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를 먹으며
김광규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왔다
우리가 하나님과 비슷하거나
하나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릐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완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리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모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ㅁ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돠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인물 정보
- 김광규 (Kim Kwang-Kyu) 대학교수, 시인
- 출생
- 1941년, 서울특별시
- 소속
- 한양대학교(명예교수)
- 학력
-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 데뷔
- 1975년 문학과 지성 등단
- 수상
- 2018년 제30회 정지용 문학상
2007년 제19회 이산문학상 - 경력
-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