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소설
“내가 누구야?”
“........”
그녀는 여전히 내 손을 만지면서 웃고 있었다.
나는 무의미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아무도 못 알아 볼 겁니다. 너무 심해요”
원무과 직원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녀의 지나온 세월은 그녀만이 알고 묻혀 버릴 것이 뻔했다. 나의 세월도 그녀에게 말 해 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남동생 대학 보내려고요.......”
50 년 전의 그녀의 딱 한 마디 말만이 모든 것을 감싸안을 뿐이었다.
그날, 묵호의 깡패들과 싸움을 하고 선물로 받은 그녀였다.
늙은 여자의 안내로 그녀가 방에 들어 왔을 때, 그녀는 늦가을의 옷차림이 아니었다.
엷은 싸구려 망사 옷을 살짝 걸치고 있었다.
첫 경험 치고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 한마디에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느낌이었다.
날카로운 칼이 온 몸을 후벼파고 있었다.
남동생 대학을 보내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니, 나는 대학에 가기 싫어 사고 치고 돌아치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 한마디에 나의 온몸은 얼어붙은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 한마디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다녔던 학교 선생보다 훌륭했다.
“이쁘다......”
나의 말에 그녀가 알아들은 듯 빙긋이 웃었다.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보았다. 50 년전 딱 한 번 보았던 얼굴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흑산도 그녀의 남동생과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소식을 알고 싶어 찾아갔다.
그녀가 몸을 팔아 대학을 보낸 남동생이라면, 무슨 말이라도 묻고 싶었지만, 다만 그녀의 소식만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