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Дядя Ваня(쟈쟈 와냐)의 제목과 등장인물에 관하여"
1.제목
어떠한 문학 작품이던 제목이 갖는 중요성은 크다.
쉽게 말해 작가는 제목에 많은 함축과 메타포를 독자들에게 주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이해를 하는 것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구실을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러시아의 대 문호 안똔 체홉은 이 작품을 1896년에 Дядя Ваня(쟈쟈 와냐)로 명명해서 탈고했고 1899년에 그 이름으로 출간과 함께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청년시절에 쓴 <레쉬이(숲귀신)>1889를 개작한 것이 바로 이 쟈쟈 바냐인 것이다.
러시아어로 쟈쟈는 쟈듀슈까(삼촌)의 애칭이다.
마마, 빠빠하듯 쟈쟈는 삼촌인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온클(oncle 삼촌)의 애칭이 통통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몽쉘통통(내mon 사랑cher 삼촌tonton) 을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tonton Vania라고 번역하지 않았고 영어권과 마찬가지로 Oncle Vania로 통일했다.
일본은 어떤가 <ワーニャ伯父さん> 와냐 오지상이라고 하여 백부,숙부의 높임말이자 아이들이 중년의 남자를 친밀하게 부르는 말 로 번역했다.
실험적으로 극을 만들지 않는 다음에는 이 문학에 대한 제목이 거의 통일이 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번역자에 따라 <바냐삼촌>, <바냐외숙>, <바냐외삼촌> 그리고 <바냐아저씨>등으로 출간되었고 북한에서는 원어소리를 중시해서 우리나라 외래표기와 달리 바냐를 <와-냐>라고 읽고 번역한다.
하긴 <벚꽃동산>도 마찬가지다. 버찌농원, 벚나무동산, 버찌동산, 체리농장....
그리고 <세자매>는 예전에 <삼자매>로도 출간된 이력이 있지만 <갈매기>는 이 제목 외에는 다른 제목이 없다. (유일하게 전훈의 갈매기는 원제인 "챠이카"를 사용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번역본의 제목이 통일이 된다는 것은 독자의 혼돈을 줄이기 때문에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제목이 분분한것도 다양한 예술적 표현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저씨던 삼촌이던 외숙이던 사전적으로 볼 때 원작의 의미와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유명사이니 곧 통일이 되었으면한다.
2. 왜 체홉은 쟈듀슈까라고 명명하지 않고 쟈쟈라는 애칭을 써서 제목을 정했을까.
우선 친밀감일 것이다. 그것의 근거는 배역의 이름에서도 오는데 와냐Ваня(바냐)라는 이름도 실은 이완(이반)의 애칭이다. 이반이라는 이름은 러시아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그 느낌은 아주 친숙하면서도 시골스러운 이름으로 인식되는데 얼마나 순박한 이름이면 똘스또이 작품 중 바보 이반(Иван-дурак)이라고 있겠는가.
우리나라로 치면 영식이 정도가 되겠다. 영식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참으로 친밀감있는 이름이다. 친구던 동네형이던 아저씨던 부르기도 좋다. 영식이형, 영식이아저씨, 영식이 삼촌, 그런 사람이 마흔이 넘도록 시골에서 장가도 못가고 농사만 짓고 살다가 짝사랑에 빠지고 그것에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은 객관적으로 본다면 참으로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체홉은 바로 이것을 본 것이다.
실은 그렇게 순박하고 정직한 인간이 한 여자를 짝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시기와 질투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차 독설을 내뿜는 사람으로 변한것이다. 평생 살아 온 삶을 후회하면서.
그러니 관객들은 얼마나 아련하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에 조카 쏘냐는 삼촌에게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일에 정진하면서 살다가, 살아내다 보면 곧 편히 쉴 것이라는 독백을 한다.
(참고로 쏘냐는 소피아(София)의 애칭으로 현명하다라는 뜻을 가진다)
3.등장인물의 이름에 나타난 상징성
위에 언급했듯 쏘냐는 현명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독백도 그렇지만 극중에서도 계속 현명한 대처가 눈에 띈다. 의사를 사랑했지만 적극적인 대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삼촌에게도 거침없는 조언을 한다. 아빠에게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 화를 내지 말아달라고 하며 통풍도 아침이면 가라앉으니 그렇게 죽는 소리 하지않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참으로 현명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바냐를 알아보자.
바냐의 풀네임은 이반 뻬뜨로비치 바이닛츠끼이다.
이반(이름) 뻬뜨로비치(부칭) 바이닛츠끼(성)인데 이걸 해석하면 [바이닛츠끼 가문 뾰뜨르님의 아들 이반씨]가 풀네임인 것이다.
존칭으로 부를때는 '이반 뻬뜨로비치' , 친한 사람들끼리는 '바냐', 이고 그의 정체성은 '바이닛츠끼'인 것이다.
(모든 러시아 이름은 이런 공식에 맞추면 외우기 쉽다.)
바이닛츠끼는 바이나война(전쟁)에서 따온 것이다.
즉 작가는 바냐를 항상 전쟁중인 사람으로 상징화 시킨 것이다. 친구와도 싸우고, 엄마와도 싸우고 교수와도 싸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사랑과도 치열하게 싸운다.
이에 반해 그가 적으로 간주한 세례브랴꼬프의 뜻을 알아보자. 교수의 이름은 알렉산드르이고 패밀리 네임이 세례브랴꼬프이다.
이 이름을 영어로 옮기면 뜻이 아주 쉽게 드러난다.
"알렉산더 실버 Alexander Silver "
은으로 치장한 알렉산더 대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절대권력자이다. 그 영지에서 절대권력을 누리는 사람으로써 새벽에도 하인을 깨워 차를 가져오게하고, 비오는 한밤중에 의사를 부르고, 심지어 아내에게까지 자기도 어디있는지 기억 못하는 전집을 아침까지 찾아놓으라고 한다.
게다가 그의 아내 이름은 옐레나 즉 헬렌인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헬렌은 아다시피 그 미모가 출중하여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여자이다.
맞다, 이 가정의 모든 파탄은 그녀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의사 미하일 아스뜨롭 역시 흥미있는 속뜻이 있는데
우선 아스뜨롭의 어원은 '아스트라'로 과꽃 혹은 천문의 뜻을 지닌 아주 서정적인 이름인데다가 미하일은 '성 미카엘 대천사'아닌가!
사탄과 맞써 싸우는 수호신 미카엘은 바로 숲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것이다.
쩰레긴의 어원 역시 쩰레가로 수레 짐마차라는시골스런 뜻이다. 애칭인 바플랴는 와플을 말하는 건데 얼굴이 곰보라서 그렇다.
이렇듯 체홉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이런 숨겨진 속뜻을 두고 만들었다.
사실 본토의 입장에선 속뜻도 아니다.
아마도 이것을 알고 극을 접한다면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지 싶다.
모쪼록 앞으로 있을 관극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바냐삼촌> 번역 / 연출 전훈
안똔체홉학회 회장
애플씨어터 대표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 M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