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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인봉, 지정 등로에서 가장 정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중에도 도봉산은 더구나 유별나다. 북쪽의 사패산(552m) 정수리가 둥글한 암반이다 뿐, 중앙의 자운봉 정상
언저리의 선인봉, 만장봉, 주(柱)봉을 비롯하여 서쪽의 오봉, 그리고 남쪽의 우이암까지 암릉들은 그대로 바위
봉우리들의 전시장을 보는 느낌이다. 훤칠하게 허리를 펴고 동쪽 해를 맞받고 선 만장봉이나, 조촐하면서도 날
렵하게 치솟은 선인봉은 그 대담한 수직선이 안겨주는 고도감에서 북한산의 인수봉만큼 록 클라이머들에게 인
기가 대단하다. 눈뜬 이는 알세라. 그 바위정수리에 올라서보는 발치아래 노원벌판의 시원스럽다 못해 눈에 한
장 손바닥으로 밖에는 안 비친다.
―― 김장호(金長好), 『韓國名山記』의 ‘도봉산(道峰山)’에서
▶ 산행일시 : 2021년 4월 14일(수), 맑음, 미세먼지 보통, 쌀쌀함
▶ 산행시간 : 6시간 54분
▶ 산행거리 : 도상 11.6km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구간별 시간
07 : 11 - 도봉산역, 산행시작
07 : 50 - Y자 갈림길, 오른쪽은 은석암(0.7km), 왼쪽은 냉골, 냉골로 감
08 : 04 - 너른 암반
08 : 25 - 청룡사 터, 쉼터
09 : 03 - 538m봉, ┣자 갈림길, 오른쪽은 은석암 오가는 길
09 : 33 - △721.2m봉, 포대
10 : 04 - 신선대(706.5m)
10 : 30 - ┣자 오봉능선 갈림길
11 : 02 - 오봉(683.7m)
11 : 22 - 오봉샘
11 : 36 - ┳자 도봉주릉
12 : 02 - 오봉능선 갈림길
12 : 14 - 관음암
12 : 44 - 마당바위
13 : 23 - 구봉사(龜峰寺)
14 : 05 - 도봉산역, 산행종료
2. 가운데가 만장봉
어제 수락산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도봉산의 모습이 무척 고왔다. 문득 내가 그간 너무 무
심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작년 여름 큰비 내리던 날 가고는 여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 당장 모든 일을 젖
혀두고 도봉산을 찾아가기로 한다. 내 나름으로 도봉산의 몇 군데 가경을 산행진행 순으로 꼽아본다. 첫째, 청
룡사 터 왼쪽 능선의 암릉에서 바라보는 선인봉이다. 둘째, 신선대에 올라 바라보는 도봉주릉의 서릉이다. 셋
째, 오봉이다. 넷째, 관음암 근처에서 바라보는 신선대 부근의 암봉군이다. 다섯째, 마당바위 지나 암릉 암봉에
서 뒤돌아보는 선인봉이다.
햇볕이 익기 전에 어서 가서 보자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아내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하기 미안하여 우리
동네 24시 김밥 집에서 김밥 한 줄 산다. 이른 아침인데도 전철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 혼자 배낭 맨 등
산차림이다. 여러 사람들의 눈초리가 내 뒤통수에 꽂히는 것 같아 여간 따갑지 않다. 모자 꾹 눌러 쓰고 마스크
로 얼굴 가려 조금 낫다. 오늘 따라 도봉산역 가는 전철이 느리게 느껴진다.
광륜사 앞을 지나 ┫자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산악구조대 쪽으로 간다. 도봉산 둘레길이다. 배드민턴장은 노익
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들의 기합이 우렁차다. 박석 깔린 널찍한 등로를 잠깐 오르면 ┳자 갈림길이 나오고 둘레
길은 오른쪽 다락원(0.7km)으로 간다. 왼쪽 사면을 도는 등로 따라간다. 오늘 아침 기온이 3도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강원도 어딘가는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쌀쌀하다. 손이 시리다.
능선에 오르고 176m봉을 지나 Y자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 오른쪽은 은석암(0.7km)으로 가고, 왼쪽은 냉골
로 간다. 은석암은 恩石庵이지 恩石岩이 아니다. 은석암 뒤쪽 다락능선 상의 459.0m봉은 은석봉 또는 미륵봉이
라고 한다. 나는 냉골로 간다. 졸졸 흐르는 계류 건너면 바로 ‘냉골 물레방아 약수터’가 나오고, 그 위쪽의 Y자
계류 가운데 능선을 잡는다. 울퉁불퉁한 바윗길이다. 한 피치 오르면 소나무 숲속 긴 슬랩과 만난다. 완만한 외
길이다.
슬랩 지나 ┫자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이어 바로 만나게 되는 Y자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간다. 가파르고 약간
까다로운 슬랩과 마주친다. 바위에 머리 받칠라 고개 숙이고 아름드리 소나무를 부둥켜안고 돌아 오르기도 한
다. 소나무 그늘 드리운 너른 암반이 나온다. 경점이다. 만장봉이 석화성으로 보이고, 은석봉의 미끈한 슬랩은
언제나 손바닥에 땀이 나게 한다. 건너편 수락산과 불암산은 장성이다.
암릉 길을 간다. 암릉 오른쪽 아래로 우회로가 있지만 그리로 가기에는 이 길이 너무 아깝다. 숲속 흙길이 나오
고 볼품이 없어진 먼지 이는 왼쪽 계류를 건너고 Y자 갈림길에서 더 잘난 왼쪽 길로 간다. 가파른 오르막이다.
다락능선과 자운봉을 가는 주등로와 만나고, 암반에 석탑이 놓인 쉼터는 청룡사 터다. 자운봉 쪽 반대편으로 내
려 석문 지나고 오른쪽 목책 사이의 소로를 따라 조금 가면 암릉이 나온다.
이제부터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오종종한 바위 더듬어 올라 소나무 수렴 살짝 걷고 바라보는 선인봉
은 지정 등로에서 가장 정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수려하고 미끈한 암벽이라니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
지 못하게 한다. 이 바위에서는 또 어떨까, 저 바위 위에서는 또 어떨까, 아예 배낭을 벗어놓고 바위마다 올라
조금씩 달라지는 선인봉의 표정을 살핀다.
3. 가운데가 만장봉
4. 가운데가 만장봉, 그 오른쪽이 자운봉
5. 맨 왼쪽은 자운봉, Y자 계곡은 가운데, 그 앞은 식당바위
6. 가운데가 자운봉
7. 앞은 도봉주릉, 뒤는 북한산
8. 가운데는 만장봉
9. 만장봉
10. 맨 오른쪽은 자운봉, 왼쪽은 만장봉
사면 돌고 골짜기 건너고 슬랩 트래버스 하고 암벽 틈바구니 비집고 바위에 오르면 선인봉의 환한 얼굴 뒤로
만장봉과 자운봉이 실세인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드러낸다. 보고 또 본다. 이어지는 암릉을 내 어설픈 담력
으로는 더 직등하기 어렵고 온 길을 뒤돌아 손바닥을 암벽에 밀착하여 오른다. 소나무 숲에 가린 전망바위다.
휴일이면 여기저기에서 자리 펴고 신선놀음하는데 오늘은 나 혼자서 만경을 사열한다.
암봉 사이의 골목길을 나무뿌리 붙잡고 올라 고개 넘으면 ┣자 갈림길과 만나고 오른쪽은 은석암을 오가는 등
로다. 한동안 긴장했던 발걸음이 느긋해진다. 야트막한 안부는 만월고개다. 여느 때처럼 등로 바로 옆의 전망바
위를 꼬박 들른다. 다락능선의 절정인 암릉에 이른다. 양쪽에 철주 박고 단 쇠줄의 핸드레일을 붙잡고 오른다.
지금은 핸드레일이 튼튼하여 변별력인 없지만 예전에는 손맛 좀 보았다.
세 피치로 오르는데 난이도가 점점 높았다. 산꾼들은 각각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수준이라고 했다. 그
위의 슬랩인 고학년은 지금은 데크계단이다. △721.2m봉. 대공포대가 있었다는 암봉이다. 지금은 널찍한 데크
전망대다. 자운봉과 만장봉이 바로 곁이다. 조선 태조가 함흥 가는 길에 도봉산 아래를 지나다가 만장봉에 이끌
리어 산에 올라 다음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雲歸萬丈峰頭白 구름이 흘러간 뒤 만장봉 정수리가 하얗고
落花三門路上紅 꽃이 문에 지니 길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 원경의 조망이 썩 좋은 날은 아니다. 운악산, 주금산, 서리산, 축령산이 아무리 눈을 부비고 보아도 흐릿하
다. Y자 계곡으로 간다. 여기는 올 때마다 조심스럽다. 바위가 숱한 발길로 닳아 미끄럽다. 예전 한때 트래버스
했던 슬랩이 지금은 들여다보기조차 아찔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참 무모했다.
신선대 차례다. 까마귀골은 군데군데 눈이 희끗희끗하다. 엊그제 내리던 비가 여기는 눈으로 내렸다. 등로 가장
자리는 서릿발이 무성하고 고인 물은 얼었다. 붙잡고 슬랩 오르는 철봉이 차디차다. 신선대. 도봉주릉의 서릉은
언제 보아도 장쾌하다. 신선대 서벽에 이어 뜀바위, 기름바위, 칼바위를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놓아 오히려 개운
하다. 오봉능선 갈림길 가는 길. 주릉의 북쪽 사면이라 더러 빙판이다.
데크계단을 오르내린다. 주봉(柱峰) 다가가 바라보고 깡통집터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 바윗길을 오른다. 이따
금 홀로 등산객과 마주친다. 서로 얼굴 외로 돌리고 수인사 나눈다. 706.5m을 데크계단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가 올라 돌아 넘는다. 칼바위 앞 ┣자 갈림길 오른쪽이 오봉으로 간다. 물개바위는 왼쪽 절벽 위의 테라스로 지
난다. 가파른 슬랩을 빙판 피해 한 차례 내리면 부드러운 마사토 길이다.
게을러졌다. 금줄이 없는데도 암봉인 683.7m봉을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왼쪽이 오봉샘을 오가는 ┫
자 갈림길 안부다. 계단 한 피치 오르면 헬기장이고 슬랩을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면 초소 지나 오봉 제1봉이다.
감투 쓴 봉봉이 반갑다. 오봉은 그 뒷모습도 아름답다. 예전에는 제3봉의 감투 아래 너른 암반에서 휴식하며 암
벽꾼들의 기예를 구경하곤 했다. 제4봉과 제5봉은 티롤리안 브리지 코스였다.
오봉에서는 물 한 모금 마시는데도 고양이가 다가와 먹을거리 내놓기를 기다린다. 마땅히 줄 것이 없어 애써
외면한다. 오봉샘을 가기로는 방금 지나온 ┣자 갈림길 안부가 가깝겠지만 오봉의 앞모습을 보려고 헬기장에
서 오른쪽 능선 길을 간다. 오봉이 멀리서 보면 오밀조밀해도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면 거대한 슬랩의 위압감
에 나도 모르게 숨이 거칠어진다. 숲속 길 잠시 지나다 마른 골짜기로 떨어지고 슬랩 돌아내리면 오봉샘이다.
11. 앞은 수락산 연릉, 오른쪽 뒤는 천마산
12. 멀리 왼쪽은 주금산, 가운데는 서리산, 그 오른쪽은 축령산
13. 북한산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14. 신선대에서 바라본 도봉 서쪽 주릉
15. 도봉주릉의 칼바위
16. 노랑제비꽃(Viola orientalis (Maxim.) W.Becker)
17. 오봉(제2, 3, 4, 5봉) 뒷모습
18. 오봉(제2, 3, 4, 5봉) 앞모습
19. 도봉주릉의 칼바위
오봉샘은 물이 흘러넘친다. 여태 지나쳤던 샘 옆의 동판이 눈에 띈다. ‘티롤산악회, 1967.11’. 아마 오봉샘을 개
통한 주역인가 보다. 자갈길 길게 내리고 지능선을 돌고 돌아 ┳자 도봉주릉이다. 관음암을 가려면 다시 칼바위
오봉능선 갈림길로 가야 한다. 긴 오르막이다. 숨이 가쁘면 뒤돌아서서 석화성인 북한산 인수봉을 바라보곤 한
다. 칼바위 직전의 ┣자 갈림길로 내리기 전 암봉에서 바라보는 칼바위이가 가경이다. 칼바위가 낯선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자 갈림길 오른쪽이 거북골을 오가는데 관음암 방향표지판도 보인다. 어쩌면 골로 갔다가 오를지도 몰라 칼
바위 왼쪽 사면의 데크계단을 오른다. 오봉능선 갈림길. 관음암 쪽은 생태보호 금줄을 둘러쳤다. 오늘 모범산행
에 살짝 스크래치 낸다. 금줄을 넘는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등로는 마른 골짜기로 이어지고 오른쪽 능선을 넘
어오는 더 잘난 등로와 만난다. 칼바위 직전에서 관음암 방향표지판 따라 오는 길이다.
관음암이 적막하다. 마당 옆 이끼 낀 도랑의 유수가 소곤소곤 법문한다. 관음암 절집을 내리고 해우소 아래 왼
쪽 사면을 약간 오르면 진달래꽃 그늘지고 조망이 트이는 암반이 나온다. 김밥 한 줄 뜯으며 휴식한다. 주등로
에 내려 산모퉁이 돌자마자 만나는 슬랩이 신선대 부근의 현란한 암봉군을 바라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왼쪽으
로 주봉 쪽을 오르는 ┫자 갈림길 지나고 지능선을 두 차례 돌아가면 마당바위다.
마당바위 벗어나 ┫자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왼쪽은 곧장 골로 가지만 직진은 숨은 암릉이 있어 세미 클라이밍
의 잔재미를 볼 수 있거니와 암릉 암봉에서 뒤돌아보면 선인봉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 미인의 고혹
적인 모습은 정면보다는 약간 튼 옆모습이다. 여기서 보는 선인봉이 그러하다. 이왕 스크래치 났것다 오가는 등
산객 몰래 금줄을 넘는다. 어느덧 아이맥스 영화은 끝났다. 주등로에 내려서는 줄달음한다.
구암사 앞 계류가 산골 울리도록 큰소리로 법문한다. 금강암 앞을 지나 다리 건너면 대로다. 오가는 사람이 많
아 나도 마스크 쓴다. 도봉서원은 철거했다. 그 아래 김수영(金洙暎, 1921~1968)의 시비를 들여다본다. 도봉산
산자락 무수골 선영에 있던 시비를 이리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언제부터인가 녹야선원 갈림길 길가의 색소폰 불던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부터 낯선 길이 되고 말았다.
광륜사 지나고 도봉산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주차장에서 뒤돌아 도봉산을 바라보니 묵은 숙제를 해결한 속
시원한 기분이다.
20. 관음암 약간 내려 슬랩에서 바라본 신선대 주변의 암봉
21. 맨 왼쪽은 주봉, 맨 오른쪽은 자운봉
22. 가운데가 주봉
23. 앞은 도봉 주릉, 왼쪽이 우이암, 주릉 너머는 북한산 인수봉
24. 선인봉
25. 선인봉, 왼쪽 뒤는 자운봉
26. 선인봉, 왼쪽 바로 뒤는 신선대
27. 구암사 앞 계류
28. 서부해당(西府海棠, 西部海棠, Malus halliana Koehne)
29. 서부해당(西府海棠, 西部海棠, Malus halliana Koehne)
첫댓글 형님만의 경점이 있군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맛집을 추천받은 느낌입니다^^
제 모산이 도봉입니다 ㅎ
수요일에 다녀오셨네요.. 모처럼 가신 도봉산이 싱그럽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