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 25:40)
몇 년전입니다.
멀쩡한 육신 놔두고 집에서 놀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당직실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나마 만 65세 정년에 걸려 퇴직 할 수밖에 없는 기가막힌 상황이었습니다.
군에서 젊은 청춘을 바친 지극히 심신이 건강한 만 65세의 나이!
정신적, 심리적, 가치관 측면에서는 오히려 20대 보다 더 유용하게 쓰임받을 수 있는 나이!
아직도 군장을 짊어지고 태산이라도 오를 것만 같은 용기와 기백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은 단지 '65세' 라는 숫자로만 판단 할 뿐 행정의 편의만을 위해 개개인의 사정은 일체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채용과 해고를 처리해 버릴 뿐입니다.
고민끝에 교육청 행정과 공무직 담당을 찾아가 제 나름대로의 소신을 말하면서
계속 근무 할 수 있는 방안을 물어 보는데 담당 실무자는 보기에도 사람이 좋게 보이고
제가 퇴직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이기나 한 것처럼(김선0 님)
'녜~ 참 안타깝습니다. 죄송합니다'
를 연발하는 것입니다. 이때.. 옆에 있던 「김 00」라는 이름의 젊은 여직원이 당돌하게
'밖에도 구직대기자가 줄을 섰어요'
짜증이 잔뜩 묻어난 차가운 말 한마디에 저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우발적 살인자들의 심정이 이때 이해가 됨)
'밖에 있는 구직대기자들은 고용지원청을 비롯한 정부기관의 소관입니다.
언제부터 교육청이 밖에 있는 구직 대기자들까지 신경을 쓰고 있습니까?'
라는 말이 입에까지 올라왔으나 참고 말았습니다. 이런 차가운 빙벽(氷壁)에게 말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귀가하는 길에 착잡한 심사를 누르며 성경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설교자들은 동생 아벨을 죽인 형 가인의 문제점만을 말합니다. 그런데
'형 걱정 하지마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형의 제사도 받으실 거야.'
이런 말 한마디라도 했다면 성경에 기록된 역사는 바뀌지 않았을까요?
과연 동생 아벨은 하나님께서 형 가인의 제사도 받아 주십사라고 기도를 한번이라도 했을까요?
가인이 아벨을 죽이기 이전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2021년 1월 1일부로 서부지원청 산하 00초등학교로 옮기신 김 00 님!
나이드신 공무직 직원분들에게 잘 해 드리세요. 그래야 복을 받습니다.
이분들은 춥고 배고픈 시대를 살아온 분들이십니다. 당신이 누리고 있는 풍요의 토대를 이루기 위해
밤을 낮삼아 죽어라고 고생한 분들이십니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을려고 한푼이라도 벌어 볼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십니다. 이제는 이런 분들에게 상처 주지 마세요.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드리세요.
당신에게도 부모님이 계시듯 이분들도 누군가의 부모님들이십니다.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