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을 종일 걷고
민박집에 돌아왔는데
일찍 자긴 너무 아까워
낮에 보아 둔 카페에 들어갔다.
뭘 마실까 메뉴판을 보며 망설이는데
주인 청년(?)이 "아주 특별한 차 드릴까요?" 한다
바깥 정원으로 나가 손에 무언가를 따서 들어오더니
향기 가득한 차를 투명 머그잔에 가득 담아온다.
야생 박하차예요.
아, 생잎으로도 차가 되는구나요!
싸한 향이 마치 지리산 공기처럼
콧구멍부터 뱃속까지 싸악 정화시켜준다.
청년은 또 밖으로 나가더니
박하 한 뿌리를 뽑아와서 흙과 함께 컵에 담아준다.
제가 잘 죽이는데 얘가 자랄수 있을까요?
제일 힘든게 얘 죽이는 거예요.
밭에 다른 애들이랑 같이 심으면 얘만 살고 다 죽어요.
그렇게 해서
야생 박하 한 뿌리는 종이컵에 담겨서 우리집으로 오게 되었다.
아니구나,
그렇게 해서
야생 박하 한 뿌리는 일단 우리 차 뒷자리의 음료수 놓는 곳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다시 둘레길 4코스를 걸으러 갔다.
너댓 시간 걸었을까
산길과 들길을 종일 걸었는데
4코스가 끝나는 곳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지에 우리 차 세워둔 데로 돌아가니
10분 남짓 걸린다.
안내에 4코스가 중급라는 건 초보를 골탕먹이려는 계략이 분명하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알려준 식당에 가서 삼겹살을 먹고 국수도 먹고
배를 두드리며 차에 탔는데
그제서야 뒷자리에서 시들시들 말라가는 박하가 눈에 들어왔다.
먹다 남은 물을 얼른 부어주고 상태를 살피니
아직 목숨이 붙어 있다.
아이고, 박하야
우리가 지리산 길을 둘레둘레 걷는 동안
너는 여기 갇혀서 모진 환난을 겪어냈고나!
나도 더운 날 차 안에 갇혀 봐서 아는데
잠깐도 지옥같던데
너는 이 생지옥을 어떻게 견뎠니?
박하는 그렇게 해서 아마도
가혹한 운명을 예감하며 우리집으로 왔다.
첫댓글 ~~ㅎㅎㅎ
착초님 잘 살려봐요
그 먼곳에서 유배온 박하를
불쌍히 보시어 자비를 베푸시길...
나는 죽는 것도 내손에 오면 살거덩요
키우기 자신없으시면 내게 넘겨도 되오 되요~~^^*
슬그머니 손을 내미시는 록은님^^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니예요?
박하야...
착한님이랑 행복해라^^
과연 박하는 행복할 것인가^^ 두구두구~
박하야...알지..
귀닫고 삼년.
입닫고 삼년.
눈 감고 삼년.
요....세년만 잘 다스리면
살아남을꼬오야^^
파이팅!!!!
(착한님 메롱)
@곡스 으메....심장 벌렁거린다
곡스어메야....도망치자.......
다다다다
숨자 숨어...
@곡스 곡스 박하 안조~
@착한초보 안그러께유^^
@곡스 조~
이런 쉬운 여자들 같으니라고^^
박하야~꼭 살아라.
오! 날쌘돌이님 좋은 아침이예요^^
잘 지내시죠?
나도 뒤안 텃밭에 박하 심고시프다..
박하향이 여까지 풍겨오는디요.
잘 기르셔서 지한테도 택배로 부쳐주세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