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My Life 34
꼰데스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23호(2018. 12. 09)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C024A5C17054932)
설성헌(46회, 43세) (주)코오롱
차장
우리에게 겨울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단박에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것은 바로 대학입시가 아닌가 싶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평가......세월이 흐르며 그 이름과 내용은 바뀌었어도 그‘때’만큼은 변함이 없다. 딱 한 번, 1년에 수능시험을 두 번 봤었던 1993년을 제외하면 여지없이 매서운 첫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대학입시는 치러졌다.
올해는 비교적 큰 추위가 없어서 수험생들이 큰 불편함 없이 시험을 치른듯하다.
사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후로는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에 대해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관심 가지면 뭐하나, 기껏 알아두면 또 금세 바뀔 텐 데) 학종(학생종합생활기록부)이 어떻고 지균(지역균등선발)에 학추(학교장추천)는 이렇고 정시니 수시니 하는 얘기가 무척 낯설지만, 이제 나도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하니 슬슬 관심을 가져봐야 할 때인가 싶기도 하다 (아닌가? 아빠의 무관심이 더 필요한 걸까?)
아무튼 최근의 수능시험은 나에게 ‘아들의 대입’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줌과 동시에 20여년 전의 ‘시험날’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1991년12월의 어느 날 학력고사를
치르러 가는 서울고 선배들을 위해 우리 후배들은 전날 밤 잠까지 설쳐가며 먼동이 트기도 전에 각각 지정 받은 대학교 정문 앞에 모였었다.
“나왔다 인왕산 호랑이 보라 여기에 나른다~”
관악산 앞에서 인왕산 호랑이가 날라간다고 고래고래 목청을 높였었다.
“용맹 있게 앞서나가자 굳센 서울의 용사들아!”
“인왕의 억센 바위 정기를 타고~”
그랬다.
대학입시는 예나 지금이나 이 땅의 고3들에게 최후의 전투였고 비장한 출전이었다. 그 출정 길에 우리 경희인들은 온 마음과 몸을 다해 꼰데스를 외치고 응원가와 교가를 부르며 선배들의 합격을 응원했다. 한겨울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지던 그 새벽이었지만, 가슴 한 구석에 밀려오던 경희인의 자긍심에 추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기억이 지금도 따뜻하다.
오늘의 우리 경희인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또 다른 의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애쓰고 계시리라. 그때마다 그 시절 그 새벽의 열기를 떠올리며 기운을 얻으시길 바라본다.
“꼰데스 데스까 데스까라 구스까 움바따 움바따 서울 서울 빅토리 야!”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3A2455C17058D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