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연암 박지원 선생이 중국으로 가는 도중에 엄청나게 넓은 강을 건너게 됐데요. 거의 끝 모를 바다처럼 넓은. 그 때 배에 함께 타고 잇던 사람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데요. 어떤 이들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중얼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배 한가운데 모여 머리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연암이 그들 중 하늘을 바라보는 이에게 물었답니다.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습니까?"
"보면 모르쇼. 하느님께 살려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게."
그 대답을 들으며 머리를 숙인 채 떨고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 또 물었죠.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습니까?"
"보면 모르쇼. 저 강물이 너무 무서워 이렇게 있는 것이."
연암은 그들을 보며 거센 물살 일렁이는 강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그건 바로 사람의 마음이란걸.
강물에 빠지기도 전에 빠진 후를 걱정하는 성급한 어리석음.
평소 하늘에 대한 일말의 존경도 없던 이들의 돌연한 믿음.
누나의 글을 보며 문득 떠오른 이야기랍니다. 나 역시 두 갈래 길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무척이나 미워했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란 걸 깨닫기까지 너무도 힘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