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40 --- 그림자는 항상 검은 망토 한 벌이다
좋든 싫든 내 그림자와 동행하는 때가 많다. 아무 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따라나선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좀은 까탈스럽다. 아주 용감한 듯 겁이 많고 핑계도 많다. 앞에 서서 가다가 옆에 붙고 아예 뒷전에서 따라오는가 하면 어느새 삐쳤는지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신출귀몰하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자랑스러운 것은 어떠한 경우든 혼자서 삭이는지 불평불만이 없고 특별한 요구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하나만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권리를 주장하듯 뭐가 어떻고 제 주장만 늘어놓고 말썽이라도 피우면 정말 곤혹스럽고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고우나 미우나 그래도 내 그림자인데 그냥 몰라라 할 수만은 없지 싶다. 엄밀하게 말하면 나를 가장 많이 닮고 항상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동행한다. 외롭지 말라고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만큼의 노고는 인정해 주는 것이 그래도 도리이지 싶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오히려 초라해지고 염치없는 일이다. 그간 한 번도 제대로 거들어 주거니 보살펴 준 일은 없어도 어딘가 귀여운 모습이 있다. 어둡다고 안 나타나고 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숨어버리거나 잽싸게 각도를 틀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뭐라 나무랄 수 없다. 내가 일방적이었으므로 미안한 마음 들기도 한다. 사실 그림자와 하나라고 하면서 수없이 함께 다녔으나 한 번도 똑바로 마주 보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일이 없다. 내가 너무 했지 싶다. 어쩌면 그림자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구분하여 인정하지 않았지 싶기도 하다. 대수롭지 않아 무시하며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금껏 지내왔지 싶다. 그렇다고 그림자가 투덜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은 일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아예 무시했는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내가 아무리 밝고 화려하게 꾸미고 나서도 그림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항상 검은 망토 한 벌이다. 매무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섭섭해도 어쩔 수가 없다. 검소한 것인지 고집이 센 것인지 알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