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책소개
여기, 검은색 옷만 입고 지저분하고 깜깜한 집에서
홀로 지내는 뱀파이어 할아버지가 있어요.
이 할아버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뱀파이어와 좀 달랐어요.
오싹하고 으스스한 뱀파이어가 아닌, 뭔가 안쓰럽고 어리숙한 뱀파이어였죠.
이 특이하고 별난 뱀파이어 할아버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치열한 인생을 살아온 노인 세대에게 전하는 위로와 공감의 책!
▣ 작품의 내용
■ ‘뱀파이어’ 할아버지
아주 오래된 집에 홀로 사는 페트루라키 할아버지는 검은색 옷만 입고, 햇빛을 싫어하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왜냐고요? 뱀파이어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어쩔 수 없이 동네 슈퍼에 가야 할 일이 생겼어요. 망설이던 할아버지는 큰 결심을 하고 나갔어요. 그런데 슈퍼까지는 잘 갔지만, 집에 오는 길은 잃어버리고 만 거예요. 이때 할아버지는 ‘조에’라는 여자아이를 만나 도움을 받아요. 이 만남 덕분에 할아버지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조에는 할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됩니다.
자, 할아버지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조에가 찾아낸 뱀파이어 할아버지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 기획 의도
■ 실버 세대를 향한 위로와 칭송
뱀파이어는 밤에 무덤에서 나와 사람 피를 빨아먹는 서양의 귀신입니다. 까만 옷을 입고 날카로운 이로 사람을 공격하는 상상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쭈뼛 서며 으스스한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뱀파이어는 우리가 흔히 아는 뱀파이어와 좀 다릅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빛을 좋아하는 않는 것은 뱀파이어와 같지만, 낮에 활동하며 오래된 집에 혼자 사는 힘 없고 외로운 할아버지거든요. 게다가 할아버지의 집은 도통 청소를 하지 않아 어지럽고 지저분합니다.
할아버지는 사람의 피 대신 동네 슈퍼에서 배달해 주는 식료품을 먹습니다. 사람 피가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음식을 먹는 뱀파이어라니요? 여기서부터 이 뱀파이어 할아버지에게 뭔가 범상치 않은 사연이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의 집은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듯한, 오래되고 이국적인 물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밖에 나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아주 드물게 밤에 나갈 때는 할아버지가 직접 개발한 박쥐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도 특별합니다.
이 책은 이런 몇 가지 의심을 품고 뱀파이어 할아버지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추적해 가게 합니다. 처음엔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뱀파이어 이야기인 줄 알고 들여다보지만, 길을 잃고 헤매는 장면에서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연약한 노인의 과거를 알아본 결과, 용맹스럽게 전쟁터를 누볐던 멋진 젊은 시절을 만나게 되지요. 곧, 과거 ‘뱀파이어’ 비행기를 몰고 야간 작전을 수행하던 군인이 현재 어두운 집에서 홀로 지내며 ‘뱀파이어’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랍니다.
이 책은 ‘뱀파이어’라는 정체를 통해서 할아버지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멋진 뱀파이어였던 할아버지가 변함없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줍니다. 지금은 비록 과거의 기억을 잃고 어두운 집에서 외로운 노년의 삶을 살아가지만, 그들도 한때는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빛나는 인생이라는 것을 ‘뱀파이어’라는 명칭에서 알려 줍니다.
■ 세대 간의 소통
과거의 기억을 잃고 오래된 집에 머물며 세상과 단절하고 지내던 할아버지. 어느 날, 먹을거리가 배달되지 않자 용기를 내어 슈퍼에 갑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슈퍼까지는 잘 찾아가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할아버지는 그때 우연히 ‘조에’라는 여자아이를 만나 도움을 받고 친구가 됩니다. 조에는 할아버지 집에 와 본 뒤에 이 별나고 특이한 할아버지를 챙겨 줍니다. 어두컴컴한 집에 사는 뱀파이어 할아버지를 무시하지 않고,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아무 편견없이 받아들이면서요.
이 책은 그림책치고 꽤 글의 양이 많은데요, 특히 할아버지와 여자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마치 ‘연극 대본’처럼 서술해 놓은 게 특징입니다. 이런 서술 덕분에 독자는 두 사람이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는지 집중해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듯이 생생하게 아는 것이죠.
여자와이와 할아버지의 대화는 외톨이 노인이 세상과 만나는 과정이면서, 노인 세대와 청년 세대의 소통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통을 통해 할아버지는 단절했던 세상과 다시 이어지고, 잃었던 과거의 흔적도 되찾게 됩니다. 여자아이는 할아버지의 과거를 추적한 후 과거 멋지게 활약했던 노인 세대에게 존경을 보내며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 인정하고 존경하는 인사를 전한답니다.
■ 환상의 호흡, 다비드 칼리 가 쓰고 세바스티앙 무랭이 그리다!
이 책은 봄개울에서 출간된 〈최고의 차〉, 〈나의 집〉과 마찬가지로 다비드 칼리 작가가 글을 쓰고 세바스티앙 무랭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두 작가는 전의 두 작품에서 인생을 관통하는 묵직한 주제를 상징적인 글과 그림으로 담아 낸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차〉는 모든 물건이 풍족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과연 소비를 통해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뤘습니다. 〈나의 집〉은 평생토록 만족할 수 있는 집을 찾아 헤매는 우리 인생의 여정을 그리고 있고요. 그리고 이번 책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통해 은퇴 세대의 삶에 공감하며, 존경과 찬사를 전합니다.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에서 할아버지의 스카프와 여자아이의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같습니다. 또 할아버지의 구두와 여자아이의 양말 색도 붉은색이고요. 둘 사이의 색을 같게 표현함으로써 서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마음과 친구 같은 친밀감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옷차림은 할아버지와 여자아이 둘 다 검은색 상의를 입었지만, 바지 색은 서로 다릅니다. 할아버지는 뱀파이어답게 검은색 바지를 입었는데, 여자아이는 청년답게 푸른색 바지를 입었죠. 바지 색의 차이로 둘의 세대가 서로 다름을 표현한 것입니다.
외로운 할아버지의 삶에 여자아이가 끼어들면서 짙고 어두운 푸른색 계열의 그림이 달빛을 담은 밝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변하는 색감 차이도 느껴 보면 좋겠습니다. 여자아이와 친해지고 소통하면서 할아버지의 오래된 집 지붕도 점점 활짝 열리는데요, 마치 세상을 향해 열리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첫댓글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은 매번 공감백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