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살이 다 된 임류라는 노인이
따뜻한 봄날 겨울에 입던 갖옷을 그대로 걸치고,
지난 가을에 농부가 떨어뜨린 이삭을
묵은 밭이랑에서 주우며 노래를 부르다 걸어가다 하였다.
☆☆☆
이것을 위나라로 가다가
벌판을 바라보던 공자가 보고 뒤 따라 오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저 노인은 말을 걸어 볼만한 사림인 것 같다.
누가 가서 말을 해보겠느냐?”
☆☆☆
말 잘하는 자공이 자청하여 밭 언덕을 가로질러
노인에게 다가가 측은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이렇게 이삭을 주우며 노래를 부르시니,
선생께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하여 전혀 후회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
그러나 임류는
들은 척도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불렀다.
자공 또한
노인이 말을 할 때까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노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늘을 우러러보며 말했다.
“내게 후회할 것이 있다 생각하시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아마 젊었을 때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시고,
사람들과 같이 때를 다투어 가며 살지 않으시다가
지금에 와서 늙고 처자식도 없이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가엾은 처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무엇이 즐거워
지난 가을 농부들이 떨어뜨린 이삭을 주워 먹고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인데도
걸어가며 노래를 부르시니, 지나가던 길손이지만 안타까워 묻는 말입니다.”
임류가 말했다.
“내가 즐거워하는 까닭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두다 나와 같은 즐거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즐거움을 즐거움인줄 모르고
도리어 걱정, 근심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젊어서는 부지런히 일을 하지 않고,
때를 다투어가며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내 나이대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늙어서 처자식이 없고, 죽을 날이 가까워 오기 때문에
이렇게 즐거워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
자공이 말했다.
“오래 산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원하는 것입니다.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싫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도리어 죽음을 즐거워하십니까?”
임류가 말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생명의 물결이 한 번 왔다
다시 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때 이 곳에서 죽는다는 것은
저 때 저 곳에서 살지 않는다고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나는
다만 죽고 사는 현상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만 알뿐입니다.
내가 또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분주히 삶을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 죽는다는 것이 옛날 그 때에 살고 있었던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
자공은 임류의 하는 말을 듣고
그 의미를 잘 몰라 돌아가서 공자에게 말했다.
공자가 말했다.
“내가 그 노인과 같이 얘기해 볼만한 사람인 것을
짐작으로 알았더니, 과연 그렇구나!
그러나 그 노인은 도(道)를 얻기는 얻었지만
아직 지극(至極)하지는 못한 곳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