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호 시인의 시집 『해부되는 정신의 과잉』을 받고 처음 느낀 것은 제목에서 풍기는 어떤 난해함이었다. 그렇지 않겠지만 말 그대로 따라가면 정신은 과잉되어 있고 과잉된 정신은 해부된다는 의미일 터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잉된 정신을 해부하는 것이야말로 시의 한 축이라 해도 그럴듯하다는 데에 이른다. 예술이 표상 혹은 재현으로서의 세계와 단절했을 때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어둠, 무의식, 죽음 등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신종호의 시는 그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시종일관의 태도를 보여준다. 살아온 내력으로 회한, 옛날, 귀로를 말하는 경우에도 보편적 감성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생경한 어떤 측면이 늘 배치되어 있다.
범박하게 이야기하면 기표와 기의 세계에서 누락된 존재에 대한 탐구는 그의 시를 어렵게 만든다. 그는 이미 합의된 기호로서 아름다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의 시에 끝없이 나타나는 그와 그녀, 나와 당신의 복잡한 수식적 관계는 기호의 혼돈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표와 기의의 합의에 포획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탐구의 형식이 그에게는 시라는 말이다. 신종호의 시를 읽으며 인간은 왜 투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이 시대에 우리의 싸움은 시의 운명과도 유사하게 패배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함께했다. 사유하고 시를 쓰고 끝없이 탈주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대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