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8. 불날.
[행위주체성]
바쁜 때이지만 교사들이 따로 시간을 마련해 <행주주체성>을 주제로 함께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 1월 겨울방학 초등교사 연수에서 집중해서 다루는 주제가 <행위주체성>이라 토론을 위한 채비다. 학교마다 미리 토론을 해오는 숙제도 있어 일부러 시간을 따로 잡고, 미리 여러 편의 논문과 자료를 읽고 모였다.
요즘 어디서든 이야기를 나눌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습 나침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논문과 자료도 그렇고 행위주체성이란 말이 그동안 흔히 쓰지는 않는 말이라 조금은 어렵게 풀어내는 것 같다. 사실 행위주체성은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 아니다. OECD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연구하여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ies)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전통 교과 지식보다 핵심역량(성찰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으로 도구 쓰기, 서로 다른 집단에서 상호작용하기, 자율로 행동하기)을 기르는 것이 미래교육이라고 했다. DeSeCo프로젝트는 여러 나라에 영향을 주었고, 우리나라도 2015개정교육과정부터 핵심역량 기반 교육과정을 내세웠다. 여섯 가지는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참의적사고역량, 심미적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이다. 교육연구기관이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왜 성찰을 바탕을 둔 역량중심의 교육, 공동체 교육을 이야기 했을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자본주의와 기업 정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2018년 OECD는 DeSeCo 2.0이라고 불리는 Education 2030(교육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후위기와 AI 기술 시대를 반영했을 때 OECD 교육 2030의 전체 목표는 '웰빙'이다. DeSeCo프로젝트와 다른 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함께 잘 살기‘ 위해 Education 2030에서 3가지 역량을 제시했다. 핵심역량이란 말이 변혁적역량으로 바뀌었다. (책임감 지니기, 새로운 가치 창조하기, 갈등과 딜레마 조화롭게 해소하기)
<OECD 학습 나침반 2030의 맥락에서 이해되는 학생 행위주체성의 개념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과 주변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학생의 행위 주체성은 목표를 설정하고, 반영하고,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것은 행동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 형성되는 것보다 형성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책임 있는 결정과 선택을 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OECD 학습 나침반 2030>
행위주체성은 사실 우리 대안교육 현장 교사들이 실천하고 있는 삶의 모습이다. 한 마디로 앎과 행함을 어떻게 일치시킬까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 처지에서는 학생의 행위주체성과 교사의 행위주체성은 별개가 아니다. 굳이 행위 주체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맑은샘학교 으뜸구호처럼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어가기와 같다. 다른 자리에서 행위주체성이란 낱말을 더 쉽게 쓸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꿔보려고 했지만 마땅치는 않았다. 교사이니 교사의 행위주체성은 곧 교사의 삶은 무엇인가라는 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교사와 학생이 모두 배운 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앎과 행함이 일치하도록 우리는 어떤 걸 더 애써야 할 것인지가 핵심이 아닐까. 그 가운데, 우리가 꼽을 수 있는 것은 ‘행복’이다. 끝내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고, 행복은 개인과 사회를 나눠서는 생각할 수 없음이다. 이것은 우리가 줄곧 이야기를 나눠오고 성찰하는 주제이다.
역시 교사에게는 성찰, 역량, 책임 같은 낱말이 열쇳말이 될 거 같다. 교사는 학생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유, 자율, 자치에서 성찰할 지점이 무엇일까,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개인과 교사 공동체에서 함께 가꾸려는 삶은 무엇일까, 개인의 주체성과 집단의 주체성이 공동체에서 서로를 살찌우며 상승하도록 돕는데 무엇이 필요할까란 물음이 필요하다.
좋은 삶을 위한 좋은 교육, 행복한 삶을 위한 행복한 교육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시행착오를 겪었는가 되돌아보는 성찰이 교사의 행위주체성의 시작이다. 또한 초등학생들에게 행위주체성이란 학교 교육정신처럼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어가는 우리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안교육을 미래교육이라고 말해왔다. 우리는 행위주체성을 북돋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구현하고 있는지 늘 되묻고 성찰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다. 맑은샘은 교육활동 가운데 일놀이 교육이라는 노작교육 가운데 텃밭농사가 아주 큰 노릇을 했다. 그런데 교사들은 텃밭농사에서 행위주체성을 어떻게 발휘하고 있을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나누는 대로 우리들은 살고 있는 것인가. 자율, 자치, 책임, 협력, 함께 살기를 실천했는가. 아이들이 교사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한 운동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모두 꺼내보게 된다. 가치 있는 삶을 스스로 살며 열정과 책임으로 과목에서, 활동에서, 관계에서 주인이 되는 것이 교사의 행위주체성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와 교사 사이, 교사와 부모 사이, 관계 맺기 또한 행위주체성 이야기다.
대안학교 현장에서 교사 행위주체성은 어떤 의미와 역할을 부여받을 수 있겠는가란 질문은 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다. 또한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스스로 주도성을 발휘하며 주인됨으로 함께 살기를 위해 몸과 마음을 어떻게 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 현재 우리의 정체성, 집단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삶과 교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교사회 삶을 둘러보면 변화 지점이 보인다. 모두가 인정하듯이 교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가치지향이 부족한 걸까, 관계에서 틈이 벌어진 것일까, 교육과정 이해가 부족할까, 연수와 공부가 부족한 걸까, 우리가 저마다 열정을 낼 수 있도록 힘은 무엇일까, 예전보다 노동조건과 교사복지는 진전됐지만 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를 서로 이야기하고 있을까, 학교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는 걸 어떤 지점에서 느끼는지 서로 정직하게 꺼내는 것이 교사의 행위주체성이다.
애정이 식으면 의욕이 없어진다. 반대로 말하면 의욕이 없다면 애정이 식어가는 것이다. 왜 그런가를 봐야 한다. 소진의 문제는 공동체와 조직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끝내는 교사의 길을 걷는 삶의 성찰과 책임이다. 교사의 삶 뿐 아니라 사람의 삶은 자신이 주인 되어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러니 내 감정과 관계 맺기 또한 스스로의 인격이자, 내 삶에 영향을 주는 공동체와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 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더 많이 생각하는 기대치가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변화의 지점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직장윤리 그 이면에 다른 것은 무엇일까. 끝내 우리들에게 행위주체성 토론은 내가 잘 살고 있는 가이다. 주인되어, 자연과 이웃과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는가이다. 과목, 영역, 모든 주제마다 행위주체성은 곧 주인됨과 함께 삶에 대한 성찰과 책임이며 앎과 행함의 일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