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로흐너 Stefan LOCHNER(1400 - 1451)
쾰른 화파의 부드러운 양식
뒤러 이전에 가장 위대한 독일화가라고 할 수 있는 로흐너는 국제 고딕양식의 매력적인 지파인 쾰른화파의 대표적인 화가였다. 성서의 등장인물들은 천국의 정원, 천사들의 노래, 그치지않는 미소의 부드러움을 동경하는 매력적이고 시적인 전설의 영웅들로 나타났다. 궁정 미술의 우아한 분위기를 지닌 라인강 상류지역의 콘스탄스 호숫가에서 훈련받은 로흐너는 그 강의 경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서 알자스, 부르고뉴, 폴랑드르 화파들과 접촉했다. 그가 분명히 당시의 이탈리아 회화, 특히 프라 안젤리코의 회화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몇몇 학자들이 주장할 정도로, 그는 당시에 발달한 원근법을 잘 알고 있었다.
예를들면 쾰른 대성당의 다폭제단화의 측면 패널에 그려진 [수태고지]는 3차원의 공간을 강조하는 각도로 배치된 가구와 정밀하게 묘사된 집안에 있는 거대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대체로 조밀한 금색 배경이나 꽃으로 가득한 정원에 동화속의 인물을 배치하는 것을 선호했다. 1430년대에 로흐너는 쾰른에 정착했고 유행성 페스트가 돌던 1451년에 젊은 나이로 그곳에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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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
c. 1435, Oak, 124,5 x 172 cm
Wallraf-Richartz Museum, Cologne
[최후의 심판]은 쾰른의 성 로렌스 교회를 위해 제작된 다폭제단화 중 현존하는 중앙패널이다. 로흐너는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무수한 영혼들과 신성한 인물들을 중세의 전통대로 서로 다른 크기로 그렸다. 지옥의 생물들의 공포스럽고 혼란스런 형상은 베드로 성인이 지키고 있는 천국의 문을 향해 가는 축복받은 자들의 평온하고 질서를 이룬 행렬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망루가 있는 고딕식의 큰 문과 천사들의 합창은 멤링의 그다인스크다폭제단화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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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MASTER of Saint Veronica(active 1400-1420 in Cologne)
[수건을 들고 있는 성녀 베로니카] St. Veronica with the Holy Kerchief
c. 1420, Tempera on oak, 78 x 48 cm
Alte Pinakothek, Munich
괴테가 찬미한바 있는 이 패널화는 19세기 독일에 '르네상스 이전의 화가들에 대한 재발견'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미술사가들이 1395년에서 1425년 사이 도르트문트에서 쾰른에 이르는 화가의 생애와 미술의 경로를 추적하고자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화가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보는 이를 감동시키는 신성한 장면의 연출, 미묘한 색채의 사용, 얼굴의 부드러운 선과 옷주름에서 이 무명의 대가가 로흐너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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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c. 1440, Mixed technique on wood, 260 x 185 cm
Cathedral, Cologne
쾰른 시가 의뢰한 이 제단화는 로흐너 미술의 위대한 예이며, 1430년 유럽회화의 최고의 성취물 중의 하나이다. 중심장면은 쾰른 대성당에 있는 동방박사의 성골의 존재를 연상시킨다. 프레데릭바바로사가 밀라노에서 가져온 그 성골은 니콜라스 데 베르둔의 빛나는 성골함에 안치되어 있다. 성인들의 호화로운 외투, 기사들의 반짝이는 갑옷, 동방박사의 선물을 담은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함을 묘사하는 즐거움 속에서 로흐너는 마치 위대한 중세의 금세공인과 겨루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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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덩쿨의 성모 마리아] Madonna of the Rose Bush(Madonna of the Rose Bower)
c. 1440, Oil on panel, 51 x 40 cm
Wallraf-Richartz Museum, Cologne
쾰른 화가 로흐너는 마리아의 머리에 빛나는 왕관을 얹어 두었다. '레지나 첼리(Regina Caeli)', 곧 '천상의 여왕'이다.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니 '레지나 안젤로룸(Regina Angelorum)'의 품격이 덧붙였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굳이 옥좌를 마다하고 풀밭으로 내려왔다. 이탈리아에서 나온 '마리아 델 우밀타'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덕목을 드러낸다. 마리아가 소요하거나 휴식하는 '닫힌 정원', 곧 '호르투스 콘클루수스'는 천국의 신비스런 속성이자 처녀성의 은밀한 상징이다. 마리아의 가슴께에 진주 장식이 달려 있다. 장식물의 한복판에 양각으로 새겨진 동물은 일각수, 처녀의 품에 뛰어들어 못된 사냥꾼의 손아귀를 벗어난다는 동물이다. 피지올로구스의 기록이다. "일각수는 처녀를 발견하면 대번에 달려와서 품안에 뛰어듭니다. 순결한 처녀에게는 일각수를 꼼짝 못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수는 처녀에게 순종합니다."
성부와 성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푸른 옷 입은 천사 둘이 황금 휘장을 펼쳤다. 신성의 광휘가 눈부시다. 아기 천사들이 네 귀퉁이에서 시중하며 연주에 여념이 없다. 천사의 합주 장면은 훗날 종교화의 독립 주제로 떨어져 나온 뒤 다시 세속적인 콘서트 주제로 발전될 것이다.
오른쪽 흰 옷 입은 천사가 바구니에서 잘 익은 사과를 건넨다. 아기 예수가 사과 한 알을 받아 들었다. 선악과 사건에서 아담이 저질렀던 과실을 예수가 되돌린다는 뜻이다. 14세기 스웨덴의 비르지타가 보았던 환영이 사과의 의미를 풀이하는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마리아가 사과의 새로운 의미를 설명한다. "아담과 하와가 사과 한 알에 이 세상을 팔아 치웠듯이, 나와 내 아들은 한 가슴을 주고 이 세상을 되샀다."
예수와 마리아는 새로운 아담과 하와의 역할을 맡았다. 장미 넝쿨 사이에 피어난 흰 백합은 순결의 꽃이다. 비둘기 피처럼 붉은 장미는 사랑과 죽음과 부활의 상징으로 인용되었다. 마리아는 머리를 돌려서 수금 타는 천사를 내려다본다. 그 덕에 상체와 머리가 화면의 중심 축에서 조심스럽게 비껴 있다. 성모의 정감 어린 자세 앞에서 경배화를 보는 이의 마음도 물러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