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숲에 가면 (습작02)

[눈솔 강판순]

숲속의 그 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구들을 그리며, 음치의 습작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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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 가면] 

그 숲에 가면 향기가 있다.
나뭇가지 틈새 빛살 쏟아지면
책 속에 묻어둔 
빛 바랜 추억, 
그 추억이
엎드린 뿌리 잎마다 
그대만의 꿈이 된다.

그 숲에 가면 소리가 있다.
잎새 깨우는 소나기 지나가면
골짝 돌아 여울지며
부딪치는 욕망, 
그 욕망이
여태 못다한 말들로 
그대만의 노래가 된다.

그 숲에 가면 그림이 있다.
굽은길 모퉁이 바람 불어오면
가랑잎에 남겨진
색깔 짙은 흔적, 
그 흔적이
발가벗은 가슴 저며
그대만의 시가 된다.

그 숲에 가면 감촉이 있다.
시린 하늘가 눈 덮여오면 
발자국 없이 다가오는
손 닿을듯한 죽음, 
그 죽음이
두려움 없는 몸짓으로
그대만의 기도가 된다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