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권위와 인습, 폭력과 차별에 맞서 싸운 그림책계의 반항아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천재 작가 토미 웅게러가
희망 없는 세상에 남긴 희망의 묵시록
“세상은 무서운 곳이지만, 그리고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때때로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재능을 부여받은 사람은 공공선을 위해 그 재능을 써야 한다.
그것이 재능을 부여받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에리히 캐스트너상 수상 소감 중에서
개요
새도, 나비도, 생쥐도 사라지고, 풀과 나뭇잎은 시들어 버리고, 꽃들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달로 떠난 뒤, 홀로 지구에 남은 바스코는 자신의 그림자를 따라나선다. 딱 때맞춰! 그림자는 바스코를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이름의 생명체에게로, 다시 그의 아내와 아기 포코에게로 이끈다. 딱 때맞춰! 그림자가 이끄는 대로 희망 없는 세상을 종횡무진하는 바스코와 포코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림책계의 반항아, 1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천재 작가 토미 웅게러의 유작.
아무것도 아닌 어린 것을 위하여,
그림자에 기대어 세상 끝까지!
《Non Stop ;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는 그림책계의 반항아 토미 웅게러가 2019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인생에 종언을 고하는 작업이 하필 세상의 종말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도 웅게러답다.
새도, 나비도, 생쥐도 사라지고, 풀과 나뭇잎은 시들어 버리고, 꽃들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달로 떠나고 한 사내만 홀로 잿빛 지구에 남았다. ‘바스코’라 불리는 사내는 텅 빈 거리를 배회하다 자신의 그림자를 따르기로 한다.
그림자는 모퉁이를 돌아 피하라고, 길 건너로 달아나라고 바스코에게 경고한다. 딱 때맞춰! 그리고 바스코를 ‘아무것도 아닌(Nichts/Nothing)’이라는 생명체에게로 이끈다. “내 아내에게 편지 좀 부쳐 줘. 그녀가 사라졌어.” 아무것도 아닌의 부탁은 삶의 목적도, 의미도, 이유도 잃어버린 바스코에게 ‘편지를 전한다’는 목적을 부여한다.
바스코는 간단히 무시해 버릴 수도 있는 그 목적을 부여잡고 그림자에 기대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밀려드는 쓰나미를 피해 어디로 떠밀려 갈지 모르는 방주에 오르고, 나무통 하나에 의지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방주에서 탈출하고…….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버려진 병원에서 바스코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의 아내와 그들의 어린 것이다. “우리 아기 포코를 데려가 줘. 부탁이야!” 그녀는 자신들의 어린 것을 바스코에게 건넨다. 딱 때맞춰!
바스코는 포코를 품에 안은 채 또다시 길을 나선다. 지난 여정 못지않게 험난한 여정 내내 바스코의 시선은 아무것도 아닌의 어린 것, 포코의 얼굴에 붙박여 있다. 그 사랑스러운 얼굴만이 삶의 목적이고 의미이고 이유라는 듯이. 그림자는 이제 둘이 된 일행을 또다시 어딘가로 이끈다.
“희망하지 말고 대비하라! Don’t hope, cope!”
죽어가는 세계가 보내는 마지막 경계경보
《Non Stop ;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는 웅게러의 대표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쾌한 색과 유려한 선도, 둥근 얼굴 가득 낙천적인 웃음을 머금은 등장인물들도 찾아볼 수 없다. 악몽에나 나올 법한 불길하고 음울한 색과 날카롭고 딱딱한 선으로 이루어진 디스토피아를 종횡무진 누비는 주인공의 얼굴은 모자챙과 그 그늘에 가려 표정조차 읽을 수 없다. 바스코가 어떤 얼굴로 콧노래를 부르고 휘파람을 불며 터덜터덜 걸어가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대신 바스코가 선 그 자리에 자신을 세워 볼 수는 있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아 볼 것인지, 자포자기하고 말 것인지…….
그 어떤 예측도, 낙관도 할 수 없는 멸망 직전의 세계에서 바스코가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그 자신에게서 뻗어 나온 그림자뿐이다. 어떤 이에게는 내면의 목소리로도, 어떤 이에게는 신으로도 읽힐 터인 그림자는 번번이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바스코를 구해낸다. 그리고 조언한다. ‘DONT HOPE COPE(희망하지 말고 대비하라)’. 이 문구가 새겨진 벽 너머에서 바스코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그 존재의 이름이 ‘아무것도 아닌(Nichts/Nothing)’인 것도 자못 의미심장하다.
아무것도 아닌의 어린 것, 포코를 데리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안식처를 찾아 떠나는 바스코의 여정은 코맥 매카시의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 《로드》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아들을 살리려 길을 나선, 아들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경계하고 불신하며 죽어간 《로드》의 아버지와 달리, 바스코가 살리고자 하는 것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어린 것을 구하는 일은 곧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 된다.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죽음을 앞에 두고 토미 웅게러는 왜 이 작품에 매달렸을까? 어쩌면 우리의 본능은 우리 세계가 한 발 한 발 멸망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내면에서 울려 대는 경계경보를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 토미 웅게러는 그런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희망하지 말고 대비하라! Don’t hope, cope!” 세상이 언제까지고 안전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말라고,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경고를 더는 외면하지 말라고, 모든 어린 것을 구하는 일이 곧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첫댓글 경험과 희망의 선택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