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가 힘들다고 피하려만 빙빙 돌아서 가야 한다. 때로는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주춤거리는 만큼 갈 길이 멀어지고 늦어진다. 그만큼 자신감이 줄어든다. 막연히 고개가 있어 호기심에 가파르게 오르고 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오른다. 뒤돌아갈 수 없어 간다. 오르는 만큼 높이 보고 멀리 본다. 고개가 있어 매듭을 만들기도 하고 매듭을 풀기도 하며 뿌듯이 딛고 간다. 힘을 쏟은 만큼 그만한 보람도 함께 한다. 고개 너머 저 너머에 궁금하던 앞길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그리움이 아른거린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내려놓는다. 여백이 생기고 공간이 확보되어 채울 기회가 마련된다. 일상에서 끔찍스러울 만큼 앞을 두껍게 가리고 캄캄해지는 고비라는 고개를 만난다.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앞날이 확 달라질 수 있다. 뜻이 있으면 길도 있다고 한다. 능력을 발휘해 길을 찾아내며 길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초인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사느냐 죽느냐의 한판 결투를 하는 셈이다. 평지에도 고비는 있다. 물길이 아주 평탄한 것 같지만 고여 있는 물이 아니고 흐르는 물은 어딘가 비스듬히 경사가 있어 낮은 곳을 따라 흐른다. 잔잔히 흐르던 물이 갑자기 낭떠러지를 만난다. 본의 아니게 난폭한 폭포가 되기도 한다. 갑자기 험악해지면서 만만치 않다. 폭포는 곤두박질쳐도 곧 아무렇지 않게 물이 다시 모이고 만나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흘러간다. 큰 냇물이 되고 의젓한 강물이 되기까지는 수없이 치받고 치받치며 수난을 겪어내야 한다. 물길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달린다. 담쟁이덩굴은 수직의 담벼락이나 나무를 타고 오른다. 혼자는 바닥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미리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어 그렇게 높이 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잡고 일어서면서 희망이 보였을 것이다. 땅바닥에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기보다는 높이 오른다는 자긍심을 지니고 보다 멀리 보며 세상이 넓고 큰 줄을 알 것이다. 비로소 우물 안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 것이다.