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대한 논쟁
김경수
오늘 하루에 대해서 논해봅시다.
세월에 떠밀려 사람들은 가도 산은 그대로 있고
오늘 하루의 얼굴은
장님 앞에 떨어지는 햇살 같은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비가 오고 구름이 떠 있고 파도가 칩니다.
사랑은 없고 사랑의 흔적만 묻어있는 시간이 화물열차에 실려 오고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세월을 실은 기차처럼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은 사람을 버리고 우정도 버리고 가슴에 못을 박고 떠납니다.
폭풍이 불자 걸어가는 사람이 없어 의자가 걸어갑니다.
의자는 잠시 뒤 멀리 날아갑니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오늘 하루가 정의를 내립니다.
사랑은 있으나 사랑은 없고
시인의 하루만이 아름답습니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기억은 날카로워 가슴을 베입니다.
오늘 하루는 잠에서 깨어나 침묵하는 풀잎입니다.
오늘 하루는 이별을 노래하는 소설입니다.
오늘 하루는 카페에서 돈을 지불하고
젊은 여인에게 커피를 건네는 노년 남자의 뜨거운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는 커피의 관점에서 시작합니다.
다시 만나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기다리며
달콤하지만 쓰기도 한 사랑에 속을지라도
세상 끝날까지 사랑을 기다리며 노을처럼 저문다는 문장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희망은 액체일까요? 모래일까요? 연기일까요?
착한 사람이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닌 인생에서
시련을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왠지 슬퍼 보이네요.
인생은 슬프기만 하지는 않고 기쁘기만 하지도 않아
그냥 그대로 혼돈에 취해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니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은 미래의 희망을 믿지 않는데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떤 빛깔이며 어떤 맛인가요?
김경수/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편지와 물고기』,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달리의 추억』,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다른 시각에서 보다』,『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문학ㆍ문예사조 이론서 『알기 쉬운 문예사조와 현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