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최고봉인 미국 알래스카주 데날리 국립공원 및 보호지역을 홀로 등반하던 일본 남성이 추락사했다고 ABC 뉴스 8뉴스가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비운에 스러진 이는 홋카이도 삿포로 출신 하기와라 T라고 덧붙였다.
ABC 뉴스 굿모닝아메리카(GMA)에 따르면 며칠 동안 위치나 상태 등을 알렸던 등반객이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들이 전날 공원에 알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웨스트 버트레스 트레일을 수색한 결과, 얼마 안돼 해발 고도 4937m 릿지 위에서 그의 비어 있는 텐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목격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비운을 맞은 등반객은 지난 15일 5242m의 평원을 가로질러 5547m 지점의 데날리 패스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눈에 띄었다.
공원 레인저들이 등반객의 인리치(InReach) 계정 위성 위치값을 찾은 결과, 5181m 지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부터 죽 위치값은 바뀌지 않고 있었다. 따라서 지난 15일 데날리 패스를 횡단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원 측은 산 위의 기상 상태가 나아진 20일에야 주검을 찾아내 5181m 지점의 하이 캠프로 운구했다. 산 아래로 옮기는 일은 조금 더 기상 상황이 나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공원 측은 밝혔다.
데날리 공원의 웨스트 버트레스 트레일은 1980년 이후 적어도 14명의 산객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공원 관리들은 이달 초 시작해 6월 초 끝나는 올해 등반 시즌에 352명이 등반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등반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 많은 이들이 낮은 고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9m)와 비교했을 때 데날리의 최고 높이는 6168m는 형편 없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가 해발 5600m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3000m남짓만 오르면 되는 반면, 데날리 베이스캠프는 2200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4000m 이상을 등정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위험한 산으로 여겨진다. 북극에 가깝고 주변에 강풍을 막아줄 산군이 없어 섭씨 영하 73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친다.
1977년 한국인 최초, 세계 14번째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뒤 정상에서 한 시간을 머물러 세계적인 화제가 된 산악인 고상돈이 2년 뒤 데날리를 등정한 후 하산하다가 사망했다.1970년 처음으로 단독 등정에 성공한 우에무라 나오미도 1984년 겨울철에 2차 데날리 정상 등정에 성공했지만 하산 도중 악천후 때문에 실종돼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브로드피크 등정 후 하산하다 비운에 스러진 김홍빈이 1991년 단독 등정을 시도하다 동상으로 두 손을 잃은 곳이 데날리였다.
미국에서는 매킨리 산으로 부르고 우리도 오랜 시간 그렇게 불렀다. 윌리엄 매킨리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 반면 데날리는 알래스카 아메리카 원주민어 중 하나인 코유콘 아타바스카어 디낼리(Deenaalee, /diˈnæli/)에서 유래한 것으로 '커다란 것(Great One)'이란 뜻이다. 미국 의회에서 미국 최고봉 명칭은 해묵은 논쟁 거리인데 둘 다 공화당 주이고 의원들도 전부 공화당 소속임에도 전자를 지지하는 매킨리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오하이오주 의원들과 후자를 지지하는 알래스카주 의원들이 툭하면 입씨름을 벌였다. 2015년 8월 3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데날리로 변경한다고 공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