 늘리자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현행 의원 정수가 300명이라는 점에서 30명까지는 더 확
대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여야가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처리 대상에 올라 있
는 검찰개혁법안과 성거제 개편안을 놓고 대립하는 가운데 의원 증원 문제가 추가로 불
쑥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의원 정수를 늘린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이가 미리
생각해 보면 회의적인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금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이 의원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라고 간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기 중
에도 여기저기 비어 있는 죄석이 그 증거다. 과거에도 유권자들이 행사한 투표의 등가성
확대를 위해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경해가 이어져 왔고, 원칙적으로 이런 주장에 동의하
면서도 현실적으로는 거부감부터 느끼게 되는 이유다.
경치가 국민에게 총체적인 불신을 받고 있으면서 의석수를 늘려 달라고 하는 요구 자체
가 잘못이다. 국민들이 두 갈래로 갈라져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오는 요즘 모습이 무책
임한 정치 행태와 무관할 수 없다. 여야가 소통과 타협으로 이념·진영의 차이를 극복함으
로써 우리 사회가 원만한 화해 국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갈등과 마찰을 부채질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의석수를 늘린다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인원을 앞세운 당리당략 다툼이 더욱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의원들 스스로 현행 정치에 회의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내
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이철희·표창춴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인으로서 나
름대로 소신을 펼 수 있는 풍토는 오간 데 없고 당 지도부의 입장만을 따라야 하는 분위
기라면 의원 정원을 늘린다고 해야 세비만 축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다. 지금은 의
원 정수를 늘리기에 앞서 먼저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같아서는 도리어
의석슈를 줄여야 한다는 세간의 여론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