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살아 생전에 서로에게 빵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정녕 우리는 서로에게 빵이 되어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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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11/연중 제5주간 토요일(세계 병자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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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 8장 1-10절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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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빵, 배부름
복음서 전체를 둘러보면 굶주림, 빵, 배부름의 구도로 되어 있는 장면이 세 번 나옵니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실 때입니다(마태 4,1-4). 악마가 굶주림에 시달리신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라고 대답하시며 빵을 만들지 않으십니다. 두 번째 장면은 오늘 우리가 들은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과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마르 6,30-44). 이 두 기적 모두 공통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린 군중을 보고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약간의 빵과 물고기를 통해 배부르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굶주림에 대해서는 아무런 빵도 만들지 않으셨지만, 군중이 굶주리자 기꺼이 빵을 많게 하셨습니다. 세 번째 장면은 우리 모두가 죄로 말미암아 영원한 생명에 굶주린 것을 보시고 당신 자신이 몸소 빵이 되신 것입니다(마태 26,29). 죄에 사로잡힌 이들은 하느님과 멀어지기에 생명이신 하느님에 대한 굶주림을 겪게 됩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처지를 헤아리셔서 하느님이시면서도 몸소 빵이 되시어 우리가 하느님으로 배부르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느님으로 충만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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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호 루카 신부(제주교구)
생활성서 2023년 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