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마와 얼굴 윗부분을 맞댄 채로 63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 최고령 샴 쌍둥이(conjoined twins, 결합 쌍둥이)로 공인된 로리와 조지 샤펠이 지난 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NBC 투데이쇼가 13일 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 매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함부르크의 한 장례업체가 발행한 부음을 통해 확인했다.
샤펠 쌍둥이가 자매로 태어난 것은 1961년 9월 18일이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이들이 살아있는 최고령 결합 쌍둥이란 사실을 2007년에 인증했다. 같은 해 조지는 트랜스젠더임을 커밍아웃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다만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지는 않았다. 동성으로 태어난 결합 쌍둥이가 서로 다른 성 정체성을 지닌 최초의 사례로 기네스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다. 투데이 닷컴은 조지를 남성으로 표기했다.
샤폘 쌍둥이는 두개 유합 샴쌍둥이(craniopagus twins)로 쉽게 말하면 두개골이 뒤섞인 채로 살아왔다는 뜻이다. 기네스에 따르면 둘은 필수적인 혈관을 나눠 가졌고, 뇌의 30%도 공유했다. 이들은 샴쌍둥이로 태어난 이들 중에서도 2~6%에 불과한 이례적인 사례다.
이마와 얼굴 윗부분을 맞대고 태어났어도 정작 서로는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이들이 태어난 당시는 한몸으로 태어난 샴쌍둥이들을 분리 수술할 수 있는 의학 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 스스로들 분리 수술을 원하지도 않았다. 로리는 2002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나는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내 생각에 (그렇게 하면) 여러분은 하느님의 작업을 혼동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몸으로 태어나 지냈지만 쌍둥이들은 완전 다른 삶을 살았다. 로리는 혼자 걸을 수 있었지만, 4인치 작았던 조지는 이분척추골(spina bifida)을 진단받아 스스로 걷지 못한다. 해서 로리는 이동할 수 있는 의자 위에 조지를 앉힌 뒤 밀고 다녔다.
놀라운 것은 조지가 몇년 동안 프로 컨트리음악 가수로 일해왔다는 것이다. 해외 공연을 예정하기도 했다. 로리 역시 대학 학위를 땄고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로리가 의료 장비와 씨름하는 동안 조지는 옆에 조용히 앉아 책을 보곤 한다고 LA타임스에 털어놓았다.
함께 자라며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창의적인 방법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로리는 저녁에 샤워를 하고 싶어한 반면, 조지는 아침 일찍 샤워를 하고 싶어했다. 이들은 이제 다른 편이 몸을 적시지 않고도 자신의 몸에는 물을 끼얹는 기술을 개발했다.
로리는 “보통의 일이란 만들기 나름이다. 우리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타협하기 마련이다. 더 많은 이들이 살면서 그렇게 하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4년 동안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에서 살았다. 부모들이 놀라고 혼동스러워 그렇게 맡긴 것이었다. 두 사람이 지적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고 리처드 쏜버그 당시 지사의 부인이 주 관리들에게 보장하고서야 그 시설을 떠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레딩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로 옮겨져 살았다.
샤펠 쌍둥이는 여러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와 토크쇼에 출연했으며 2004년 가상의 샴쌍둥이 로즈와 레이븐 로젠버그를 묘사한 시리즈 'Nip/Tuck' 주인공으로 출연해 연기한 배우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