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가슴에 그리움이 쌓이는 12월, 마주하는 모든 것이 따사롭기에 사랑과 용서의 계절이라 하는지, 외로이 남은 달력 한 장도 감사할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우표들을 앞다퉈 발행한다. 우표에는 동방 박사 세 사람과 예수를 품에 안은 마리아, 알록달록 장식된 푸른 전나무, 밤하늘을 날아가는 산타클로스의 썰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불교와 이슬람 문화권의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우표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의 기쁨을 연하 우표 한 장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2007년 호주에서는 호주만의 색채가 엿보이는 크리스마스 우표를 발행했다. '우표 속 우표' 라는 기획으로 그동안 발행된 크리스마스 우표 중 다섯 종을 추려 <크리스마스 우표 발행 50주년 기념우표> 를 선보인 것이다. 여기에는 1977년 발행된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산타 할아버지' 의 익살스런 일러스트와 1990년 소개된 '코알라와 캥거루의 축복을 받는 아기 예수' 의 이국적인 풍경이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 우표 발행 57년째를 맞는 뉴질랜드의 우표도 인상적이다. 2006년부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우표 공모 대회' 를 시작한 뉴질랜드 우정청은 당선작을 우표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가족과 떠난 캠핑장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한 아이가 텐트 밖 빨랫줄에 산타 양말을 걸어 놓은 풍경... , 아이들의 꾸미없는 그림 속에 한여름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뉴질랜드의 정서가 솔직하게 드러난다.
온 나라가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소 생경하지만, 도심을 하나둘 밝히는 꼬마전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캐럴에 길 가던 발걸음이 흥겨워지는 걸 보면 크리스마스는 계절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마음 설레는 행복한 날임에 틀림없다.
- 모 지원 님 / 우표 디자이너 -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다. (엔드류 카네기)
(강헌 선집 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