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금리 있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의 죽어 있던 일본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 약육강식의 게임 시작 / 3/27(수) / 현대 비즈니스
일본은행이 정책 전환을 단행하면서 30년간 이어진 금리 없는 세상이 끝나고 금리가 존재하는 당연한 세상이 온다. 하지만 30년간 제로에 금리에 익숙해진 일본 경제가 뉴노멀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 '당연한 세계'가 어렵다
금리라는 것은 친숙한 존재이지만,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다. 금리와 물가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시간의 개념도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은 다방면에 걸친다.
일반적으로 금리라고 하면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차입 등 돈을 빌렸을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100만엔을 금리 1%로 1년간 빌렸을 때, 변제시에는 원금의 100만엔에 더해 1만엔을 대출자에게 지불할 필요가 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1만엔은 100만엔을 조달하는 비용이고, 대출자 입장에서는 1만엔은 100만엔을 빌려준 대가인 셈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것뿐이지만 이자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대출자는 1만엔을 지불함으로써, 100만엔을 1년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손에 넣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즉 이자 1만엔은 1년간의 시간을 금액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는 행위라는 것은 돈을 내고 시간을 사는 행위와 동의하는 것이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알아두었으면 한다.
많은 국민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융자는 주택 융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단순히 수중에 돈이 없기 때문에 돈을 빌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금리의 '시간적 개념'을 파악하다
분명 맞는 말이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리에는 '시간'의 개념이 담겨 있다. 30년 대출을 받았을 때는 상환 정도에 따라 최대 30년간 시간(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금리로 사는 셈이다.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장기로 갈수록 높아지는데, 이는 장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즉 주택 융자를 빌리는 행위라는 것은, 장래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승부하고 있는 것이 된다. 이 개념을 이해한 후에 대출을 받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함부로 대출을 받는 사람은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
금리가 갖는 시간적 개념은 그뿐만이 아니다. 금리와 물가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금리 움직임은 미래 물가 상승 하락과 연동돼 있다.
앞서 금리 1%로 100만엔을 빌리는 패턴을 거론했지만, 이 사례에서는 물가 변동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전제돼 있다. 과거 20년의 일본은 그대로였고 물가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에 대해 생각할 때 미래의 물가 동향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금리가 존재하고, 물가도 오르는 뉴노멀한 세계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1년 뒤 100만엔을 갚는 시점에서 물가가 5% 올랐다면 어떻게 될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원금 100만엔과 이자 1만엔 등 총 101만엔을 받게 되지만 물가는 이미 5% 올랐기 때문에 빌려주면 차액의 4%만큼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는 바보는 없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예상될 때는 대출자는 그만큼을 금리에 얹어주게 된다. 이번 경우 5%의 물가상승이 예상될 때 대출자는 최소한 당초 이자의 1%에 물가상승분의 5%를 더 얹어주므로 최종 이자는 6% 이상(100만엔인 경우에는 6만엔 이상)이 된다.
이 사례가 나타내는 의미를 알 수 있을까.
▷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도 달라진다
금리가 존재하고 그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은 앞으로 계속 물가가 오를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리가 있는 세계에서는 시간의 가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시간을 사고 싶은 사람은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경제활동의 대부분이 새로운 시간축으로 움직이기 시작해 높은 시간비용을 흡수하기 위해 많은 비즈니스에서 속도를 강하게 요구받게 될 것이다. 금리가 있는 뉴노멀한 시대의 비즈니스 감각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련의 이야기를 이번 정책 전환에 맞춰보면 어떻게 될까. 이번에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풀고 가을에는 제로금리 해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는 것은 가을 이후라는 게 교과서적인 이해이지만 현실은 더 시시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금리가 존재하는 세계라는 것은 시간의 가치가 높은 세계이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제로 금리 해제를 기다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결정에 따라 메가뱅크는 벌써부터 예금금리 인상을 선언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제로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위의 이치로 생각하면 제로금리라는 것은 무제한의 시간적 유예가 주어져 있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리가 발생한 이상, 시간의 비용은 큰폭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지불을 유예받고 싶은 기업은, 상당한 비용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은행측도 종래의 태도를 일변시킬 가능성이 있어, 기업의 자금융통의 본연의 자세도 변할 수 밖에 없다.
▷ 약육 강식의 게임이 시작되다
기업은 차입을 상환해 부채를 슬림화하거나, 고액의 이자 부담을 각오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가차없이 퇴출해야 한다.
그동안 반쯤 죽은 듯한 상태였던 일본 경제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 셈인데, 그것은 장렬한 약육강식의 게임이 시작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 혹은 일본 국민에게 있어서, 오래도록 지속된 모라토리엄이 마침내 끝을 맺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