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주망(八道走忙)
春色完然華嚴寺춘색완연화엄사
昨日參拜夕歸家작일참배석귀가
堂前紅梅開落盡당전홍매개락진
賞春人波道場喧상춘만파도량훤
老姑花樹丹粧春노고화수단장춘
南原夕食一宿後남원석식일숙후
問安姊氏姪女宅자씨문안질녀택
淳昌故鄕依舊態순창고향의구태
野獸封墳孔穴多야수봉분공혈다
父母省墓心慙愧부모묘소심참괴
茅仁沙土混飛散모인사토혼비산
妻鄕務安祈禱終무안처향기도종
老翁兩日八道勞노옹양일팔도로
晩夕歸家深熟眠만석귀가심숙면
<和翁>
춘색이 완연한 화엄사에
어제 참배하고 밤늦게 귀가 했네.
전각 앞의 홍매는 피었다 다 떨어졌는데
상춘 인파로 도량은 가득하여 시끄럽네!
노고단 꽃, 나무는 새봄 단장을 하는구나!
남원에서 저녁 먹고 하룻밤 자고
질녀 집에 가서 누님께 문안드리고
고향 순창은 옛 모양 그대로 인데
들 짐승들이 봉분에 구멍을 파놓았으니
부모님 묘소를 보니 마음이 참괴롭구나!
잔디씨 모래에 섞어 산소에 고루 뿌리어 놓고
처 고향 무안에 가서 기도 마치고
망팔 노옹 양 일간 팔도 왕복 피로가 쌓여
늦은 밤 귀가하여 깊은 잠에 빠졌네, 그려!
토요일 오후 1시에 서울을, 생질 내외와 함께 출발하여 남원 생질녀 사위 집에서 누님 뵙고 하룻밤 묵고 구례 화엄사 기도 참배 후에 순창 고향 부모님 묘소 성묘하고 준비해간 잔디씨 모래에 섞어서 고루 뿌리고 무안 처가 고향 바닷가로 돌아서, 망 팔 노옹 몸이 파, 김치가 되어서 잠자리에 눕자 깊은 잠에 빠졌다. 자고 나도 여행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나이 탓인가? 싶다. 고향 동네도 옛날 같지 않아 빈집 공가도 해마다 늘어나서 지붕도 무너진 집도 눈에 띈다. 어릴 적에 친구들과 뛰놀던 동산도 골목길에도 이제 어린아이들은 하나도 없는 썰렁한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농촌에는 고령 노인들뿐이고, 새로 출생하는 아기들 울음소리는 들을 수가 없으니,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안으로 고향은 폐허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무진년 새봄에 꿈에 자꾸 부모님 산소가 들짐승들이 파묘(破墓)된 꿈을 꾸어 잔디 씨 가지고 성묘차 갔는데, 꿈과 같아서 해마다 당하는 일이라 참담한 심정으로 성묘하고 돌아왔다. 무지몽매한 들 짐승들아~ 제발 우리 부모님 묘소 파지 말아다오. 부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