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용 난처럼 기를 수 있는 石蘭
▶한 포기 고란초는 오늘도 푸르다
백제의 옛땅 궁터 충청남도 부여군․읍 쌍북리. 그곳 부소산扶蘇山 북쪽기슭 벼랑아래 백마강白馬江을 굽어보며 조그만 암자가 있었다. 백제후예들의 슬픈 혼들이 서려 있는 고란사皐蘭寺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아래 울어나 보자.
백제의 멸망과 함께 고란사도 소실되었으나 고려 현종 19년 서력 1028년 백제의 유민들이 낙화암에서 한줄기 광풍에 풀꽃처럼 져버린 삼천궁녀들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중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절 뒤 큰바위 틈새에는 옛 백제의 영화를 잊지 못하듯 늘푸른 고란초皐蘭草가 돋아있고 그 아래 백제왕이 마셨다는 고란정皐蘭井 우물이 있어 절 이름을 고란사皐蘭寺라 했단다.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오로지 찢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오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 같구나.
해방전가요 「꿈꾸는 백마강」
김용호 작사․이인권 노래
누구라 알리요. 백제국 600여년을 지켜온 사직社稷을 용龍도 죽고 나라도 망하고 삼천궁녀도 낙화落花 되어 갔다. 폐허가 된 사직단에 소슬바람이 불어 고란사 저녁 종소리는 지금도 가슴에 사무쳐 우는데 그때의 인걸들은 어디로 갔나. 개울물처럼 흘러가는 무심한 세월 그래도 만고萬古에 변함없이 떠도는 구름, 백마강 달빛도 천추天秋에 밝고 한 포기 고란초皐蘭草는 오늘도 푸르다.
황혼이 깃든 고란사에 배를 대었네
갈바람에 홀로 누각에 오르니
나라는 망했으나 구름을 만고에 변함없고
꽃은 졌으나 달은 천추에 다름없이 밝도다.
晩泊皐蘭寺 西風獨倚樓
龍亡雲萬古 花落月千秋
「백마강회고」 호서기생 秋香
▶늘푸른 질긴생명력 희귀약초
고란초와 형제같이 닮은 식물이 석위石韋다. 그래서 고란초과에 속해 있고 여러해살이 상록성 초본양치식물이다.
식물들 중에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자손을 남기는 초목들을 현화종자식물顯花種子植物-꽃식물이라하고,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도 맺지 않으면서 포자낭-홀씨주머니 안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포자-홀씨를 잉태시켜 자손을 번식시키는 식물을 은화포자식물隱花胞子植物-민꽃식물이라 한다. 민꽃식물의 대표적인 것이 양치식물이다. 이러한 양치식물 중에서도 석위는 고사리 같은 가을낙엽성 양치식물과는 달리 겨울찬바람 눈 속에서도 늘푸른잎의 질긴 생명력을 가진 희귀식물이다.
석위는 주로 암벽의 틈새와 계곡절벽 바위에 붙어 살아가는데 뿌리가 줄기처럼 길게 뻗어가며 자란다. 뿌리줄기는 다갈색 비늘조각들로 덮여있고 타원형 잎은 길이 10~25cm이며 잎 뒷면에는 깃털모양을 한 입 맥이 뚜렷하고 별처럼 생긴 갈색의 털이 있다. 포자낭은 잎 뒷면에 골고루 퍼져 있으며 그 형태는 둥글고 6월에 만들어져서 9월경에 익어 떨어져 이듬해 봄에 싹을 틔운다.
고란초과에 속하는 식물은 열대지방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 살고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이남에 분포하고 석위와 비슷한 품종으로 세뿔석위, 애기석위, 산일엽초들이 자생한다. 고려 이두향명으로 석화石花라 했고 속명으로 바위옷이라 한다. 단풍잎을 닮은 세뿔석위는 독특하며 가정에서 관상용 난처럼 많이 기르고 있다.
▶석란이라 부르는 생식기질환 명약
한방에서 석위를 한문이름 석피石皮 석란石蘭 석검石劍이라 한다.
약성은 평하고 맛은 달고 쓰며 폐와 방광에 작용한다. 청폐淸肺 즉 폐를 맑게 하고 폐열을 내리는 효능과 비뇨기와 생식기질환 급성요도염, 임질, 방광염, 신장염, 요로결석들에서 약효가 탁월하며 소염․이뇨작용을 나타낸다.
약리실험에서 석위는 황금포도알균, 변형막대균, 대장막대균들에 대하여 억균작용을 하며 애기석위는 기관지염, 기침멎이와 진해, 거담, 평천의 효능이 밝혀졌다.
특히 임질로 인한 피오줌 소변불통에 즉효약으로 쓴다.
민간에서는 신장을 이롭게 하여 정기를 돋구는데에 응용되어 왔다.
약초 채취시기는 봄부터 가을사이에 잎과 뿌리줄기를 거두어 잔뿌리를 따버리고 잎 앞뒤 솜털을 쓸어버린 다음 잘게 썰어두고 쓴다. 하루쓰는 양은 말린 약재 6-12g물로 달이거나 곱게 가루내어 복용한다.
석위는 현대의학에서 사포닌, 플라보노이드, β-사이토스테롤 등의 성분이 확인된 약재이다. 동의학에서 석위의 잎과 더불어 애기석위, 세뿔석위, 고란초의 잎도 함께 약으로 쓰고 있다.
석위는 약으로도 훌륭하지만 고란초과의 식물들은 그 잎들이 두텁고 늘푸른 식물이어서 겨울창가에 오래된 기와장이나 두꺼운 껍질을 가진 고목 혹은 돌 하나 세워 암벽을 만들고 키워보면 운치가 있다. 잎 뒷면에 생기는 성모星毛-별 모양의 솜털과 꽃 없이 씨앗을 탄생시키는 포자낭도 신비롭다. 그래서 석란石蘭이라 했다.
<艸開山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