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By 이규상
비밀의 화원에서ᆢ
88한 나이에 ᆢ
지푸라기 잡을 힘으로도ᆢ
99금을 끄적거릴 수 있는ᆢ
그런 멋진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가 남자여도 좋고ᆢ
여자여도 좋다.
마른하늘 보다는
비와 눈을 더 좋아하여
빠질 수 있는 친구ᆢ
카페에서 흐르는
클래식의 이름을 몰라도
곡을 즐길 줄 아는 친구ᆢ
내가 힘이 들거나
큰 잘못을 저질러도
면박보다는 무언의 포옹으로
들어주는 친구ᆢ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쓰디쓴 커피를 뿌려 마실 줄 아는
친구ᆢ
아무 준비도 없이
나를 차에 태워 동해나 남해를
무작정 달리는 무모함도
때론 매력으로 보이는 친구 ᆢ
악몽과 현실을 넘나들며
쉰소리 해도
현실과 악몽을 살 발라내지 않고
그대로 들어주는 친구 ᆢ
반짝이는 구리거울도
매일 손으로 문지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친구ᆢ
시를 사랑하고
시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친구ᆢ
말과 글을 어렵게 하지 않고
쉽게 전달한는 친구ᆢ
가끔은 스테이크 보다
시장의 어묵을 더 맛있게 먹는 친구ᆢ
수염을 밀지 않아도
화장을 하지 않아도
자연산 그대로인 게 아름다운 친구ᆢ
그런 친구가
마음 곁에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 어느날
홀연히 반딧불처럼 사라져도
결코 슬퍼하거나 외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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