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산줄기 종주 첫날.
흔히 말하는 안면지맥을 종주하기 위해 우리부부는 오늘도 첫차를 타기위해 남부터미널로 갔다.
오차 없이 움직인 결과 6시 40분 태안 행 첫차를 탈 수 있었고 화장실까지 다녀올 수 있는 자투리 시간도 있었다.
안면도의 산줄기는 남북으로 이어주는 34,7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기도 하지만 많은 구간이 도로와 함께 하거나 아니면 그 옆으로 병행하기에 선답자 대부분이 가까운 도로를 이용했는지 산길의 흔적이 뚜렷하지 않아 종주를 하는데 애를 먹다가 국사봉(107.2m)에서 내려올 때는 쉽게 말하는 알바 길로 들어 포기하고 차도를 많이 이용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안면도 산길은 눈팅으로 즐기고 도로종주를 했다.
약간 떨어져서 보는 솔숲은 정말 멋졌다.
대한민국 어느 솔숲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솔숲이다.
비록 집사람과 같이하는 산행이라 할지라도 독도를 잘못해 생고생을 시켰을 때엔 나의 무능으로 인한 부끄러움에 차마 말은 못해도 미안한 마음만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도로는 바로 옆에 있는데 마루금이라며 길도 없는 가시잡목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는 나도 정말 싫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뇌성에다 번갯불이 번쩍이며 소나기를 퍼 붓는다.
시간상 좀 더 구간을 좁혀 놓을 생각이었지만 마침 터미널이 가까운 곳이라 부랴부랴 서울행 차를 타고 말았다.
씻는 것은 고사하고 손님 없는 차에서 옷까지 갈아입고 에어컨 바람을 쐬니 땀도 금 새 말라 보송보송해졌다.
사랑이 마술이 아니듯 산행도 마술은 아니다.
오로지 엄청난 에너지로 열과 성을 다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결과가 언제나 화려하지 못해 자신의 무능과 대충 대충하는 버릇에 가끔은 실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오늘도 많이 걸었다.
나에겐 별거 아닐지 몰라도 집사람에겐 부담되는 산길인데 잘도 따라 온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질지는 두고 보아야 알겠지만 오늘의 이런 시간을 같이하는 우리부부에겐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이고 행복한 순간인 것이다.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오늘 하루의 무사함에 감사한다.
첫댓글 멋진 안면도와 태안 등지 사진 잘 보았습니다.재미있는 글도 잘 보았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