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도의 유대여인
5막의 역사 비극(희곡)
프란츠 그릴파르치 지음 | 이관우 옮김 | 발행일 2018년 3월 28일 | 판형 152x223mm | 가격 | 10,000원 | 176쪽 | ISBN 979-11-86430-67-5 |
국내 최초로 번역 소개되는 그릴파르처 극문학의 진수! 『톨레도의 유대여인』
독일 사실주의의 전초인 비더마이어(Biedermeier)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오스트리아의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는 프란츠 그릴파르처(1791∼1872)가 30년 가까이 구상하여 말년에 완성함으로써 그의 최후 작품으로 기록되는 『톨레도의 유대여인』은12세기 스페인 카스티야 왕국에서 있었던 국왕과 유대인 소녀와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5막의 역사비극이다.
청순하고 당돌한 유대인 소녀 라헬은 어느 날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 톨레도에 있는 왕궁 정원에 들어가 국왕 부부를 깜짝 놀라게 한다. 왕비 레오노르는 그녀의 막무가내적인 오만불손한 태도에 역겨워하지만 알폰소 국왕은 낯선 이교도 소녀의 열정적 모습에 매료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왕은 유대 소녀 라헬의 애교와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빨려든다. 카스티야 왕국이 외적인 무어족의 위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시점에 국왕은 유대인 소녀와의 사랑에 빠져 통치자로서의 의무를 완전히 망각한다. 국왕 대신 국사를 떠맡은 왕비와 국왕의 봉신들은 유대인 소녀를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그녀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라헬이 처참하게 살해된 후 국왕은 비로소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와 적과의 전투에 나서며, 다시 통치자로서 자신의 본래 의무를 깨닫게 된다.
비평가들은 『톨레도의 유대여인』을 독일어권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하기도 한다.
『톨레도의 유대여인』의 탄생과 역사
그릴파르처는 1809년에 프랑스 작가 자크 가조트의 소설 『아름다운 유대여인 라헬』을 읽었다. 그는 1816년에는 주안 마리아나의 『스페인의 일반역사』에서 이 사랑이야기를 국가정치적 의미를 띤 것으로 새롭게 마주한다. 그릴파르처는 무엇보다도 이 소재로 드라마 『왕들의 평화와 톨레도의 주디아』(1616)를 쓴 스페인의 극작가 로페 드 베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드라마의 내용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민중봉기까지 불러온 1847년 바이에른 왕국의 국왕 루트비히 1세와 아일랜드의 무희 로라 몬테즈 사이의 연애사건이다.
그릴파르처는 일찍이 1824년에 이 희곡을 구상했다. 그러나 1850년대에 가서야 마무리했다. 『톨레도의 유대여인』은 『리부사』,『합스부르크의 형제갈등』과 함께 그의 생전에는 공연되지 못한 드라마에 속한다. 희극 『거짓말하는 자에 저주를』(1838)의 흥행 실패 이후 그는 크게 상심하고 실망하여 더 이상 어떤 작품도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톨레도의 유대여인』은 그릴파르처가 죽은 직후인 1872년에 가서야 보잘것없는 성공을 거두며 초연되었다.
오늘날 유력한 연극비평가들과 문예학자들은 『톨레도의 유대여인』이 독일어권 연극문학이 제공한 최고의 작품에 속한다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내용상의 시의성과 언어적 우수성 때문만이 아니라 뛰어난 재주꾼 그릴파르처가 탄탄한 구성과 드라마적 기교에 의해 가능케 한 무대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작품은 뛰어난 만큼 마찬가지로 뛰어난 연출가와 함께 직간접적 암시들과 상징적 공간 및 도구들로 된 지적인 텍스트구조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훌륭한 배우들을 필요로 했다.
옮긴이의 말
프란츠 그릴파르처(1791∼1872)가 30년 가까이 구상하여 말년에 완성함으로써 그의 최후 작품으로 기록되는 『톨레도의 유대여인』은 12세기 스페인 카스티야 왕국에서 있었던 국왕과 유대인 소녀와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5막의 역사비극이다.
청순하고 당돌한 유대인 소녀 라헬은 어느 날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 톨레도에 있는 왕궁 정원에 들어가 국왕 부부를 깜짝 놀라게 한다. 왕비 레오노르는 그녀의 막무가내적인 오만불손한 태도에 역겨워하지만 알폰소 국왕은 낯선 이교도 소녀의 열정적 모습에 매료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왕은 유대 소녀 라헬의 애교와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빨려든다. 카스티야 왕국이 외적인 무어족의 위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시점에 국왕은 유대인 소녀와의 사랑에 빠져 통치자로서의 의무를 완전히 망각한다. 국왕 대신 국사를 떠맡은 왕비와 국왕의 봉신들은 유대인 소녀를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장본인으로 규정하고 그녀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라헬이 처참하게 살해된 후 국왕은 비로소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와 적과의 전투에 나서며, 다시 통치자로서 자신의 본래 의무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국왕과 왕비와 유대소녀 사이의 애증과 갈등을 치밀하게 묘사하면서 무언가를 더 끼워 넣거나 뺄 수 있는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긴밀한 언어표현과 탄탄한 구성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하여 일부 비평가들은 『톨레도의 유대여인』을 독일어권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번역되어 소개된 적이 없는 낯선 작품으로 머물고 있다. 이 드라마를 쓴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란츠 그릴파르처 또한 독일 사실주의의 전초인 비더마이어(Biedermeier)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오스트리아의 국민작가로 추앙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편이다.
이에 옮긴이는 우리 독문학계가 파고들어야 할 영역에 중요한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데 대해 학자의 한 사람으로 반성과 각성을 하면서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겨 우리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작가와 작품 모두 우리의 독자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서두에 비교적 자세하게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고,작품의 성립배경과 내용에 대해 해설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고전드라마의 양식을 바탕으로 썼으므로 번역에서도 가급적 원문텍스트의 운문극적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본문에 이따금 등장하는 주석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단 것으로 원문에는 없는 것임을 밝힌다.
국내 최초로 우리말로 옮겨 소개되는 만큼 이 번역물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릴파르처의 극문학과 친숙해질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독어독문학 전공자들은 부록으로 실은 독일어 원문 텍스트를 통해 보다 생동감 있는 작품의 진수를 맛보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작품을 옮기는 데 있어 애매하거나 미묘한 표현을 우리말 감각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서도록 도와주신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의 그라우만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본문 중에서
라헬 (노래하며):
이래도 내가 예쁘지 않고,
부자가 아니라고 할까?
저들이 화를 내도,
난 신경 안 써. 라 라 라 라.
이삭:
저애는 저렇게 비싼 구두를 신고 다니지만
아무 쓸데없는 일이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 않아.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서푼짜리 값싼 발걸음이지.
귀에는 비싼 장신구를 달고 있지만,
도둑이 나타나 그걸 빼앗아,
수풀 속에 떨어뜨리면 누가 다시 찾을 수 있어?
라헬 (귀고리를 떼어내며):
그럼 이걸 풀어서 손에 가지고 있으면 되지.
이게 반짝이고 빛나는 것 좀 봐!
그런데도 난 별 관심 없는데,
그렇다면 언니에게 선사할게.
(에스터에게) 아니면 내버릴 거야. 이것 봐!
(그녀는 손으로 그것을 내던지는 동작을 한다.)
이삭 (던지는 방향으로 달려가며):
이럴 수가, 오 이럴 수가! 어디로 날아갔지?
이럴 수가, 오 이럴 수가! 어디서 다시 찾는단 말인가?
(그는 수풀 속에서 그것을 찾는다.)
에스터:
아니, 너 무슨 짓이니? 그 귀한 보석을 -
라헬:
언니는 내가 멍청해서 그걸 내버렸다고 생각하지?
이것 봐! 나 그거 갖고 있어, 손 안에 쥐고 있잖아.
그걸 다시 귀에 매달아서,
하얗고 조그만 그걸로, 뺨을 치장해야지.
이삭(찾으면서):
이럴 수가! 사라졌어!
차례
옮긴이의 말 ................................................................ 4
1막..................................................................................... 9
2막................................................................................... 38
3막................................................................................... 70
4막 ................................................................................. 97
5막 .............................................................................. 128
작가와 작품 해설 ................................................... 155
지은이
프란츠 그릴파르처(Franz Grillparzer, 1791∼1872)
1791년 1월 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부 농가 출신 변호사인 아버지 벤첼 그릴파르처와 빈의 중산층 가계 출신의 어머니 존라이트너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연을 좋아하며 냉정하고 거친 행동이 몸에 밴 과묵한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착한 성품의 여자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일찍이 읽고 쓰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성서의 이야기들, 모차르트의 가극 『마적』, 신비롭고 기이한 괴담들, 쿡의 세계 항해기, 괴테의 『괴츠 폰 베를리힝엔』 등 손에 닥치는 대로 모든 것들을 호기심에 차서 독파했다. 이미 유년시절부터 그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동화, 기사이야기, 유령이야기, 마술이야기, 괴담 등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의 가족은 쌓여가는 빚더미로 인해 극도의 곤경에 빨려들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개인교습을 시키면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이끌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남동생과 어머니가 자살하는 가혹한 운명과 마주하기도 했다.
빈대학에서 법률학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 1811년에는 개인교습자 생활을 하다가 공무원이 되고, 1813년에는 왕실재산관리청의 수습기획자가 되어 오스트리아 국가공무직에 발을 들여놓는다. 1821년 황제 개인도서관의 사서 자리에 지원했지만 실패하고 같은 해 재무부로 옮긴다. 1832년에 재무부의 문서관리책임자가 된 그는 1856년 퇴직할 때까지 이 자리를 지켰다.
1847년 황실 학문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는 1859년 그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그는 1861년에는 오스트리아 귀족원의 평생회원이 되었고, 1864년에는 고향도시인 빈의 명예로운 시민으로 추대되었다.
1872년 1월 21일 자신의 집에서 81세로 세상을 뜸으로써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빈의 자기 집을 지켰다.
옮긴이
이관우
공주사범대학 독어교육과와 고려대학교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연구했으며, 독일 뮌헨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학과장, 신문방송사 주간, 언어교육원장, 평생교육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독일 단화의 이론과 실제』, 『독일문화의 이해』,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삶과 문학』, 『ARD 방송독일어』, 『독일의 역사와 문화』, 『시사독일어』, 『문학 속의 삶』, 번역서로는 『인류사를 이끈 운명의 순간들』(슈테판 츠바이크), 『붉은 고양이』(루이제 린저 외), 『괴테 자서전』(괴테), 『압록강은 흐른다』(이미륵), 『윤무』(아르투어 슈니츨러)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