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목요일. 비, 맑음
새벽에 비가 흠뻑 내린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여행은 돌아가기 위해 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돌아갈 수 없다면 이는 여행이 아닌 것이다. 지난 달 7월 28일 카자흐스탄을 거쳐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벨라루스를 거쳐 러시아를 횡단하는 일정을 보냈다. 짧은 기간에 많이 움직인 것 같다. 누룽지로 아침을 해결했다. 짐정리를 했다. 가방을 둘로 만들었다. 가방이 홀쭉해져서 두 개로 만들었다. 아내의 배낭을 접어서 내 배낭에 넣었다. 짐을 맡기는 비용을 줄이고 이동하는 것도 수월하게 위해서다.
아침 10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3일 동안 묵었던 정든 숙소를 나서니 시원섭섭하다. 버스를 타고 가려니 잔돈이 없다. 할 수 없이 슈퍼에 들어가서 1000루블 지폐를 사용하여 케피르를 한 개 샀다. 7번 버스를 타고 역으로 간다. 역에 가서 가방을 맡겼다. 1개에 140루블(2800원)이다. 역 안에서 낯익은 한국말을 발견했다. ‘부산역’이라는 한글이다. 2015년 블라디보스토크 역과 자매결연을 했다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옆 터미널에 가서 공항 가는 기차표를 예약했다. 오후 4시 기차인데 두당 230루블(4600원)이다.
율브린너 동상을 올려다보면서 아르바트 거리로 걸어갔다. 우리나라 가수 그룹인 바이올렛트리(멤버명 서지원, 김서우, 김대민, 오현진)의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다. 더 걸어가니 자매결연공원(Площадь побратимо)이 있다. 위치는 세며노브스카야(Semenovskaya Ulitsa) 및 포그라니츠나야(Pogranichnaya Ulitsa) 삼거리 주변 디나모 운동장 건너편이다. 이 공원은 2010년 블라디보스토크 150주년을 앞두고 재정비를 했다. 그 전에는 놀이터나 벤치 등 시설이 없었고 유일한 장식물로 꽃병을 지키는 코끼리 뿐 이었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이곳을 코끼리 공원이라 불렀다고 한다.
2010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자매결연도시를 기념하는 대문 11개를 세웠다. 일본 3개 도시(니카타, 하코다테, 아키타), 한국은 부산, 중국은 대련, 북한은 원산, 미국 3개 도시(샌디에고, 주노, 타코마), 에콰도르 만타,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이다. 도시 이름은 한쪽에는 러시아어, 반대편에는 영문으로 나와 있다. 2015년 8월 15일 이 공원에는 한-러 우호 150주년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는 현재의 포그라니츠나야 거리가 1864-1941년 사이에 <한인 거리>라고 불리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신한촌의 한국 사람들이 처음 여기서 살다가 신한촌 지역으로 옮겨졌음을 알려준다.
포그라니츠나야 거리를 올라 올라간다. 왼편으로 꺾어지니 작은 정교회가 나온다. 아담한 교회 앞에는 십자가 형태를 취한 기념비가 만들어져 있다. 정의의 군인들(soldiers of Justice)이란다. 아모르 만 방향으로 걸어간다. 오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어제 왔던 아모르만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해변 가로 많은 관광객들과 젊은이들의 만남과 낭만의 해변이다. 아무르 만에는 야외 카페와 포장마차들이 즐비한데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샤쉴릭(꼬챙이 숯불구이)이 일품이다. 여름에는 저녁 늦게까지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와 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무르 만 근처에 시장과 종합 운동장(디나모 경기장) 그리고 수족관이 있다. 수족관에서는 고래도 볼 수 있다. 해변에는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킹크랩을 팔고 있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문이 닫혀있다.
디나모 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운동장 트랙에서는 육상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길 건너편의 오래된 술집(Mumiy Troll')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아르바트 거리로 왔다. 쇼핑하기 위해서다. 아내가 사야할 화장품이 있단다. 츄다데이(Алеутский)를 찾았다. 아르바트 거리 끝에 있는 건물이다. 매장으로 들어가니 엄청난 화장품 종류들이 진열되어있다. 아내는 원하는 크림을 사야한다고 츄다데이 코너로 갔다. 모두가 러시아 글씨니 알아볼 수 가 없다. 한국 젊은 커플을 만나 어디에 바르는 크림인지 물으니 스마트 폰 번역기로 살펴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구나. 아내 맘에 들도록 골라서 계산을 했다. 다라 다니는 것도 지루하지만 나름 재미있다. 쇼핑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아내가 화장실이 급하단다. 화장실도 있고 점심도 해결할 장소를 찾았다. 백화점으로 가기로 했다. 쇼핑몰 클로버 하우스(Clover House ТЦ Clover House) 찾아갔다. 백화점 앞에는 엄청난 차들로 붐비고 사람들도 북적거린다. 백화점 위층으로 올라가니 화장실도 있고 식당들이 있다. 한국어로 적힌 ‘맛있는 세상’이라는 한식 코너도 있다. 한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외국에서 한식을 먹어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돼지고기 볶음과 밥을 주문했고 아내는 메밀밥을 주문했다. 메밀밥은 좀 낯설다. 어딘지 초라해 보이고 맛도 별로 없다. 돼지고기 볶음은 참 맛있다.
점심을 먹고 쇼핑센터를 둘러본 후 포크롭키 정교회 사원(Покровский кафедральный собор)을 찾아갔다.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보던 교회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일 큰 교회다.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몇 카트를 찍고 말았다. 그것도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한국 아가씨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 아가씨는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왔는데 복장이 문제가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단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다. 들어가 보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무척 불친절했다. 교회는 대리석 바닥이 아주 깨끗하고 정면에는 이콘들이 질서 있게 잘 전시되어있다. 햇빛이 들어와 화사하게 빛난다. 당연히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가족의 그림도 있다. 모두 얼굴에 광배가 있는 성인의 모습이다. 니콜라이 2세(1868~1918)는 우리로 치면 고종황제처럼 제국의 마지막 황제이다. 교회 밖에는 그의 흉상이 있다. 포크롭스키 공원(Pokrovsky park)을 갖고 있다. 이곳은 원래 공동묘지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렇게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를 나와 지하도를 건너간다. 지하도에서 기타 반주에 울리는 멋진 노래가 들린다. 중년의 홀쭉한 거리의 악사가 노래를 하고 있다. 아주 호소력이 있는 곡이다. 노래가 끝나길 기다리며 박수를 보냈다. 물론 앞에 있는 모자에 남은 동전 모두를 넣었다. 아께안스키(Okeanskiy)거리를 따라 내려간다. 거리의 건물들도 예쁘다. 그림과 장식으로 꾸며진 건물들도 보인다. 쭉 걸어가니 혁명광장이다. 잠수함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제 찾아보지 못한 물건이 하나 있었다.
범선(캐랙선) 모형이 해군사령부 건물 창가에 있다. 우리나라 해군이 심었다는 기념식수를 찾아보기로 했다. 어제 지나왔는데 모르니 그냥 스치고 말았다. 대한민국 해군이 러시아를 방문해서 기념으로 1993년에 심은 주목이다. 1979년산이니 거의 거의 50년이 다 되가는 나무다. 여기에 있으면서 금각교 다리를 건너가비 못한 것이 좀 아쉽다. 건너가면 러시아 오페라 하우스가 있다는 데 거기에서 공연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공연 일정이 모두 끝났다. 2012년 APEC 정상 회담을 앞두고 건설된 러시아 오페라하우스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들과는 다른 멋을 지니고 있다. 유리로 마감된 큐브로 디자인된 건물은 그랜드 홀 및 여러 스테이지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오페라 발레 웅장한 클래식을 만날 수 있는데 아쉬웠다. 나무 그늘에 안장서 잠시 쉰다. 러시아 군함에서 해군 병사들이 무슨 행사를 한다. 많이 모여 있다. 부두에는 기념물과 함께 1860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만들어져 있다.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 제2의 아편전쟁으로 혼란해진 청나라를 설득하여 베이징 조약을 맺었는데 그로인해 1860년 블라디보스토크가 러시아의 영토가 된 해다. 이로써 1860년 블라디보스토크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군 기지로 시작된 블라디보스토크는 1861년부터 민간 이주민들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250명 남짓에서 시작된 블라디보스토크의 인구가 지금은 엄청 나다.
러시아 인형을 파는 기념품 가게를 거쳐 다시 혁명광장으로 왔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이 몰려다닌다. 다시 걸어서 역 앞으로 왔다. 배가 출출하다. 샤와르마(Shawarma)를 하나 사서 먹는다. 주스도 하나 사서 함께 먹었다. 정말 든든하다. 샤와르마는 아랍 지역의 음식으로, 여러 고기를 넣고 샌드위치처럼 돌돌 말아 먹는 음식이다. 양도 많고 맛도 좋다. 1개에 150루블(3000원)이다. 행복하다. 짐을 찾으러 역으로 들어갔다. 짐을 찾아 역에 앉아서 잠시 쉰다. 역 천장의 그림이 참 아름답다. 색상이 파스텔 톤으로 은은하게 지역의 모습들을 잘 그려 놓았다. 범선도 있고 역사도 있고 혁명광장의 동상들도 보인다. 올려다보았더니 고개가 아프다. 이제 공항으로 간다.
옆에 있는 작은 터미널에서 기차를 탔다. 기차는 깨끗하고 여유가 있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러시아 사람들도 있다. 해변 길을 따라 기차는 간다. 맑은 하늘과 긴 다리가 보인다. 약 40분을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청사가 창밖으로 보인다. 현대식 건물로 길게 펼쳐져 있다. 오후 5시 10분 전이다. 절차를 밟고 기다린다. 오후 8시 30분 비행기다. S7이라는 러시아 저가항공기를 타고 간다. 인천에 오후 9시 40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여행이 끝이 났다.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8월 17일 경비- 버스비 42, 화장품 839, 케피르 47, 점심 한식 390, 메밀밥 75, 기차비 460, 짐 보관 140, 사와르마 150, 물,주스 100. (항공료 편도 블라디보스토크-인천 346,264원) 계 2,243루블 *20. 계=44,860원 항공료(편도.키시네프-민스크) 430,556원 포함 총경비 4,20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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