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이사 자주하지 말자
가능하다면 좀 불편해도
나이 들어 이사 자주하지말자
마음자리 잡는데 3년 걸린다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모르고 살아가는 기간이 1년
알아가면서 사는 기간이 1년
싫증나서 살아가는 기간이 1년이다
몸 쇠약한 사람 병들어 시드는 시간만 늘어 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전 공전의 빠른 회전에 적응해 살자면 동물세계의 늘보처럼
터줏대감으로 머물러 살면
오래 살 수 있다 남 보기에는 느린 것 같이만
그들은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낙락장송도 붙박이로 오래 살다보니 장수하는 것이 아닌가
명문대가들 삶의 거주지도 옮겨 삶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오래 터를 잡고 살아옴을 본다
모자람이 있으면 비보사상으로 적응하며 살기에
경제적 부귀도 누리고 위대한 인물도 태어난다
마음의 안정과 보편성에 명당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다
유목민은 정체성이 없다 그들은 먹이와 삶을 유지하기위해 떠다님이다
광활한 면적을 넘나들며 살아도 지구촌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옮겨 다닐 때마다 손실과 버림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함은 오랜 정체성의 거주지에 대한 그리움이며
적응에 익숙했던 관습이 향수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향이 없다면 많이 이사 다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랑도 그리움도 배어들고 흡수시켜지는 과정의 나들목에서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까
노년에 이사 다니는 것은 좋은 삶이 아니라 생각된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자면 익어가는 가을걷이를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
어슴푸레한 삶에 지쳐 인생 종치는 일만 가까워질 뿐이다
가뜩이나 환경적응의 사고방식이 좁아지는 나이에
실생활이 어렵고 적응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멀리 떠나 객지에 빌붙어 삶에 수구초심을 더욱 느끼게 되어 있다
뒤돌아보면 태어 낳던 그 자리 정체성이 있기에
연어의 모천회귀와 같이 고향이 그리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꿈에 본 고향도 붙박이 근성의 잠재된 압축의 표현이다
조금 불편해도 덜 행복해도 있는 그 자리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편리함을 터득한다면
느긋함의 게으름도 빠름을 앞서가는 삶의 방편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나이 들어 이사자주하면
노인정에서도 외톨이 객고를 벗어나지 못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현법 / 유 재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