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자연속학교] 첫째 날, 함께 살기를 애써 실천하는 맑은샘 어린이들. - 23. 7. 7
7월 7일 쇠날 날씨 : 구름이 많이 껴 있고 햇볕이 꽤 뜨겁다.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는다.
제목 : 함께 살기를 애써 실천하는 맑은샘 어린이들
어김없이 돌아온 자연속학교. 철마다 가는 자연속학교는 매번 같은 곳을 가지만 늘 느낌이 새롭다. 한 해 동안 훌쩍 자란 아이들과 오면 작년과 같은 곳에 가서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다르다. 다른 것을 뭐라 구체로 말하긴 어렵지만 말하고 행동하는 몸짓과 기운에서 훌쩍 자랐다는 게 읽힌다고 해야 할까. 이번 자연속학교는 높은 학년과 낮은 학년으로 나뉘어 다른 바닷가로 가던 것을 다 같이 고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나뉘어 가는 재미와 오붓함이 있지만 다 같이 가서 더 신나게 놀 수도 있을 것이다. 고성은 작년에 6학년을 맡아 못 갈 처지였는데 어쩌다 이틀 밤, 사흘 낮으로 와서 짧지만 백도 바닷가와 분위기가 다른 마차진 바닷가를 재미나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늘 그렇듯 8시부터 자연속학교 반찬을 가지고 온 부모님과 가방을 메고 온 아이들로 시끌시끌하다가 부모님들 배웅을 받고 고성으로 떠난다. 학교 차를 몰고 혼자 가는 길은 심심하기도 하면서 여유롭다. 2시간쯤 쉬지 않고 차를 몰아 동홍천 IC에서 나와 화양강 쉼터에 먼저 닿아서 아이들이 탄 버스를 기다리다가 11시 30분쯤 점심을 먹는다.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아서 더운데 그늘로 들어오니 괜찮다. 바깥에 나와 아이들과 도시락을 먹는 건 언제나 맛있고 저마다 다른 볶음밥이나 반찬, 새참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점심을 먹고 먼저 떠나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제로 들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부대 차량이 줄지어 지나가는데 20대 초반 군 복무 시절이 떠올랐다. 전역하고 다시는 오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인제였고 원통, 서화였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나서인지 별 생각이 안 들었다. 그저 내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곳이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진부령 고개로 들어서니 고성이다. 먼저 잠집인 금강산 콘도에 닿아서 방부터 확인하니 작년과 다르게 1층 방에 단체 손님이 있어 2층 방을 써야 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물놀이하러 왔다 갔다 하는 게 조금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혼자서 짐을 다 내리려니 한숨이 나온다. 바람도 불지 않는 낮에 줄곧 왔다 갔다 하니 금방 땀이 삐질삐질 나고 힘이 든다. 20분쯤 지나 잠집에 닿은 아이들과 짐을 나르고 닷새 동안 먹을 음식과 재료를 정리하고 한숨을 돌리려고 하니 3시다. 짐 정리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더니 몸이 처진다. 아이들과 놀고 쉬는 걸 알맞게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조금 쉬었다가 자연속학교 열기를 하면서 기본 안전 규칙을 확인하고 바닷가로 산책 나간다. 햇볕이 뜨거워서 모자가 없으면 얼굴이 금방 탈 것 같다. 물놀이하고 씻는 시간이 애매해서 물놀이를 안 하려다가 아이들 간절한 눈빛 때문에 조금이라도 하러 나가기로 했다. 물놀이를 하게 돼서 신난 아이들은 얼른 헤엄 옷으로 갈아입고 바깥으로 나간다. 여름 자연속학교이니만큼 물놀이를 실컷 해야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많이 남겠지. 바닷물에 들어가니 너무 차지도 않고 따뜻하지 않아서 물놀이하기에는 딱 좋다. 헤엄하고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보니 역시 나오길 잘한 것 같다.
길지 않게 30분쯤 물놀이를 한바탕 하고 방으로 들어오니 씻는 게 일이다. 화장실이 하나인데 씻어야 할 아이는 여럿이니 씻고 기다리는 게 불편하긴 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이곳이 처음인데도 이 불편함이 크게 힘들거나 짜증이 나지 않는지 차례를 기다리면서 장난을 치고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함께 살기를 애써 실천하는 맑은샘 어린이들이 참 멋있다. 1학년 때부터 형님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고, 형님들이 동생들을 이끌어주고 배려하는 모습을 따라 자라는 게 자연스러운 배움과 자람으로 이어지니 이보다 좋은 교육이 또 있을까 싶다.
저녁을 먹고 방마다 쉬다가 남자 어린이 방에 모여서 마침회를 하는데 다들 씻고 나서 그런지 얼굴이 반질반질, 뽀송뽀송하다. 아직 첫날이라 그런지 다들 기운도 넘친다. 자연속학교 첫날 밤참으로 회까지 먹으니 맛있게 배부르게 잘 먹기도 한 하루가 되었다. 2학년 남자 아이들은 침대 없는 방에서 같이 잔다고 해서 같이 누웠는데 옛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니 조금 뒤척이다가 어느새 다들 곤히 잠든다. 자연속학교 첫날이라 고성까지 오는 게 큰 일이었고 부모님이 보고 싶어 울먹울먹하는 아이도 있지만 씩씩하게 잘 참는다. 이렇게 자연속학교에 오면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