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82 - 남극을 가장 멀리 횡단하다 개썰매로 5,920km 달린 윌 스티거(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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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4.29. 23:17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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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남극을 가장 멀리 횡단하다
개썰매로 5,920km 달린 윌 스티거(1990년)
요약 윌 스티거는 미국 탐험대를 이끌고 북극점에 가다가 에티엔을 만나 남극 대륙을 같이 횡단하기로 약속했다. 둘은 가장 긴 코스를 골라 개썰매로 횡단하기로 했고 남극횡단탐험에는 총 여섯 명이 참가했다. 220일 만에 윌 스티거와 남극횡단탐험대는 개썰매로 5,92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허스키도 옷을 입고
남극 대륙을 가장 먼 거리로 횡단하는 데 도전한 윌 스티거 탐험대가 1990년 2월 15일에 겪은 체감 온도는 영하 87도였다.
윌 스티거가 개썰매를 이용해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첫 기록을 세우려고 마음먹게 된 것은, 1986년 미국 탐험대를 이끌고 북극점을 향해 가다가 장 루이 에티엔을 만나고부터이다. 스티거는 그때 중간에 재보급을 받지 않고 북극점에 도달하는 최초의 모험에 도전했었고, 에티엔은 사상 최초로 혼자 걸어서 북극점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 넓은 북극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두 사람은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다음에 남극 대륙을 같이 횡단하기로 약속했다. 그때까지 남극은, 1911년 아문센이 개썰매로 극점을 왕복(2,993km)한 이래 비비언 푸크스 박사가 이끄는 영연방 남극횡단탐험대와 지구를 세로로 일주한 레널프 파인스 등이 차량을 이용했고, 걸어서 대륙을 횡단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남극 대륙은 한쪽은 쑥 들어가고, 한쪽에는 길이가 1,300km나 되는 꼬리(남극 반도)가 달려 있어, 남극점을 통과해 대륙을 횡단하는 거리가 가지각색이다. 제일 짧은 코스는 2,500km 안팎이고, 제일 긴 코스는 6,000km 가까이 된다. 스티거와 에티엔은 가장 긴 코스를 골라 개썰매와 스키로 횡단하기로 한 것이다(이들이 이 일에 성공하기 19일 앞서 라인홀트 매스너가 스키를 타고 2,480km를 걸어서 최단거리로 횡단했다).
남극 대륙을 최장거리로 횡단할 남극횡단탐험대는 여섯 나라에서 여섯 사람이 참가했다. 윌 스티거(미국) 장 루이 에티엔(프랑스) 제프 소머스(영국) 빅토르 보야르스키(소련) 후나쓰 게이조(일본) 킨 다헤(중국). 이들은 가장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국제적으로 협력하는 본보기를 보인다는 취지에서 모였다.
1989년 7월 남극 반도 끝에 있는 실누나타크스 기지에 모인 여섯 사람은, 7월 27일 500kg씩 나가는 짐썰매 3대와 개 40마리를 이끌고 출발했다. 그들은 매일 30km씩 걸어 일곱 달 만에 6,000km를 주파하기로 했다.
1989년 8월 6일 : 출발할 때 영하 2도이던 날씨가 11일 만에 영하 18도로 떨어졌다. 바람도 시속 120km로 거세졌다. 게다가 화이트 아웃(온세상이 흰색이어서 방향 감각을 잃음)과 크레바스(땅이 깊게 갈라진 틈바구니)가 이들의 전진을 더디게 했다.
8월 21일 : 바람이 더욱 거세져 항공기로부터 식량을 보급 받을 수가 없었다. 1년 전 비행기를 타고 와 군데군데 마련해둔 데포를 찾았지만 50cm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3m짜리 깃대를 찾기란 불가능 했다.
9월 17일 : 800km 지점을 통과했다. 여섯 사람은 하루 종일 눈보라 속을 엉금엉금 기었다. 그동안 데포를 두 군데나 찾지 못하고 지나쳤기 때문에 식량을 줄여 배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개들에게는 사람이 먹으려고 준비한 비상 식량을 주었다.
눈 녹인 물을 마셨는데, 눈을 녹이는 데 3시간이나 걸렸다. 고통스런 것은 식량뿐이 아니었다. 모두 입술이 터지고 뺨이 얼었으며, 안경마저 얼어붙었다. 손가락 끝이 심하게 갈라져 움직일 때마다 너무나 아팠다.
9월 27일 : 2,000km 지점을 통과했다. 날씨는 최악이었다. 눈이 쏟아지고 안개가 낀 데다 바람마저 심했다. 후나쓰가 이끌던 개들이 지쳐서 쓰러지는 바람에 사람 넷이 썰매를 밀었다. 개먹이는 이틀치밖에 안 남았는데 데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무선 연락이 끊긴 지 한 주일째이고, 비행기가 뜬다 해도 탐험대를 발견하기란 불가능한 날씨였다.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모여 앉았다. 누군가 보스토크에 도착해 두세 사람을 비행기로 후송하면 짐이 줄어 전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머스가 그 말에 반대했다.
"모두 같이 가든지, 아니면 모두 그만 두는 거야.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한 거니까."
모두 찬성했다. 절망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기로 했다.
9월 30일 : 개먹이가 떨어졌다. 눈이 허리까지 차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급품을 싣고 온 비행기가 탐험대를 발견했다. 에티엔과 스티거는 감격한 나머지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10월 15일 : 사흘 간격으로 닥쳐 오리라고 예상했던 폭풍은 60일 동안 계속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속에 파묻힌 개들과 썰매를 꺼내기 위해 2시간 넘게 눈을 파헤쳐야 했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견디다 못해 그 강인한 허스키 개들이 하나 하나 죽어갔다. 스티거를 따라 북극점에 다녀온 명견 팀도 얼어 죽었다. 다섯 살짜리 팀은 털 속에 스며든 눈이 얼어붙어 기력이 쇠잔해지자 시름시름 여위더니 끝내 죽었다.
12월 11일 : 미국의 아문센 · 스콧 기지에 도착했다.
12월 14일 : 기지에서 사흘을 쉬고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해발 3,500m나 되는 고지와 맞닥뜨렸다. 허덕허덕 썰매를 밀고 고지에 오르니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빠 썰매를 다루거나 천막을 치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여기에서 사스투르기 평원과 마주쳤는데, 파도 같은 빙판이 펼쳐져 있어 썰매를 밀거나 스키를 타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그저 어기적어기적 걸을 수밖에 없었다.
1990년 1월 3일 : 평균 기온이 영하 30도쯤 되었지만 바람이 덜 불어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 오히려 날마다 되풀이되는 '하얗고 단조로운 세상'이 더 고통스러웠다.
1월 18일 : 기온이 영하 44도까지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소련의 보스토크 기지에 도착해 사우나로 몸을 풀 수 있었다.
2월 6일 : 영하 48도.
2월 15일 : 바람이 거세게 불어 탐험대원들의 체감 온도는 영하 87도였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3월 1일 : 목적지를 겨우 26km 남겨놓고 뜻밖의 사고가 일어났다. 폭풍이 심해 모두들 천막에 갇혀 있었는데, 오후 4시 30분쯤 개에게 먹이를 주러 나간 후나쓰가 돌아오지 않았다. 눈보라가 심해 천막 주변에서 방향을 잃고 실종된 것이다. 대원들이 서로 줄로 몸을 묶고 플래시를 비추며 밤새 찾았으나 헛일이었다.
3월 2일 : 날이 밝자 다시 목이 터져라 후나쓰를 찾았는데 마치 유령처럼 눈보라 속에서 그가 나타났다. 그는 방향을 잃자 눈구덩이를 파고 그안에 들어가 무덤처럼 쌓이는 눈더미에 숨구멍을 뚫어 놓고 밤을 꼬박 지새웠다고 했다.
3월 3일 : 220일 만에 여섯 사람은 5,92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끝내고 미르니에 있는 소련 과학 기지에 도착했다.
▼ 그 전 기록은 * 1990년 / 2월 라인홀트 메스너가 남극 대륙 걸어서 횡단 ▼ 그 뒤 기록은 * 1996년 / 12월 현재 네 팀(허영호 · 파인스 · 오우슬란 · 카민스키)이 재보급 없이 남극대륙 걸어서 횡단중 [네이버 지식백과] 남극을 가장 멀리 횡단하다 - 개썰매로 5,920km 달린 윌 스티거(1990년) (세계 탐험사 100장면, 2002.7.18., 이병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