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19 (화) “조용한 공천 毒 됐다”… ‘조국 바람’에 휘청
4·10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국민의힘에 위기론이 대두됐습니다.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발표된 지역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후보 상당수가 열세로 나타나는 등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의 ‘당정 갈등’도 수도권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언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 위기론의 실체를 선거의 3대 요소인 인물·구도·바람으로 분석해 봤습니다.
◆ 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 낮아
먼저 후보 경쟁력입니다. 서울의 한강벨트, 부산·경남(PK)의 낙동강벨트 등 주요 격전지에서 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낮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서울의 당 지지율은 45%였지만 지난주에 나온 중·성동갑, 광진을, 마포을, 서대문을 등 핵심 격전지의 후보 지지율은 30%대였습니다.
한국갤럽이 3월 12~14일 조사하고 3월 15일 발표한 자료(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는 당 지지율이 30%로 한 주 만에 15% 포인트 급락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조용한 공천이 오히려 독이 됐다”며 “우리 후보들은 대부분 원외와 신인인데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들과 비교해 인지도와 조직력 측면에서 밀린다”고 진단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의 인기가 후보에게 전이되지 않는 점도 문제입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격전지를 훑으며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한동훈’을 외치는 소리만 들리고 한동훈 위원장과 연단에 오른 지역구 후보를 연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한동훈 위원장 측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도 자기 인기로만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수도권 (출마 인사) 위주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선임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습니다.
◆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로 흘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은 ‘정권 심판론’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의 국회 독재 심판’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역부족입니다. 당정 갈등의 향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정권 심판론은 쉬이 잦아들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당 입장에서는 간신히 만들어 놓은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이 선거 전면에 등장하면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바람’은 어떨까요. ‘한동훈 효과’와 ‘민주당 공천 파동의 반사 효과’로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을 맛봤지만 본선에 돌입하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대표적입니다. 조국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을 내세우고 “느그들 쫄았제”라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의 의석수나 향후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여당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인물·구도·바람 어떤 측면에서 봐도 여당에 악재입니다. ‘최근 5번의 총선 중 여당이 4번 이겼다’는 식의 요행을 바라긴 어렵습니다. 이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 돌았던 ‘10년 주기설’처럼 허망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 총선 다가오자 ‘한동훈 효과’ 주춤… 조국 ‘韓특검법’ 내세워 바람몰이
중도층은 오는 3월 21~22일 공식 후보 등록을 하고 3월 28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쯤 마음을 정할 겁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국민의힘은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요. 당 안팎의 사람들은 모두 정책으로 ‘명확한 콘셉트와 메시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동훈 위원장을,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유권자는 모두 ‘미래 비전’을 보기 때문이라는 거죠.
선거대책위원회는 3월 18일 회의부터 일제히 물가, 저출산, 의대 정원 증원 등의 정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당정 갈등으로 주목도가 떨어졌습니다. 당 관계자는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이나 뉴타운 등 ‘먹히는 공약’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한동훈 위원장의 대표 상품인 ‘격차 해소’를 의료, 문화, 교육 등에 접목해 시리즈로 내놔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당 관계자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 위기론이 불거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4월 10일 선거일에 상승 국면이냐, 하강 국면이냐가 성적표를 좌우한다. 우리가 지금부터 명확한 비전을 보여 주면 다시 상승세로 바뀔 수 있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한동훈의 말’을 듣고 표를 줄 것이다.”
“대통령도 황당”… 한동훈 영입인사 비례 안착, 친윤은 후순위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월 18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석열계 사이에 마찰음이 노출됐다.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의힘에서도 공천 막바지에 갈등이 터져나온 것이다. 국민의미래는 이날 최보윤(45)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인권경영위원(변호사)을 1번에 배정하는 등 비례대표 후보 35명을 발표했다.
2~7번엔 ‘탈북 공학도’ 박충권(38)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최수진(55) 한국공학대 특임교수, 진종오(44) 대한체육회 이사, 강선영(57) 전 육군 항공작전사령관, 김건(57)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소희(50)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등 한동훈 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이 자리 잡았다. 인요한(64) 전 혁신위원장(8번),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약 넉달 만인 지난 2월 형 선고 실효 및 복권된 김장겸 전 문화방송 사장(14번)도 안정권에 들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이 발표되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당 사무총장 출신이기도 한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미래 후보 공천 결과는 당을 위해 헌신해온 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해 당을 위해 헌신해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3월 21~22일) 전까지 바로잡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해온 사무처 당직자는 당선권에 한명도 포함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특히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고, 비대위원 2명이 비례대표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체제의 비상대책위원인 김예지 의원(비례)이 이번에도 당선권 순번인 15번을 받아 ‘비례 재선’ 가능성이 크고, 역시 비대위원을 지낸 한지아(45)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부교수(11번)가 당선권에 안착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철규 의원의 반발은 특히 주기환(63) 전 광주시당 위원장을 당선권 밖으로 분류되는 24번에 배치한 데 대한 불만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기환 전 위원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2003년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때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주기환 전 위원장은 호남 출신이기도 한데, 이날 발표된 비례대표 후보 20번 이내에 호남 출신 인사는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뿐이다.
주기환 전 위원장은 “오늘 국민의미래 공관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광주 배려는 아예 없었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비례대표 명단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도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일준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1번인) 최보윤 변호사는 사법시험 이후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어 정상인과 장애인을 모두 이해하시는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장애인을 ‘정상인’이라고 일컬은 것이다.
反尹 복수혈전… 박은정·조국 혁신당 비례 첫 주자
조국혁신당이 3월 18일 조국 대표와 박은정 전 검사, 황운하 의원 등 '반윤(反尹·반윤석열)' 인사를 4·10 총선에 나설 비례대표 후보로 앞세웠다. 조국혁신당이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순번에 따르면 박은정 전 검사와 조국 대표는 후보 20인 중 각각 남녀 1등을 차지해 나란히 비례 1·2번을 받았다. 선거인단 10만7000여명이 투표한 결과다.
검찰 내 대표적인 '반윤' 인사였던 박은정 전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 의혹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과도한 '먼지떨이' 수사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반윤 인사도 비례 10번 안에 안착했다. 황운하 의원(비례 8번)은 문재인 정부 당시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그는 3월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비례 10번을 받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했단 이유로 2022년 직위 해제됐다.
차규근 전 본부장은 관련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재판 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조국혁신당의 비례후보를 두고 사실상 반윤 인사의 '복수혈전 리스트'라는 평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영입인재 1호인 신장식 변호사는 비례 4번을 받았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였으나 지난 2월 하차했다. 신장식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밀려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비례 3번은 이해민 전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5번은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받았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비례 6번 후보로 배치됐다. 가수 리아로 알려진 김재원 백제예술대 겸임교수는 7번 주자로 나선다. 민주당을 탈당해 혁신당에 간 정춘생 전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은 9번으로 배치됐다. 이날 발표된 비례 순번은 3월 17~18일간 당원 및 국민참여인단 투표로 결정됐다.
이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3월 11~15일)에 따르면,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 물음에서 조국혁신당은 26.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비례 정당인 국민의미래는 31.1%,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1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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