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39) - 2018 블라디보스토크 걷기 축제 참가기(2)
~ 열심히 걷고 문화도 익히다
7월 8일(일), 흐리고 쌀쌀한 날씨다. 오전 8시에 숙소 앞에서 전용버스에 올라 인근의 루스키 섬으로 향하였다. 버스는 10여분 만에 시내를 벗어나 웅장한 사장교로 연결된 이웃 섬을 거쳐 더 긴 사장교로 연결된 루스키 섬에 들어선다. 초입에 자리한 스마트한 건물은 극동대학교, 아스팍 숙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는 캠퍼스는 서울대학교보다 건물 수가 더 많다고 선생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이 일러준다. 걷기장소인 섬의 끝자락에 40여분 걸려 도착, 출발장소까지 10여분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걸어간다. 개별적으로 참가하는 러시아인들은 대부분 출발장소까지 승용차로 이동, 많은 이들이 먼저 와서 기다린다.
걷기 등록 후 준비체조, 9시 지나서 좁은 오솔길로 접어들어 잠시 오르니 거센 바닷바람이 모자가 날아갈 듯 거세게 몰아친다. 이내 좁은 비탈길, 눈앞의 풍광은 절경인데 단애절벽을 끼고 걷는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지난 3월 한국⸱일본⸱러시아가 함께 걸었던 제주올레 길을 떠올리며 이에 맞먹을 절경이라는 찬탄이 절로 나온다. 자연 그대로인 숲길을 한 시간쯤 걸으니 평탄한 흙길, 며칠 전 내린 비로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섬의 끄트머리는 가파른 바위언덕, 약간의 위험이 느껴지는 난코스로 복병을 만난 느낌이다. 조심스레 언덕을 넘어 널판처럼 평평한 바위마당에 이르니 오전 10시 반, 편편한 바위 주변에 둘러앉아서 간식을 들며 나누는 환담이 여유롭다.
바닷가 오솔길에 들어선 일행
오전 11시 경에 왔던 길 되짚어 40여분 걸으니 소형차들이 왕래하는 약간 넓은 길에 이른다. 갈 때 걸었던 오솔길과 어디서 갈라섰는지 모른 체 차량들이 오가는 오르막길을 한참 걸으니 어느새 걷기마무리 지점, 같이 걷던 일행들과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체크포인트에 이르니 완보 메달을 걸어주며 빠르빠르~ 운운의 합창으로 일일이 축하해준다. 완주한 모든 이가 개선장군이라도 된 느낌, 걷기는 힘들었지만 피날래가 멋있다. 삶의 완주자 모두 그런 마침표가 되면 좋으리라.
오후 한 시 반, 함께 움직이는 일본 팀(가와타 시게루씨 인솔)과 함께 루스키 섬에 있는 수족관으로 향하였다.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아쿠아리움, 한 시간 반가량 둘러보는 동안 볼거리가 많고 휴식공간도 쾌적한 첨단시설이 훌륭하다. 수족관 관람을 끝내고 전용버스로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20분, 잠시 휴식 후 6시부터는 공연스케줄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청 부근 공연장의 프로그램은 수준급 전속가수들의 라이브,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연무대가 오붓하다.
열대우림으로 치장한 수족관의 한 곳에서
저녁 식사는 인근의 한국식당, 손명곤 부회장의 제자부부가 경영하는 음식점으로 특별 준비한 킹크랩이 푸짐하고 동태찌개가 입맛을 돋운다. 외국의 한식이 별로인데 비하여 오랜 만에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즐겼다.
걷는 중 한국에서 온 젊은 여성을 만나 반가웠는데 오가는 길에도 한국인들과 자주 마주친다. 그보다 더 많은 중국인들이 활보하고. 길에서 부딪히는 러시아인들 중 ‘안녕하세요?’라고 아는 체를 하는 이들도 많다. 바람 불고 쌀쌀하여 몸은 으스스한데 분주한 행보로 마음은 따뜻, 열심히 걷고 충실한 문화체험으로 바쁘게 보낸 하루가 뿌듯하다. 내일도 그러하기를.
마지막 무대의 라이브 공연 멤버들, 때로는 홀로 때로는 둘이서 여러 차례 등장하다
* 블라디보스토그 걷기 축제 참가기를 접한 제자가 보내온 메시지, ‘블라디보스토크 걷기 축제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백여 명의 한⸱러⸱일 동호인들과 즐거운 추억 만드시기 바랍니다. 늘 새롭게 도전하시는 교수님의 정신과 건강, 부지런함을 존경합니다. 매일 만보 이상 걷기도 어려운데 평균 20여km 걷는 행사는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취미생활인 것 같습니다. 건강하게 완보하시기를 빕니다.’ 나뿐 아니라 걷기 축제에 참가한 동호인 모두에게 드리는 찬사라 여겨 소개합니다.
준비체조로 몸을 푸는 건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