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정체
고난은 고난으로 말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일깨우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큰 고난은
'암'이라는 질병일 것이다. 암은 암이 생긴이가 살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를 시험한다.
인간의 몸에는 60조개의 세포가 있다. 세포 하나하나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개월 살고
소임을 마치면 자살한다. 그 자리를 새로운 세포가 채운다. 죽어 없어지는 세포와 새로
태어나는 세포가 균형을 이루도록 인체는 평생 1경번 세포 분열을 한다. 1경은 1조 뒤에
0이 네 개 붙은 숫자다.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분열을 계속하다 보니 확률상 반드시 오류가 생긴다.
그런 오류로 자살하지 않는 '세포'가 암세포인 것이다.
암의 특징
① 무한증식: 죽지 않고 끝없이 분열하는 것
② 침윤: 주변 정상 세포 속에 파고들어가는 것
③ 전이: 인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새로운 식민지를 만든다.
현대의학이 잡아낼 수 있는 암은 무게 1g, 직경 1㎝가 정도다. 그 정도면 이미
암세포 숫자가 10억개는 된다. 단 하나의 암세포가 그만큼 늘어날 때까지
인간은 10~20년 까마득히 모르고 산다.
암은 다세포 동물의 숙명이다. 세포 분열 그 자체가 암의 가능성을 껴안고 있다.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는 생명체의 초기 발생 과정과 기초적인 세포 활동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명이 가능하게 해준 바로 그 유전자가 죽음을 불러오는 것이다.
암 유전자를 박멸해 암 유전자로부터 자유로운 생물을 만든다는 것은 생명체 자체를
죽이는 것이다.
암의 근원엔 삶을 끈질기게 이어 나가려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가령 암이 항암제에
끈질기게 저항하는 이유는 HIF-1이라는 유전자가 작용하기 때문인데 이 유전자는
생물에게 가장 혹독한 환경 조건인 저산소 상태에서도 그걸 극복하고 살아남는 능력의
유전자다. 좋든 싫든 잠수를 해 보라 어떻게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랜덜 존슨 교수가 쥐의 유전자를 조작해 HIF-1 유전자를
무효화시키는 실험보고를 했었다. 그 결과 쥐는 태아 단계에서 어김없이 죽었다.
HIF-1은 쥐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전자라는 뜻이다.
암은 생명력 그 자체이다. 암에 걸렸다면, 암을 죽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암과
사이좋은 동반관계를 유지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서로가 한몸에서 잘 살아갈 방법을 찾는것
또한 소중한 가치가 있다. 어짜피 내 몸의 나는 3% 뿐이다. 그 나머지는 외래의 것과 박테리아,
세균 등공생 관계들이다. 생물학적으로 나는 97%를 지배하려는 욕심쟁이 주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