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들 셋, 딸 하나 네 명의 자녀가 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들이다.
아들 둘은 내가 낳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는 하나님이 거저 선물로 주셨다.
1989년 어느 봄 날.
우리 교회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남자분이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데리고 예배를 드리려 왔다.
지나 가는 길이었는데 예배 시간이어서 들어 왔다고 했다.
아이들에 비해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버지는
언듯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그 후에도 몇차례 교회에 왔다.
예배만 드리고 갈 뿐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철이 바뀌어도 그들의 옷은 바뀌지 않았다.
그 아버지는 두 아이가 이 세상 가장 귀중한 보물처럼
언제나 양손에 꼭 붙들고 있었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해 여름.
7월31일은 가장 무더운 날이었다.
오후 3시쯤엔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이 콱콱 막힐 정도였다.
그 시간에 울면서 다급하게 말하는 한 소년의 전화를 받았다.
" 사모님! 우리 아빠가 숨을 안쉬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나니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날 뿐이었다.
"밖에 나가 누구든지 어른을 붙들고 부탁하여라.
우선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셔야한다.
내가 곧장그 곳으로 갈께.
그 곳이 어디니?"
나는 비로소 그 곳이 성남인 것을 알았다.
우리 교회는 종로 5가에 있으니
바삐 떠나도 언제쯤에나 도착할 것인가?
몇 번 우리 교회에 나왔던 그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2학년인 어린 딸아이를 이 세상에 남겨두고...
빈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먼 친척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혹시 왔다가 이 아이들을 떠맡게 될까봐 안오는 것 같았다.
빈소를 지키며 나는 그 아이들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 아버지는 깊이 병든 몸으로
왜 성남에서 종로 5가의 우리 교회까지
먼 곳으로 와서 예배를 드렸을까?
무엇을 하나님께 기도했을까?
아마도 저 아이들을 부탁하지 않았을까?
병든 아버지의 기도의 부탁을 듣고
하나님은 부지런히 찾으셨으리라.
그 아이들을 잘 길러 줄 새로운 부모를...
아! 그 후보 중에 내가 뽑힌게 아닐까?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를 그렇게 착하게 여기셨다니...
우리 부부를 그렇게 믿으셨다니...
나는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남편도 나의 등을 두드려주며 자랑스러워 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벽제에 매장해 주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남자 아이는 우리 큰 애보다 나이가 많아서
그 아들이 우리집의 장남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집엔 아들, 아들, 딸, 아들이 되었다.
그 날 부터 19평 우리 아파트엔 6명이 복닥되기 시작했다.
방 하나엔 아들 셋이, 작은 방엔 딸 아이가
우리 부부는 부엌겸 거실에서 살았다.
아침이면 하나 뿐인 화장실겸 세면실에
길다란 줄이 섰다.
나는 모든 것에 서툴고 잘 해낼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항상 나를 믿고 나에게 이 아이들을 서슴없이 맡기신
하나님의 나에 대한 믿음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또한 하늘나라에 가 있는 아이들의 아버지에게도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그 아이들이 나에게도 이 세상 가장 소중한 보물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었던 그 아들은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
참고서 몇 권만 사주었을 뿐인데
단 번에 외대에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해서
우리부부를 기쁘게 해주었다.
이젠 다 커서 너무 멋지고 잘 생기고 훌륭한 청년이 되었다.
딸 아이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랐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딸아이가 아빠를 빼어 닮아 미인이라고 칭찬이다.
나는 지금도 "자녀가 몇 이에요?."물으면
"아들 셋, 딸 하나!"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물론 그 말에
"와! 요즘 세상에 무식하게 넷이나 낳았대."
하는 소리가 이어질 것을 알지만 말이다.
나는 어버이날에 네 개의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닌다.
그러면 여지없이 "젊은 여자가 촌스럽게 저게 뭐야." 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난 촌스러워. 촌스러워도 나는 좋아!
카네이션 네 개나 받을 수 있는 엄마 또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고 그래."
안그래요?
10.유명선
( 2004-01-10 00:33:49 )
정말 훌륭한 사모님이군요.
이런 상투적인 말밖에 달리 할 재주가 없음을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정말 부럽습니다. 아들 셋, 딸 하나.
아는 이름같기도 한데.....
10.이인옥
( 2004-01-10 00:48:22 )
후배님!
할말이 없음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한번도 남의자식을 키워본다는 생각을 해본적도 없구요....
아마,아들셋딸한명이서 극진히 사랑을 해드릴것을 생각하니
부럽기도하구,대단한후배님이란 생각이 듭니다.....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한나날만이 깃들기를 빕니다..................................
11.강명희
( 2004-01-10 06:07:29 )
이 아침에 이렇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신
후배님 감사합니다.
3남 1녀의 다복한 가정 이야기를 써주셨군요.
메마르고 삭막한 이 시대를
훈훈하고 촉촉히 적셔주는 이야기입니다.
계속 다복하시고
가내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9.오영희
( 2004-01-10 07:13:42 )
새해를 맞아 happ new year를 외치다가
처음 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수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실천하기 힘든일을
우리후배가 하고 있다니 정말로 자랑스럽다.
교회건물이 화려하지 않아도, 교인수가 적어도 ,
이런 사모님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11.전영희
( 2004-01-10 07:36:57 )
관리자로서 홈을 제작 관리하면서
그간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유정옥후배의 감동어린 글을 보는 순간 다 녹아서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2004 년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글이군요
유정옥 후배와 같은 동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11.안광희
( 2004-01-10 08:10:52 )
'1989년 어느 봄 날.~~' 하는 시작이 어느 소설을 옮긴 줄 알았습니다.
감동이 물밀듯 밀려와 눈물 조금 흐릅니다. 여섯 식구에게-
"행복하세요."
r 지명제
( 2004-01-10 08:37:31 )
이런 분들이 우리를 바르게 살게 인도 하지요?
너무 멋진 후배를 두고 있네요. 인일여고 졸업생들 참 대단합니다.
장한 졸업생은 이런 분들에 수상했으면 좋겠어요.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대로 실행하여 우리를 감동시키는 아름 다운 여성에게 ..
오늘은 하루종일 기분 좋은 일민 생갈것 같습니다. 고마워요.
4.유정순
( 2004-01-10 11:38:31 )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은 자신이 큰 즐거음을 갖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유익하게 합니다.
마음속으로 울려오는 잔잔한 감동을 전합니다.
유정옥사모님! 하나님의 그 크신은총하심이 교회와 목사님과 자랑스런 3아들과
사랑스런 딸위해 늘 충만하시길 기도합니다!!!당진의 멋진 후배를 자랑스러워하는 선배가............
10.이인실
( 2004-01-10 17:06:16 )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
이런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정말 할말 없군요.
신문에서나 읽을 수 있는 감동적인 삶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후배의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우리애는 과외 엄청 하며 공부해서 외대 갔걸랑요.^^
큰아드님 화이팅!
14.최인옥
( 2004-01-10 21:05:42 )
우와~~ 감동~ 가슴 뭉클합니다...
7.김영주 ( 2004-01-10 23:42:49 )
오랜만에 눈물 줄줄 흘리며 울었습니다. 감동의 눈물이죠.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내 사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12.곽경래
( 2004-01-10 23:57:57 )
정옥아.
학교 다닐때도 기도 열심히 하는 줄은 알았지만..
너무 존경스럽다.
그동안 난 나자신과 가족만 위해 살아온 것 같구나
앞으로는 주위도 돌아 보며 살아야겠다.
2004년 너희 가족 모두에게 사랑과 행복이 가득 하길 빌께.
보구 싶다.
12. 유정옥
( 2004-01-11 00:48:07 )
이렇게 많은 인일의 가족들이 사랑을 나누려 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우리 인일 식구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받은 것이 많아요.
사랑은 나누면 기쁨이라는 큰 선물을 다시 돌려 주지요.
저는 부자도 아니고 높은 지위도 없어요.
저의 진솔한 생활이야기를 쓰는 것은
우리의 동문들이
가난해도 높은 지위가 없어도 언제나 자유롭게 이 곳에 들러서
우리들의 살아가는 훈훈한 이야기
나누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우리가 서 있는 자리.
가난한 자리이든지 평범한 자리이든지.
그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인일인의 아름다움이니까요
유성애11
( 2004-01-12 15:15:04 )
고마운 글... 선물 받을 만한 부부와 그 선물인 아이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사랑이.
6.김광숙
( 2004-01-12 17:46:43 )
가슴이 찡해요!!! 후배님이 바로 천사예요.
참말로 장하시군요.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기를....
3.조영희
( 2004-01-12 23:54:51 )
유정옥씨. 너무나 훌륭한 당신.
가슴이 메어오는군요. 벅찬 감동에...
누가 이 이야기를 듣고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느님께 뽑힌 당신. 축하해요.
10.유명선
( 2004-01-13 23:41:46 )
이 글을 내가 가끔 가는 곳에 퍼다 놓았어요. 괜찮겠지요?
11김명희
( 2004-01-16 14:55:24 )
만나고 싶어지는 당신..
정말.
12.전경숙 ( 2004-02-27 20:56:26 )
정옥아, 참 감사하구 기쁘구 부끄럽구나...ㅠㅠ
아까 전화 받고 반가웠어.
우리 설악산에 수학여행 갔을 때 새벽에 일어나서
개울가에 나가 새벽기도 하던 때 생각나니?
역시 정옥이는 사모감 이었어. 경숙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쓰시니 그저 감사할 밖에... ^^
12. 유정옥
( 2004-02-28 01:24:53 )
경숙아!
왜 생각이 안나겠니
고 2때 학교에 등교하면
학교 동산에서 먼저 새벽 기도하고
도서실이나 교실로 가서 공부하였었는데
수학 여행 가서는 어떻게 하나 고심하다가
새벽기도 공고문을 여관 벽에 붙이고
먼 거리를 수학 여행 온 친구들이
과연 몇 명이나 일어나 개울가로 나올까
밤을 설쳤지.
그런데 물안개 피어 오르는
맑은 개울가로 새벽 기도 하러 하나, 둘, 나오던 친구들...
바위를 힘차게 차고 돌아가는 물소리보다
더 맑고 힘차게 울리던 찬송소리.
아마 주님이 가장 듣기 좋아하셨을 너의 목소리를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너의 넉넉하고 순전한 마음은 1등 사모감이야.
네가 목회 일선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님이 가장 잘 선정했음을 알았어.
나도 반갑고 기쁘고 감사하다.
행복한 이 길에
짜릿한 이 길에
우리 친구들이 같이 가고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